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의 북경 열」에 경계론 대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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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편집자 주】「롤런드·이벤즈」와 「로버트·노바크」양씨는 미국언론계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콤비칼럼니스트이다. 이들은「닉슨」의 방문이 가져 올 위험에 경고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지=본사독점특약「롤런드·이벤즈」-「로버토·노바크」기】미국가정의 TV스크린을 가득 채우고 있는『북경으로부터의 환희』는 동시에 이곳 외교 전문가들에게 이번 「닉슨」의 중공방문이 중공 측에 대가없는 외교적 대승리를 안겨 준데 비애「닉슨」에게는 많은 위험 적 요소를 안겨주었다는 놀라움을 주고 있다.
그와 같은 놀라움은 정부안의 정책입안자들에게 만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니며 미국시민들이 TV스크린에 비치는 모택동과 주은래에 대한 호의적인 모습을 보고 지나친 기대를 갖게 됨으로써 앞으로「닉슨」이 극동정책을 수행해나감에 있어서 위험할 정도로 행동의 자유를 속박하게 되리라는 가정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좋은 예는 미국의 으뜸가는 중공문제전문가인「존·페어뱅크」「하버드」대 교수와 같은 전문학자에게서 조차 찾을 수 있다.
그는 지난 일요일 NBC방송의『언론과의 대화』 프로에서 다음과 같은 믿기 어려운 말을 했던 것이다. 『「닉슨」대통령은 북경을 방문함으로써 냉전종식이라는 위대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곳 극동문제전문가들을 걱정스럽게 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널리 퍼져 있은 낙관론이다.
즉 전문가들은 「닉슨」이 냉전을 종식시키기는커녕 중공지도자들과 친근한 관계를 맺는데 너무나 엄청난 개인적 투자를 함으로써 대 북경 협상 능력을 위축시켰다고 우려하고 있다.
「닉슨」이 어떻게 해서 그처럼 개인적으로 깊이 개입하게 되었는지를 이해하려면 이번 방문의 북경을 살펴보아야 한다.
69년 초「닉슨」이 엄중한 「죽의 장막」을 걷기로 처음 결정했을 때 그는「바르샤바」주재 미국대사에게 미국사절단을 북경에 파견할 수 있는 길을 탐색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대한 긍정적 해답은 70년 초에 전달되었는데 이때 북경 측은 고위급 사절단을 요구했었다.
이때 국무성과 백악관은 이 사절단이「마셜·그린」극동문제담당차관보나 또는 그보다 약간 하위 급의 관리를 수석으로 해야된다는 의견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사절단 파견에 관한 중공과의 이런 잠정적인 합의는 70년5월의 크메르 침공으로 좌절되었고「바르샤바」에서의 접촉도 당분간 단절되었다.
다음 크메르 침공 1년 후 북경은 다시 사절단파견을 은밀히 요청해왔다. 그런데「닉슨」은 갑자기 당초의 계획을 승격시켜 「키신저」를 파견했다.
사절단의 급수를 그처럼 엄청나게 승격시킨 이유라든가, 또 72년의 대통령선거가 그 이유 중에 어느 정도를 차지하는지는「닉슨」자신밖에 알지 못한다. 그러나「닉슨」이 그와 같은 결정을 내린 다음에도 대통령의 외교자문기관 (정치고문은 아니었음) 은 이 회담이 소박한 형태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력히 요구했었다. 소박한 형태란 TV방영을 최소한으로 줄이든 가 전연 제외해 버리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고문들은「닉슨」이 이『평화를 위한 여정』을 모조리 수백만 미국 유권자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얻게 될 화려한 효과를 내세워「닉슨」의 방문에 회의적인 외교전문가들에 맞서 쉽사리 그들의 주장을 관철시킬 수 있었다. 더구나 중공지도자들까지도 조작 가능한 매체를 통해서 미 국민들에게 자기들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TV방영을 옹호하고 나섰다. 이리하여 소박한 형태의 중공방문계획을 무산해 버렸다.
약삭빠른 중공지도자들은 미국사상 최초요 최장기의 중공 방문 길에 들어선「닉슨」을 맞으면서 모든 사항을 마음대로 조절, 엄청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예를 들어주는 초대연에서 중공은 이미 55년에 미국정부와 협상할 용의가 있음을 공식으로 표명했다고 말함으로써 외교적이기는 하나 오해의 여지없이 양국간의 오랜 적대관계의 책임을 미국에 씌워버렸던 것이다. 이 자리에서 「닉슨」이 이에 대응하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미국의 그와 같은 책임을 자인한 것이라고 이곳에서는 풀이하고 있다. 「닉슨」이 만약 양국간의 화해를 위한 사절단파견계획을 처음대로 소박한 형태로 실시했었더라 면 이런 부작용은 모두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처럼 깊숙이 개입한 지금에 와서 그는 곧 자기가 위험할 정도로 미래의 행동을 속박 받게 되었음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그는 거듭 성급한 성과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지만 미국국민들은 빛나는 성과를 기대하도록 조건 지워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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