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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구금 제 교도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신직수 법 무는 23일의 전국교도소장회의에서 민주 행형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반 구금 제」에 관하여 자신의 구상을 피력하는 한편, 노역 수들을 대량생산체제의 방위산업에 동원하는 문제, 그리고 교정 직 공무원의 복무자세확립 등에 대해 지시했다.
법무부의 이 같은 반 구금 제 실시구상은 우리 행형 사상 획기적인 것으로 주목할 만하다.
법무부의 구상에 의하면 과실범·초범 자 등 비교적 죄질이 가벼운 재소자에 대해서는 외부직장에도 출근할 수 있게 하며, 접견과 교신에 검열·입회를 하지 않고 담배도 피울 수 있도록 허가한다는 것이다. 또 이들의 복장은 일반재소자와 구별하여 작업복을 입게 하고, 일요일과 휴일에는 3시간 내지 10시간동안 외출도 허용할 것이라 한다.
이처럼 반 구금 제 또는 반개방제의 형벌제도는 우리 나라에서는 처음 보는 새로운 시도이지만, 외국에서는 이미 좋은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까지 형벌이라면 의당 응 보 적인 것으로만 생각되어 수형자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고통을 주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것처럼 착각돼 왔었다. 따라서 이 같은 관념하의 교도소시설은 본질적으로 응 보형 적인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했었다고 재소자는 인간이하로 취급되어, 변기를 방안에 두고 물조차 마음대로 못 마시고, 재소자의 독서 같은 것은 처음부터 거의 불가능시 하는 등 인간이하의 생활이 강요되어온 실정이다. 따라서 교도소에서는 초범 자나 누 범 자가 잡 거하여 초범 자들은 오히려 누 범 재소자들로부터 도벽과 기타 범죄수법을 배워 나오기 일쑤요, 이것이 높은 재범 율의 원인을 조성해왔던 것도 숨길 수 없다.
법무부는 이러한 폐단을 없애기 위하여 형무소란 명칭을 교도소로 고쳤으나 시설은 과거와 별 차이 없고, 교도관이나 정책결정자의 정신자세도 재소자에 대한 대우도 개선되지 않은 채 인간이하의 처벌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되었다고 이 같은 형벌제도는 분명히 전근대적 유물로서 그러한 제도의 존속은 인간의 존엄만은 적어도 보류되어야 할 문명사회에서는 용인 될 수 없는 것이다. 오늘날 여러 나라의 헌법이 잔혹한 형벌을 금지하고, 심지어 사형제도의 폐지까지 명문화하고 있은 것은 이러한 시대정신의 반영으로서 당연히 본받아야 할 것임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수원교도소와 같은 모범적인 시설을 설치한바 있지만, 사실은 이 교도소에서의 재소자에 대한 처우가 모든 수형자에게 확대되는 것이 이상이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중죄를 저지른 사람일지라도, 그 또한 인간인 이상에는 적어도 깨끗한 공기와 물을 마시고, 적당한 운동을 할 수 있고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수 있는 권리만은 보장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법무부가 이제 뒤늦게나마 반 구금 제를 도입하려는 것은 우리 나라 행형 제도가 응 보형에서 교육형으로 전환하려는 제1보를 내디딘 것으로 나라 전체의 민주화를 위해서도 크게 환영할 만한 구상이다.
법무부는 이밖에도 또 재소자의 분류수용제도를 변경, ①과실범 또는 우발범인 A급 수용자는 재생 건설 단·직업훈련 단에 참여시켜 악성 감염을 예방한다 ②비교적 범죄성이 강한 B급 수용자는 중노동에 종사케 한다 ③죄질이 포악하거나 우범장기수인 C급 재소자에 대하여서는 독 거케 하고 철저한 계 호를 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법무부의 용상은 원칙적으로 타당하다 하겠으나, 그 어느 경우에도 행형 제도의 궁극적 목적이 모든 재소자에게 사회복귀를 위한 재교육에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한편 우리의 주위를 돌아보면 우리 나라에서는 미결수도 기결수와 거의 같은 방법으로 구치하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몹시 부당하며 위법 적인 사태이다. 미결수는 아직도 무죄의 추정을 받고 있는 사람이기에 미결감방에서의 행패나 비인간적인 행위가 절대로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감독이 있어야 할 것임을 부언하지 않을 수 없다.
법무부의 교도행정개선방안을 환영하면서 우리의 행형 제도가 적어도 숨쉴 수 있는 공간과 충분한 물, 신선한 공기를 재소자에게 보장해 줄 수 있을 때 비로소 참다운 행형 민주화의 기초가 서게 되는 것이라는 것을 거듭 강조해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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