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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사업별로 그 현장을 가다|전남 화순군 남면 절산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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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장마때면 1년에도 으레 서너차례씩 물난리를 치르던 전남화순군남면절산리. 지금은 새마을사업으로 마을 앞 냇가에 제방을 쌓아 이제 큰 걱정을 덜게됐다.
절산리는 화순읍에서 동남쪽으로 16KM 쯤 떨어진 산간벽지에 위치한 외딴 마을이다. 주민은 90가구 5백65명.
마을 앞개울은 영산강지류인 지석천의 상류.
마을 돌축대를 끼고 도는 이 개울이 장마철이면 심술을 부려 주민들은 큰 피해를 보기 일쑤였다. 갑자기 물이 불어나면 집마당에까지 침수되고 세찬 여울로 곧잘 감탕밭을 이룬다.
지난여름만 해도 이 개울물이 갑자기 불어나 김매갑씨(41)의 돌담 축대가 무너졌고 박정현씨(35)의 텃밭 5평이 깎여 내려갔다. 돌로 싼 마을제방도 무너졌다. 그때마다 돌로 제방을 다시 보수하고 했으나 큰 비가 한번 온 후면 제방은 다시 무너지고 또 무너졌다. 주민들의 소망은 제방을 「콘크리트」로 단단히 만들었으면 했다. 그러나 한 몫에 많은 공사비가 들겠기에 지금까지 엄두도 못 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지난 2월말 새마을사업자재로 철근1t과 「시멘트」5백부대를 배정받게 됐다.
이장 김영기씨(47)는 이 자재를 가장 적절하게 쓸 방안을 주민들과 논의했다.
김창협씨(83) 등 어른들은 물론 온 마을 사람들은 이 하천제방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제방의 길이가 50여m나되는데 정부지원 자재가 부족할 경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을 전체회의에서 만일 자재가 부족할 경우 주민들 자체부담으로 제방공사를 끝내기로 결정이 됐다.
이장 김씨는 새마을건설단을 조직했다. 20∼30대 청장년 32명이 건설단원이 돼 제방공사를 포함한 모든 새마을공사를 맡기로 했다.
이 건설단이 제방공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달 14일. 새끼줄을 쳐 제방의 연장과 방향의 윤곽을 잡고 마을 맨 위쪽 김영귀씨(54) 집 앞에서부터 제방을 쌓기 시작했다. 건설단원 32명이 오전·오후 2개의 작업반으로 나누어 일을 했다.
작업시간을 상오 7시부터 낮12시까지, 하오1시부터 6시까지로 하고 2주안에 완공을 서둘렀다.
여울에 약한 돌축대를 헐어버리고 제방 총연장 50m 사이사이에 철근을 넣고 사람 키 한 길반 높이로 양회와 자갈을 이겨 벽을 쳤다.
김영준씨(62) 등 노인 20여명도 일손을 거들어 삼태기로 자갈을 날랐다.
공사는 예정대로 진척돼 높이 2·7m, 총연장 51m의 튼튼한 「콘크리트」제방이 완공됐다.
동원된 연인원 1백여명에 지원자재 외에 자재추가본 등 주민들의 자체부담 7만7천3백원을 포함 모두 20만원이 들었고 주민들은 오랜 소망을 이룬 셈이다.
이번 공사에서 주민들이 겪은 난관은 군과 면에서는 자재만 지원해주고 기술적 지도가 뒤따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기술지도가 있었다면 값비싼 철근과 양의를 더욱 적절하고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모두 90가구 중 86가구가 농가인데도 논이 겨우 42·7정보에 밭이 28·6정보밖에 안 되는 이 마을은 감과 밤·삼베로 농가 수익을 올리는데 역점을 두고있다.
마을 전체에 2천3백60그루의 감나무와 2천8백그루의 밤나무에서 가구당 연평균 20여만원의 수익을 올려 유실수(유실수)는 마을의 재원이기도 하다.
감이라면 전북임실감을 손꼽았으나 이제 절산감이 제일이라며 김영준씨는 논6마지기의 소농이지만 울안에만 있는 40여그루의 반시나무로 대학과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의 학비가 충분하다고 했다.
이 마을은 또 연평균1천6백필의 삼베를 손수공으로 짜내 1백50여만원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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