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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보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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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5일은 경칩. 겨우내 깊은 잠에 들어있던 온갖 동물들이 동면에서 깨어나 꿈틀거리기 시작한다는 날, 결정적인 봄의 시작을 고하는 날이다. 이제 아무리 동장군이 시샘을 해도 화창한 봄이 활짝 열려, 자연의 숨가쁜 약동이 다시 시작되는 계절에 우리는 있는 것이다. 농촌에선 일손이 더욱 바빠지겠지만 도시민들은 일요일의 하루를 즐기기 위해 산과 들을 찾으며 고궁 또는 동물원 등을 찾는 게 더욱 잦아질 것이다.
이와 같은 계절을 맞이하여 창경원 당국은 『동·식물을 사랑하자』는 「캠페인」을 10일부터 벌이기로 했으며 전북도에서는 이른바 삼재(한해·수해·공해) 추방을 위한 자연보호사업계획을 수립하고 매달 25일을 『자연보호의 날』로 정하여 야생조수와 어류의 남획을 금지하도록 했다고 한다.
우리주변의 자연이 공해 또는 야생조수·어류 등의 남획으로 말미암아 나날이 황폐화하고 있다는 현실을 생각하면 전기한 바와 같은 「캠페인」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하지 않을 수 없고 또 그에 대한 협조를 아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창경원당국이 동·식물애호운동을 벌이게 된 것은 봄철이면 밀려드는 많은 관광객 가운데 짓궂은 손님들이 먹지 못할 것을 과자 등으로 위장, 던져주어 이를 먹은 동물이 병이 나는 일이 잦아, 서둘러 착수했다고 한다. 일례를 들어 지난달 24일 「바바리」양 수놈이 먹이를 주어도 거들떠보지 않으므로 토사약을 먹였더니 「비닐」봉투·양말조각·자갈 등이 무려 5백50g이나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이렇듯 창경원의 동물들에 대해서 골탕을 먹이게 하는 장난이라든가 또 산이나 들에 나가 꽃과 나무가지를 꺾는다거나 야생조수 또는 어류를 포획하는 재미는 일종의 본능적 충동이라고 할까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한 바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재정을 들여가면서 공들여 키우고있는 창경원 동물이 사람들의 부질없는 장난 때문에 수난을 당하고, 우리주변의 자연이 나날이 황폐화하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직시할 때, 참으로 슬기로운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시 한번 자연에 대한 외경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무엇이며 동·식물애호가 인생에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인가를 깨닫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현재 어느 나라에서나 공적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이른바 공해로부터의 보호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물론 정부시책도 중요하지만 관계 단체를 위시해서 지방민 또는 관계인의 협조가 크게 필요하다.
그리고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여가를 즐기는 도시민들, 특히 조사나 수렵사들의 마음가짐 또한 중요함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지난 수년에 걸쳐 조사 또는 수렵사들이 격증함에 따라 야생조수나 어류의 격감을 우려하는 사람이 적지 않으며 그들의 행동에 대한 비판의 소리 또한 적지 않다.
물론 야생조수나 어류에 대한 멸종의 위기는 조사나, 수렵사로부터 오는 것이라기보다 그 보다 더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공해·폭발물사용·그물질·독물사용·저수지 또는 하천이 고갈할 때의 경우가 될 것이다.
따라서 통틀어 자연보호에 있어서는 우선 자연에 대한 외경심을 갖는 범국민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위해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역시 도시 시민층의 솔선수범이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봄과 더불어 여가를 즐기는 도시민들은 이 점을 깊이 명심하고 자연보호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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