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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이전 것은 모두 문화재···저촉 안될 가정도 물어 모호하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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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문화공보부가 최근 문화재를 해외로 반출하려다 적발되는 사례가 빈번해짐에 따라 3일 「불법반출을 방지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를 발표했다. 동산문화재의 등록을 강력히 독려하는 한편 판매행위를 통제함으로써 문화재의 해외반출을 철저히 봉쇄하려는 이 조치는 외국관광객에 대한 계몽 및 문화재보존법 개정 등의 대책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강력한 조치의 유예기간은 6월말까지. 즉 문화재관리국에 의하여 실시중인 제2차 동산문화재등록기간이 만료됨을 기점으로 하여 적용하게 되며 그 이전에 법의 개정도 서둘러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의 개정안을 보면 ①문화재를 자진 등록치 않을 경우 직권등록을 실시토록 하고 ②그 등록된 문화재는 외국인에게 판매할 수 없게 하며 ③문화재사범에 대한 벌칙을 강화하여 등록을 기피한자에게 50만원(현행 만원)이하의 벌금, 등록문화재를 외국인에게 판 자에게 2년 이하의 실형(신설) 이 관계 행정명령위반 골동상에 대해서는 10만원이하의 벌금과 영업취소(신설) 등 강력한 규정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개정법안의 이러한 내용이 그대로 입법기관의 동의를 얻을 것인지는 미지수이나, 이대로 적용된다면 동산문화재 등록과 해외불법반출 방지에는 보다 실효를 거둘 것이 예상되는 반면에 「강력한 조처」에 수반되는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보인다.
우선 개인소장 문화재 즉 개인재산에 대한 강제성이 엄한 벌칙까지 적용함에 따라 선의의 피해자가 많아질 가능성이 짙은 것이다.
현재 국내굴지의 수장가들 중에는 단 한 점도 등록을 하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만약 그들이 끝내 등록을 기피할 경우 문화사관리국이 과연 어떠한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한 반면에 1910년 이전의 것이면 모두 문화재로 일단 간주해야하는 등록신고제에 저촉되지 않을 가정도 없다고 봐야하는데 그것을 가리기란 여간 모호하지 않다. 60년전부터 세전되는 물건을 가지고 있지 않는 가정이 전국 5백여만 가구 중 과연 몇 %나 차지할까. 그것이 미술공예품이 아니고 단순한 민속품일 경우에는 하찮은 생활도구로서 실제 사용되고 있으며, 그 사용자가 그것을 문화재려니 의식하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개인 소장문화재의 등록문제는 때와 장소에 따라 정상을 참작할 수 있겠으나 외국인에의 판매금지조처는 더욱 어려운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번 문공부가 발표한 내용에 의하면 판매금지 이외에 불법반출의 방조자와 미수범에게도 보형을 가하겠다는 의견이다.
이것은 외국인에 대한 증여 혹은 매입 심부름을 할 경우에도 처벌하겠다는 확대해석이 가능하다.
나아가서 앞으로 국내의 외국인이 우리 나라 문화재를 가길 수 없다면 이미 그들이 소지하고 간 물건에 대해서는 어떠한 조처가 가능할까. 자들이 등록을 하지 않을 경우 또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만이라도 갖고싶어 할 경우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바꿔 말하면 이 규정은 자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문화재를 팔고 사거나 거기에 관여되지 않는 게 상책이라는 얘기가 되므로 결국 골동품의 상거래를 일체 부정하게 만들 우려마저 없지 않다.
물론 문공부가 이같이 해서라도 등록을 강제하고 해외유출을 봉쇄하자는 의도는 현존 문화재를 이번 기회에 모두 파악, 보존하자는 데 있다. 일제와 동란을 겪는 동안에 무수한 문화재가 유실되고 혹은 파괴·도굴되었기 때문에 우리가 귀중히 간수해야 할 부분이 전혀 가름 돼 있지 않은 것이다.
뒤늦게 그 전모를 파악하자니 자연 부작용이 따르는 것이요, 설사 난관에 부딪치더라도 행정력으로 강생하려는 것이 정부 당국의 의도로 해석된다. 근래서 전모가 파악된 연후에는 그러한 조치를 완화하여 해외반출도 어느 정도 허용하게 되리라는 것이 문화재관리당국자의 전망이다. 즉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일시적 조치라는 견해이다.
문공부는 이번에 강력한 조처를 실시함에 따라 검찰청에 문화재 전담매사를 두고 문화재관리국에 문화재 사법경찰관 및 주요세관에 문화재전담 감정원을 대폭증원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문공부는 곧 동상에 대해서는 집중적으로 행정력을 발휘해 재고품 감정 일체 점검, 등록대상품에는 색으로, 그 대상에 못 도는 비문화재에는 분홍색 인지를 붙일 계획임을 밝혔다.
문화재가 해외로 불법 유출되는 첫 징검다리인 체계를 우선적으로 단속할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상의 업무를 수행하는데 있어 현재의 문화재관리국 체제로서는 벅찬 분량의 일이다.
외국관광객이 「비문화재확인서」를 일일이 떼어가지고 가는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업무처리가 지금 보다 훨씬 신속해야 할 것이고 또 공항과 항구에 감정원이 각각 상주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당국에는 전문요원 이 소수밖에 확보돼 있지 않으며 그 인원으로는 세관상 주는 커녕 국내업무조차 미처 감당치 못하는 실정인 것이다.
또한 문화재관리국 직원가운데 34명에 대하여 사법권을 부여하고 있으나 그 중 소수를 제외하고는 문화재를 다룰만한 적당한 자질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문공부의 강경조치발표는 그 조치자체가 지닌 어려운 문제점보다 오히려 대내적 준비부족 때문에 더 큰 부작용을 빚어내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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