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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급증에 고민하는 일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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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2월 말 현재 외화보유고가 1백63억「달러」를 기록했고 연내에 2백억「달러」를 돌파한 것이 확실한 일본은 이 급증하는 외화를 감소시키는 방안모색에 부심하고 있다.
작년 말의 외화보유고는 1백52억「달러」로 1년 전에 비해 1백억「달러」이상이 증가했으며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면 연내로 서독을 제치고 세계「넘버·원」의 보유국이 될 것은 확실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급팽창하는 외화보유에 두려움을 갖는 원인은 ①투기자금이 유입하는 서독과 달리 일본은 무역수지의 대폭적인 흑자로 외화가 늘고있으므로 「엥」화의 재평가절상압력이 대두할 것이고 ②대 개발도상국에 대한 일방적인 무역흑자가 비난의 대상이 되며 ③대량의 외화유입으로 작년 중에만도 1조「엥」이상의 국내통화가 증발되는 등 금융이 완만해진다는 데 있다.
따라서 일본정부는 급증하는 외화를 활용, 보유액을 줄이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있다.
대장성·통산성· 경제기획청 등 관계당국이 작성하고있는 『원대책8항목』(대외종합경제정책)이 그 중요한 방안을 집대성하고 있다.
주요골자를 보면 ①금년 중 외환변동보험제도를 신설, 일본 민간의 대외투자를 증대시키고 ②제2외환계정을 두어 외화의 장기운용을 계획적으로 하며 ③금리체계를 인하, 단기외자의 유입을 막는 한편 경기부양을 꾀하고 ④외국환은행에 대한 외화예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것 등이다.
특히 통산성은 제2외환계정의 창설에 역점을 두고있는데 그 내용은 현재 단기채의 구입, 외은에 예금 등 단기운용만을 하는 외환계정이 못하는 자원개발 대외원조 등 장기운용을 전담케 한다는 것이다.
또한 「엥」화와 「링크」시켜 개발도상국에 원조하던 방식을 바꾸어 외자를 그대로 원조하고 「끄나불 달린 원조」를 완화하며 해외부동산 투자장려, 수출급증에 대비한 수출세신설 등으로 외화유출을 촉진할 근본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밖에도 현재 40개 품목인 잔존수입제한품목의 조속한 철폐와 함께 ①원재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율이 높은 완제품 관세를 인하하며 ②외환관리의 자유화를 앞당겨 추진하고 ③서독의 대외직접투자기금과 같은 기관과 현금예탁제(주=단자를 들여온 기업에 일정비율의 현금을 적립케 하는 제도)를 도입할 계획으로 있다.
일본정부는 국제통화의 다각조정이 불과 3개월 전에 이루어졌는데도 아직도 「달러」의 투매가 심해 통화불안이 계속되고 있는 반면 일본은 「달러」를 너무 많이 보유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늦기 전에 손을 쓰자는 의도를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외화사용책의 일환임은 물론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일본은 APU구성제안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동남아경제권 구상을 시기상조라고 평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가 예상 밖으로 불어나는 외화로 일본자체의 경제가 위험수위에 도달한 감이 있자 이제는 균형을 찾기 위해 대응책을 찾아야 할 입장에 몰리게됐고 이제는 앞강 서서 APU구성을 주장하게 됐다.
일본정부가 곧 구체화할 방안들이 좋은 효과를 가져올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일본은 좀더 빨리 외화급증의 근원인 무역수지에 눈을 돌리고 과감한 수입확대와 이를 위한 경기회복책, 자유화, 관세인하를 실현했어야만 될 것이었다. <현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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