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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돼 가는 미의「중공 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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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상해·워싱턴간 기상에서=스탠리·카노 기자(WP지)본사 독점특약】닉슨 대통령의 대 중공 양보는 미국의『항복』이라기보다는『비현실적』대 중공 정책의 수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닉슨과 그의 특별보좌관 헨리·키신저는 20여 년에 걸친 교착관계를 타개하기 위해서 얻는 것보다도 더 많이 양보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할 수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닉슨 자신은 상원의원과 부통령으로 있던 1950연대에 중공과의 화해를 반역과 동일시하였던 보수파중의 한 사람이었다.
따라서 미국이 이제 와서 과거의『과오』를 시정하고 있다는 중공 측의 주장에는 어느 정도의 정당성이 있을는지 모른다.
즉 한중공인이 미-중공 정장회담 결과에 논평,『우리들은 미국에 빚지고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으나 미국은 우리들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 그러니 미국은 이제 그 빚을 청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닉슨이 중공 측에 행한 중요양보는 대만으로부터 미군과 군사시설을 철수시키겠다고 공약한 점이다.
닉슨은 또 미국이 대만에 대한 중공의 영토권 주장에『도전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중국은 단하나 뿐이라고 시인하기도 했다. 그는 더욱 『중국인들 스스로가』 대만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함으로써 미국이 더 이상 대만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런 것들은 바로 여러 해 동안 중공 측에서 요구해 오던 사항인 것이다.
그런데 닉슨과 「키신저 보좌관은 미국의 대 대만방위공약을 모호하게 얼버무렸다.
키신저 보좌관은 27일 상해에서 기자들에게 미·중화방위 조약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으나 이것은 대만을 중국 영토의 일부라고 표현한 공동 코뮤니케의 구절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닉슨 행정부가 전 중국의 대표정부는 장개석 정부라는 것을 견지하지 않는 한 미국으로서는 어느 한나라의 1개성에 대한 방위공약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원칙상으로는 닉슨이 지난 21일의 만찬 연에서 중공수상 주은래가 제기한 요구를 충족시킨 셈이다.
이의 반대급부로 중공 측은 미-중공 쌍 무 통상과 과학·스포츠·문화·언론인 교류 등을 위한 닉슨의 제안에 동의한 것이다. 중공 측은 또 닉슨이 당초 얘기했던 것보다 더 신중한 태도로 쌍 무 문제의 토의를 위해『선임』미 외교대표의 수시 북 평 방문에 동의했다. 키신저 보좌관이『어느 편이 어느 문제에서 몇 점을 더 땄나』하는 식의 계산을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지만 닉슨의 양보는 그가 얻은 양보보다 명백히 더 크다.
중공은 처음부터 한가지 좋은 이유로 이익을 보고 있었다. 닉슨이 그의 중공방문을 TV로 화려하게 보도하게 하려는 의도를 포착, 그를 만족시켜 주어야 할 어떤 기대들이 국내에 조성될 것을 중공 측은 간파하고 있었다.
다시 말하면 닉슨 자신이 마련한 전파를 통한 퍼불리시티가 모종의 합의를 가지고 귀국하게 되기를 열망할 것으로 중공 측은 세심하게 계산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중공은 닉슨이 어떤 합의사항을 갖고 중공을 떠날 수 있게 자기들의 요구를 응낙하지 않을 수 없게 함으로써 닉슨을 자기들 페이스에 말려들게 한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배경회담은 중공으로서는 최초의 TV외교였고 중공은 이를 훌륭하게 수행했다.
중공은 처음에는 모택동과 회담하는 닉슨의 모습에 그 다음에는 중공의 보도기관에 대서특필함으로써 닉슨에게 점차 스포틀라이트를 강하게 비추었다. 유사이래 이 중화왕국을 방문한 다른『야만적인』추장들과 마찬가지로 닉슨도 그의 예측대로 주말까지에는 중국이라는 거미줄에 깊숙이 빠져든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배경정상회담을 닉슨의『내통』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첫째, 이 코뮤니케에는 앞으로 중공의 거치가 실망 적 일 때 닉슨이 빠져 나올 수 있는 많은 도피구와 구실의 여지가 있다.
예를 들면, 대만으로부터의 미군 병력과 장비를 철수하겠다는 그의 공약은『궁극적인 목표』로 표현되어 있다. 게다가 대만으로부터의 병력철수는『그 지역』의 긴장 완화에 따라서 수행된다고 표현되어 있다. 이는 미국이 마음대로 정의할 수 있는 모호한 표현인 것이다.
한편 과학·문화 등 교류를『촉진』키로 한 중공의 합의라는 말도, 중공이 미국과의 관계를 조금씩 개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표현되어 있는 것이다. 『고위』미국 외교사절을 받아들이기로 한다는 중공의 합의에서도 역시 같은 배려가 되어 있다.
이는 결국 양측이 앞으로 수개월간 각자가 나아갈 길을 신중히 탐색할 것임을 의미한다. 키신저는 기자들에게『코뮤니케가 지적하려하는 방향에서』코뮤니케를 보아야 한다는 말에서도 이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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