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도서의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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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970년의 제16차 「유네스코」총회는 1972년을 「세계 도서의 해」로 선포할 것을 각국 정부에 건의키로 결정하고, 『책은 만인의 것』이란 「슬로건」 아래 인류문명의 계승 발전에 있어 도서출판과 도서가 차지하는 절대적인 중요성을 올해부터 전 세계적으로 새삼 강조키 위한 운동을 벌이기로 한바있다. 전 세계적인 규모로 펼쳐지고 있는 이 운동에 발맞추어 우리나라에서도 「유네스코」 한위와 대한 출판문화협회는 지난 13일 『세계도서의 해』 기념식을 갖고 이 운동의 국내적인 전개로서 올해를 『국가 도서의 해』로 선포키로 결정, 대대적인 출판 및 독서 장려 운동을 벌이기로 한바있다.
두 말할 것도 없이 오늘날 인류 문명의 발달은 어느 의미에선 출판문화와 독서를 통한 지식의 광범한 전파를 통해 비로소 가능하게 되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같은 세계적인 운동을 국내에서도 전개코자 하는 이 마당에 있어서 우리는 출판과 독서동태에 관한 우리의 서글픈 실정을 새삼 성찰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오늘날 한국적 실정이란 한마디로 말하여 교육 인구가 해방 당시보다 수십 배나 늘었고 서적의 출판 또한 배가했으나 도서 인구는 늘어나지 않고 있다는 괴이한 현실이 이를 단적으로 상징하고 있다. 한창 책을 읽어야할 대학생들조차 교재마저 안 사본다는 현실이 바로 우리의 실정인 것이다. 책이 만인의 것이 되어야 한다는 「유네스코」운동은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도 요원하지만, 독서인구가 적어도 교육인구의 증가에 비례할 만큼 불어나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국가적 요청이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가 도서의 해』운동 중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모범 서점제도의 개설과 그 운영』 을 비롯해서 『선물은 책으로』, 『장거리 교통기관 내에서의 독서운동』등 그 운영의 묘를 얻으면 상당히 큰 실적을 거둘 수 있는 것도 없지 않지만, 국가적 차원에서는 이보다 더 근본적인 출판문화 향상과 국민의 지속적 독서습관 함양운동이 있어야 할 줄 안다.
구체적으로는 우선 이 나라 출판업계의 해묵은 숙제였던 출판금고의 설치문제가 차제에 성취되기를 우리는 요구하고 싶다.
3억원 목표로 출발한 출판금고 기금 모금상황은 발족이후 벌써 4∼5년이 경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고작 4천만원 밖에 안 되는 한심스런 실정에 있는 것이다. 입만 벌리면 민족문화의 창달을 외치는 허다한 정치가와 자칭 문화계 인사가 수두룩함에도 불구하고 그 근본이 되는 출판에 대한 가치인식이 이다지도 저조한데 대해서는 안타깝기 그지없다. 둘째로 우리는 도서관의 운영실태와 그 빈약한 시설, 현황에 대해서도 불만이 크다. 오늘날 현대적인 국가에서의 도서관이란 결코 책을 서고에 집어 처넣고 독서가가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정적 시설물일 수는 없는 것이다. 생활과 밀착한 지식과 정보의 적극적 공급선으로서 도서관은 스스로 능동적인 활동으로 민중 속에 뛰어들어가 독서 운동을 벌이는 움직이는 기관이 되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도서관은 그나마 극히 제한된 연구가들의 필요에도 도움이 안될 정도로 빈약하기 그지없으며, 공공도서관이라 하면서 수요가 많은 책조차도 고작 1권만을 비치하여 대중의 이용과는 거리가 먼 실정에서, 책이 만인의 것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근본적인 것은 국민의 독서열이라 하겠다. 이것 없이 출판문화가 있을 수 없고, 이것 없이 도서가 사람의 힘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책 읽는 국민이 되자하고 아무리 외쳐봐도 책 읽는 버릇이란 손쉽게 배워지는 것은 아니다. 어릴 때부터의 교육이 중요한 것이다. 독서인구의 저변을 확대하는 공작은 적어도 국민학교 교육과정에서부터 치밀하게 계획되고 빈틈없이 실천에 옮겨져야 한다. 이 나라의 교원들은 학생을 교육하고 학생들을 통해 가정과 사회를 교육한다는 기본 교육구조의 창성이 출판과 독서의 문제에 있어서도 관건이라 함을 우리는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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