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런 첫발 "평화 위한 긴 행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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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경=스탠리·카노(WP지) 본사독점특약】21일 북경에 도착한 「닉슨」미대통령은 중공수상 주은래와의 회담예정시간을 갑자기 변경, 모택동의 자택에서 약 1시간 모와 회담한 뒤를 이어 인민대회당에서 주가 베푼 만찬연후 다시 주와 회담했다.
그러나 회담했다는 사실만 발표되었을 뿐 회담내용은 일체 밝혀지지 않았다.
이곳 서방소식통들은 「닉슨」-모 회담에서는 심오한 철학적인 문제가 토의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모는 최근 외국고관들과 만났을 때 신이란 존재하느냐는 등의 질문을 던졌다고 같은 소식통들은 말했다.
모는 또 딴 외국방문객들과의 대화에서 각국의 인민과 그들 운명의 역사적인 관계와 같은 심오한 주제들을 들고 나왔다고 이 소식통들은 상기시켰다.
주는 모와는 달리 아마도 실제문제에 집착할 것 같다. 이곳 한 노련한 외교관은 이들 두 중공지도자간의 사이를 가리켜『모택동은 역사철학가이고 주은래는 역사창조자이다』라고 표현했다. 최근의 중공지도충의 사고방식에 밝은 서방외교관들은 주가 「닉슨」대통령에게 월맹에 대한 중공의 전폭적인 지지를 명백히 하는 동시에 「닉슨」인지정책에 어떠한 동조도 표하기 않을 것으로 믿고 있다.
주는 월남통일이 아직도 요원하며 미군이 월남에서 철수한다해서 반드시 공산주의자들의 「사이공」 정권접수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내세울 것으로 이들 외교관들은 시사했다.
한편 월맹이 「닉슨」의 중공방문과 때를 맞추어 대공세를 취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이곳에서는 추측이 구구하다.
이런 공세가 있을 경우 「닉슨」과 주는 다감이 난처해질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중공외교부는 지난 19일 미국의 북 폭을 규탄하는 공식성명을 발표한바 있다.
월맹과 기타 인지공산지도자들이 전 캄보디아 국가주석 「시아누크」공과 회담을 열 계획이라는 시사가 이곳에 나들고 있다.
지금 「하노이」에 가 있는 「시아누크」공은 「닉슨」대통령과 만날 용의가 있는 것으로 보도되었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 북경으로 되돌아 올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파리」평화회담의 월맹대표단 고문「레·둑·토」정치국원이 「닉슨」과 만나기 위해 북경에 와 있다는 보도도 떠돌았으나 확인되지 앓았다.
그러나 주는 「닉슨」과 「레·둑·토」간의 면담을 알선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일부 소식통들은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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