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흐려지는 미 대통령 선거|흑막 공방전 한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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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1월의 미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 ITT (전신 전화 회사)의 닉슨 정치 헌금 문제를 비롯, 닉슨 대통령과 월리스 민주당 대통령 지명 후보의 밀약설 등으로 미국의 정가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미 상원 사법 위원회는 ITT의 닉슨에 대한 정치 헌금 진상을 캐기 위해 14일 공청회를 열고 현재 닉슨의 선거 참모로 활약중인 미첼 전 법무장관을 추궁하는가 하면 이날 상원 본회의에서는 민주당의 이글튼 의원 (미주리 주)이 이 사건의 뒤에는 플래니건 대통령 보좌관이 대기업 우선 정책의 흑막적 존재라고, 그로 하여금 의회에서 증언시키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공화당의 코튼 (뉴햄프셔 주) 의원은 이는 『닉슨 행정부의 업적에서 국민의 눈을 돌리려는 술책』이라고 반박하고 나서는가 하면 지글러 대변인도 『증거를 대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플래니건 보좌관은 상원 사법 위원회의 조사중 3건의 ITT의 독점 금지법 위반 혐의 사실을 기소하지 않고 법정 밖에서 처리하는데 법무성에 법률가를 알선한 인물로 클로스업 됐었다.
따라서 민주당 측에서는 플래니건 보좌관을 추궁하여 이 사건과 백악관이 관련돼 있다는 인상을 주어 닉슨 후보에게 타격을 주려는 전술을 취하고 있다.
한편 앨라배마의 월리스 주지사가 닉슨 대통령과 밀약하고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경쟁, 민주당의 선거전열을 혼란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소문이 화제를 뿌리고 있다
즉 월리스 지사가 68년의 선거 때처럼 제3당의 후보가 아니라 민주당 안에서 정치 활동을 하며 각 주의 예비 선거에 출마하면 머스키 의원 등 주류파 의원에게 타격을 주어 민주당의 선거전열을 혼란에 빠뜨리고 당 대회에서 월리스 지사가 지명을 받지 못하더라도 본격적으로 선거전에 들어가서도 월리스 지지의 민주당계 보수파의 표가 닉슨에게 집중하리라는 추측이다.
이는 월리스 지사의 친 아우인 「제럴드·월리스」씨의 탈세 혐의 및 이와 관련된 월리스 지사 자신의 정치 자금 문제를 법무성에서 철저하게 조사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성립된 밀약이라는 소문이다.
이 밀약설은 아직 뚜렷한 계기가 없어 공식적으로는 보도되지 않고 있으나 미국 정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로 나돌고 있으며, 전 USIA (해외 정보국) 국장이란 진보파 정치 평론가인 「칼·로원」씨가 12일의 텔리비젼 정국 좌담회에서 『명확한 증거는 없으나』라는 토를 달아 언급하는 한편 「워싱턴·포스트」지도 간접적으로 보도한바 있다. <김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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