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 하 소련신문에 오보 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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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엄격한 관 통제하의 소련신문에 편집자도 속은 가짜 기사가 보도될 수 있을까?
이들 신문에 실리는 기사라면 물샐틈없는 정부기관의 검열을 거쳐 발표되는 공식적인 보도 자료라는 점을 생각할 때 편집자도 속은 가짜기사 운운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될지 모른다.
그러나 지난달 소련의 주요 지방지「카자크스탄스카야·프라우다」지에 실렸던 한 영웅얘기는 철저히 날조된 것으로 판명돼 관계자들을 어처구니없게 만들었다.
동지는 젊은이들이 본받을만한 모범시민을 골라 그들의 생애를 연재해 오던 중「이반·코체르긴」이란 농부를 소련 최고무공훈장인『소련영웅』「메달」 과 민간인에 대한 최고훈장인 『사회주의 노동영웅』「메달」을 모두 차지한 소련의 가장 이상적인 모범시민이라고 대서특필로 찬양했다.
소련에서는 이 두 가지 훈장 중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형식적인 명망은 그만두고라도 교통기관을 평생무료로 이용하거나 이발소에서 줄을 서지 않고 맨 먼저 머리를 깎을 수 있는 등 수없이 많은 특권이 부여된다. 하물며 이 훈장 두 개를 모두 가지고있는 사람은 얼마나 많은 특권을 누리는 영웅대접을 받을지는 쉽게 상상할 수 없다.
이같이 지고한 영웅얘기가 지난 2윌20일 동지에 소개되자 막상 「코체르긴」을 잘 알고있는 사람들이 신문사에 몇 가지 이의를 제기했다. 당황한 신문사는 즉각 철저한 조사를 해본 결과 「코체르긴」얘기가 허무맹랑한 것임을 알아냈다.
동지는 챙피함을 무릅쓰고 장문의 정정 기사를 실을 수밖에 없었다.
『「코체르긴」은 참전용사이며 농토개발에도 참가하여 몇 개의 훈장을 탄 것은 사실이나, 본래 허영심이 강한 그는 타지도 않은「소련영웅」훈장과 「사회주의노동영웅」훈장을 모두 받은 것처럼 오랫동안 행사해왔다.』
그의 가짜 영웅 행세를 밝히는 일이란 소련에서는 지극히 간단한 일. 2억4천5백만 인구 중 『소령영웅』칭호를 받은 자는 1만2천4백50명, 『사회주의노동영웅』은 1만6천2백50명, 두개 모두 받은 사람은 극소수일뿐 아니라 이들의 명단은 쉽게 조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체르긴」이 어떤 응징을 받을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가짜기사를 「체크」하지 못한 편집자는『엄한 처벌』을 받았다고 동지는 말했다. 【뉴요크·타임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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