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 집기서 공업용품까지 한눈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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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독일의 현대 산업「디자인」전이 중앙일보와 주한 독일 대사관 공동주최로 16일 국립공보관에서 개막되었다. 앞으로 1개월간 한국의 관객을 위해 무료로 공개되는 이 「디자인」전에는 가정용 집기로부터 공구·자동차 부속에 이르기까지 1백 62점의 공업제품을 출품하고있다.
「디자인」하면 흔히 울긋불긋하고 올목졸목 새겨 붙인 것을 연상한다. 그러나 이 「디자인」전에 출품된 공업제품들은 한결같이 너무도 단조해 관객들을 어리둥절케 한다. 우선 빛깔이 전혀 없다.
모든 제품이 희지 않으면 검은 빛 뿐이다. 또 외형은 직선과 원으로만 이루어져있다. 쓸데없는 곡선이나 군더더기 장식이 없는 것이다. 이 점은 독일의 공업 도안의 특징이며, 그게 바로 이 전시회를 이해하는 첫 걸음이 된다.
여기 전시된 제품은 당초부터 그러한 배려 하에 선정된 것 같다. 서독에 있어서 공업 「디자인」의 개관을 보이기 위하여 가정용 집기·장난감·전기기구·자동차 부속품에 이르기까지 광범하게 수집된 것임에도 그들의 「심플」한 개성 속에 전체가 포괄된다.

<재료에 충실하고 다의적 기능 고려>
흡사 한사람의 머리로 된 듯 싶은 느낌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는 각기 다른 저명한 「디자이너」들의 작품임이 명시돼있다.
그들의 「디자인」은 먼저 재료에 충실하고 다의적 의미에서의 기능을 십분 고려하였다. 그러면서 미술적으로 민감한 「디자이너」의 감각에 의해 「모던」하게 처리되었음을 볼 수 있다.
가령 「투르트·페트리」의 도안에 한 도자기(「우르비노」타자보)의 경우만 하더라도 아무런 무늬도 넣지 않은 순백인데 잔과 받침접시·손잡이 등이 아주 균형을 이루고 있다. 외반한 각도와 크기 및 두께 등 엄밀한 계산하에 제작되므로 건강하고 깔끔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표현을 빌면 『단순한 미적 배려보다 사회적 윤리적 가치가 중요하다』는 관점이다.
대개의 제품은 흰색인데 엄밀하게 말하면 회색계통이다. 다만 「스위치」같은 데만 적·청·황색 등으로 하여 「액선트」를 주고 있으며 예외적인 경우라면 야외용의 색깔 있는 그릇들이다.
역시 용도에 충실한 색깔이다. 흰색과 검은색만의 조화는 가장 싫증을 느끼지 않는 색깔.회색은 어디에나 잘 조화되는 부드러운 색깔이다. 그렇다고 해서 독일 미술이 다 색깔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숙고된 크기·두께|건강하고 깔끔한 맛>
여기 몇장 곁들인 「포스터」들은 아주 대조적으로 원색이 발랄하다. 곧 공업 도안의 경우 불필요한 색깔의 자극을 최대한 피했다는 결론이 된다.
이같이 물품을 쓰는데 필요치 않은 장식이나 색깔을 일체 제거함으로써 그 물품과 재료의 성격을 명백히 조화시키고 있는 점이 독일의 현대 산업「디자인」의 공통점이다.

<「스위치」같은 데만 적·청·황색 써 강조>
『혁신적일 만큼 새롭지 않은 「디자인」의 발견』 즉 단조한 「디자인」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가를 이 전시회는 제시해 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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