(3)한국사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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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 나라의 태권도 사범들은 동남아 어느 곳에서나 민간외교사절로서의 활약이 대단하다.
어느 사범을 막론하고 회원들이나 체육인들로부터 받는 신망은 절대적, 따라서 사범들의 해외활동은 관직 없는 외교사절로서 조금의 손색도 없다.
현재 동남아에서 본격적으로 활약중인 사범들은 월남과 자유중국에 파견된 군 교관 단 이외에 모두 15명. 저마다 외국의 젊은이들에게 「한국의 얼」을 심어주기 위해 여념이 없다.
62년부터 해외에 진출하기 시작한 민간사범의 현황은 태국이 6명으로 가장 많고, 「말레이지아」가 4명, 월맹과 「홍콩」이 각각 2명, 그리고 「싱가포르」에서 1명의 사범이 활약중이다.
동남아에서 사범들의 활약이 가장 활발한 곳이 「말레이지아」와 「홍콩」.이곳의 사범들은 회원들과 완전한 사제지간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정부당국으로부터는 체육지도자로서의 대우를 충분히 받고 있다.
「말레이지아」의 경우 이병무 수석사범(37)과 양우섭(35)·최익선(34)·설정남 씨 등 네 사범이 전국을 분할, 태권도지도에 헌신하고 있다.
네 사범 모두 광범위한 지역의 각도장을 순회하며 지도해야하는 고충을 겪어야하나 특히 수도인 「쿠알라룸푸르」의 이병무 사범은 70년 이후 육군의 태권도 상담역으로 활약, 이 나라 체육계에 깊이 관여 할 수 있는 입장이다.
더욱이 지난달 31일 「말레이지아」국군체육행사에서 이 사범이 이끄는 태권도 시범 단이 군 고위 장성들로부터 큰 관심을 불러일으켜 앞으로 태권도를 적극 권장하겠다는 약속을 손쉽게 얻기도 했다.
또한 동남아태권도의 전진기지라 할 수 있는 「홍콩」에서는 승강용 사범(33)과 봉석근 사범(31)이 남다른 활약을 보이고 있다.
「홍콩」은 동남아의 심장. 따라서 일본 「가라데」와의 숙명적인 대결이 동남아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이들 사범들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62년에 시작된 태권도에 비해 「가라데」는 20년 이상의 해외보급경력 .여기에 일본상사의 지원아래 조직적인 보급을 꾀하고 있으나 태권도는 두 손 뿐으로 경쟁의 「핸디캡」은 극심한 것이었다.
그러나 땀으로 발판을. 굳히기 시작한 태권도는 보급 6년 만인 68년에 5대5의 비율로 뛰어올랐고 69년 이후 승·봉 두 사범이 대련위주의 지도를 하자, 현재는 8대2의 압도저인 우세로 바뀌었다는 현지사범들의 설명이다.
더욱 태권도의 시범이 있을 때는 구본상사들의 광고가 밀려들어 즐거운 비명이라는 「에피소드」도 있다.
지난66년 대한태권도협회가 집단적으로 사범을 파견시킨 태국은 「말레이지아」와 마찬가지로 사범의 관할지역이 광범위하다.
「방콕」의 김영성(37) 김승곤(33) 사범을 제외하고 나머지 박병훈(39) 안석준(36) 허문선(37) 김진우(37) 등 네 사범은 지방의 각 도장을 순방, 미군을 중심으로 태권도보급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곳의 사범들은 한국 태권도 사범 단(간사 김승곤) 을 조직, 매월 기술 및 보급작전회의를 여는 등 사범 활동 면에서 모범적인 것으로 지적될 수 있겠다.
현재 주월 사 태권도 교관 단이 활약하고 있는 월남의 민간사범은 정장근(37) 한정굉(36) 사범 등 2명뿐, 20만 태권도인구에 비해 극히 적은 숫자이나 교관 단의 귀국과 함께 많은 민간사범의 파견이 예상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회원 2천명으로 비교적 보급도가 높은 「싱가포르」에서는 김복만 사범(40)이 고군분투. 현지의 사범들은 앞으로 10명 이상 사범의 초청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단지 국가적인 뒷받침이 있어야만 현재까지 심어준 태권도가 더욱 튼튼하게 성장할 수 있겠다고 강조하면서-.【쿠알라룸푸르=이근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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