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패 가름할 주민협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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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시내에는 17만여동의 무허가 판잣집이 있다. 이 무허가 판잣집은 공원과 녹지, 풍치지구, 국유림, 시 유림 등으로 된 지목대지에 들어서 30년 이상 되는 것도 10만여동이 넘는다.
서울시는 새로 발생하는 무허가 판잣집을 항공촬영 등 방법으로 철저히 방지하는 한편 공원이나 녹지가 이미 무허가 판잣집으로 꽉 차, 도저히 철거가 불가능한곳은 지역을 고정, 새마을운동의 하나로 이들 무허가 판잣집을 개량, 양성화시키기로 했다.
서울시는 1차로 내년까지 1백24개 지구 2만4천동의 무허가 건물을 개량할 계획이다.
서울시의 이 같은 무허가건물 개량사업은 선거 때마다 유권자에게 양성화가 약속되었으나 공약으로 끝나고 실천되지 않았다.
무허가건물 주민들은 무엇보다도 자기소유의 대지와 합법적인 건물을 갖고자 한다. 당초의 사업이 5년 이상이나 지연된 것도 이 같은 요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한 때문이었다. 따라서 새마을 운동으로 실시되는 이번 현지개량사업은 주민들이 스스로 개량하겠다는 의욕을 표시했을 때 우선 대지를 불하한 다음 사업에 착수하도록 되어 있다. 서울시는 현지개량사업승인과 아울러 대지의 불하 문제를 신속히 처리할 수 있도록 이미 국세청·문교부·총무처·산림청·국방부·한전·철도청 등 관계기관과 합의되어 있다고 밝혔다.
오는 4월1일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에 착수할 계획인 새마을운동 현지개량사업은 소방도로·상하수도·석축계단 등 환경시설비의 35%를 서울시가 관토이나 「시멘트」 등 자재로서 부담하고 나머지 65%는 주민들이 노력부담 또는 개인별로 맡아 하도록 되어 있다.
현재 서울시의 무허가건물 집단지역은 대체로 도로 폭이 2∼3m이며 공동수도를 사용하고 건물규모는 평균대지 13평, 건평 11평으로 나타나 있다.
이번 개량사업은 도로율을 15% 기준하여 4∼10m로 확장하며 상수도는 각 가정마다, 건물규모는 대지27평 건평16평을 최하기준으로 삼고 이보다 작은 대지와 건물에 살고있는 주민들에게는 2∼3개의 필지를 합해 건평 16평 이상의 연립주택을 짓도록 권장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현지개량사업은 ①서울 시민들이 지나치게 이기적이어서 협동체계를 이루기 힘들고 ②대지를 합병한 후 연립주택을 새로 지을 때의 주민부담금 ③주민추진위원회의 부담금 배당 결정문제 등을 고려할 때 적지 않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도 주민들이 영세민이기 때문에 필요한 건축자금 마련이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올해의 이 사업을 시범적으로 끝내도록 18개 지역을 시범지구로 책정했다. 18개 시범지구에는 4천5백77등의 무허가·건물에 1만4천1백98가구가 입주해있어 1개 건물에 3가구 이상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18개 시범지구는 무허가 건물 집단지역 중에서 비교적 생활수준이 높은 지역이다.
서울시는 입주자가 공동부담금이나 건물개량자금을 부담할 능력이 없을 때 불하 받은 대지나 또는 건물의 연고권을 매매할 수 있어 측면 적으로 현지개량사업을 촉진할 수 있도록 했다.
무허가건물을 줄이기 위한 시 당국의 이 같은 노력에 대해 현지 입주자들은 비교적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있다.
의욕적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35%의 시비지원이 있으나 주민들의 협조가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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