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닉슨 훈풍 이는 영하의 북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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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닉슨」대통령이 22일 이른 아침 로저즈」국무와 북경 거리를 산책한 뒤 스태프들과 주은래와의 제2차 회담에 대해 숙 의하고 있는 동안「패트」여사는 천안문 동편에 자리잡은 6층 건물「북경반점」의 주방을 방문했다.
이날「패트」여사는 긴소매에 밴드가 달린 드레스차림으로 주방에 들어가 하얀 색깔의 모택동「캡」을 쓰고 일하고 있던 북경「반점」혁명위원회 의장이자 주임「쿠크」인「선·헤인·밍」의 안내를 받았다.
주방엔 김이 무럭무럭 나는 솥들이 즐비했고, 약 1백 명의 요리사들이 젓가락·국자를 들고 음식에 양념을 치고 채를 썰고 지짐질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당장 눈에 띄는 것으론 하얀 소스를 친 금붕어, 해초에 계란부침을 얹은 것, 새고기 튀김, 닭국에 야채 넣은 것 등 그날의 메뉴가 있었다. 『백악관에 가서 만들어 보게 나한테 북경오리고기 만드는 법 좀 가르쳐 주세요』하고 여사는 주방장에게 말을 걸었다.
『1등 요리사가 되려면 족히 10년은 걸린답니다』하는 요리사의 말에 여사는 『나는 전 생애를 통해 요리를 잘 만들려고 애써봤지만 아직도 솜씨가 신통치 않아요』하고 가벼운 한숨을 내쉬기도.
여사가 젓가락을 집어 닭 요리와 죽순을 한 잎 입에 넣자 중국인 요리사들은 활짝 소리내 웃었다.
조그만 어린 소녀를 본 여사는 이마에 키스를 해주고 주방장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주기도 하면서 밀가루 반죽 한 덩이를 떼어 입에 넣는 체해 사람들을 웃겼다.
『나는 중국음식을 아주 좋아해요. 남편은「커티지·치즈」와 「케첩」을 좋아하는「스파르타」식 미각의 소유자지만 돌아가서는 원래 좋아하던 중국음식을 다시 즐기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밖에도 여사는 봉황새 모양으로 빚은 과자에 찬탄, 달고 신「피클」을 기자들에게 권하기도 했다.
이날 저녁 「닉슨」대통령 부처는 주은래 부부와 강 청과 더불어 인민대회당에서 『홍색낭자 군』이란 혁명「발레」를 구경했다. 강 청의 후원 하에 중공 무도·연극단에서 공연한 이「발레」는 1930연대 해남 도를 배경으로 지주 및 일본군과 빈농소녀간의 「계급투쟁」을 그린 것이다. 「닉슨」내외는 통역을 통해 설명을 들으며 현대음악과 중국의 꽹과리 소리가 적당히 혼합된 「멜러 드라마」를 열심히 감상했는데, 무용은 육체의 율동과 얼굴의 표정을 다같이 중시, 의장은 단조로운 인민복 「스타일」이나 주연급은 실크 의상을 입었다.
「발레」자체는 서구적인 요소가 더 많은 것이었고 2천명의 관중이 참석한 이날의 공연이 끝나자 「닉슨」대통령은 벌떡 일어나 주연을 맡은 「칭·화」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닉슨」- 강 청의 첫 대면이 있은 것도 바로 이 자리였다. 강 청은 몇 해 전의 극렬한「이미지」완 달리 평범한 여인같이 보였다.
「패드」여사의 발길은 이날 낮 북경동물원에도 미쳤다. 그리고 전날의 연회에서 주은래가 「팬더」한 쌍을 선물로 주기로 약속했다는 「중대발표」를 했다. 동물원 측「린·유·화」는 중공 말고는 「모스크바」·「런던」·북괴만이 「팬더」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NBC방송은「패트」여사를 북경거리에서 직접 「인터뷰」, 여사는 주은래 부인 등영초가 병 구를 이끌고 방문해준 데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거리에 나온 북경여인들의 모습은 볼품없는 옷차림에도 불구하고 퍽 예뻐 보였다는 소식. 한편 특보 판 앞에는 시민들이 모여 들어「닉슨」동정에 큰 관심을 나타냈고 TV는 20분간 방영, 인민일보도 사진을 7장이나 게재해 크게 보도했다. 하루 늦게 사진을 크게 게재한 이유는『미국신문이 먼저 보도하게 할 목적이었다』고 주의 공보관이 전하기도.
북경에 간 미국인들이 제일 많이 사는 기념품은 침술인형이라고. 약 1달러 짜 리의 이 인형은 단추를 누르면 마치 침을 놓는 시늉을.
「닉슨」-주의 2차 회담은 서로 상대방의 진의와 의견을 타진하는 사무적인 단계, 회담 실도 작아 서로의 의견교환에나 안성맞춤.
주은래는 담배 갑을 미국대표들 앞에 내 놓았으나 담배 피우는 사람이 없어「닉슨」대통령은 빙그레 웃으며 옆으로 밀어 놓았다.
회담분위기도 처음부터 화기애애하여 회담을 시작하기 전 사진을 찍을 때는 모두 한바탕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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