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서 북경까지 닉슨 수행 노트>92)닉슨, 기내서 중국 공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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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하와이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닉슨 대통령은 많은 시간을 주로 기내에 있는 그의 사실에서 중국의 역사와 문화·외교정책에 관한 책을 읽으며 보냈다. 간혹 밖으로 나와서는 키신저 보좌관과 로저즈 국무와 이마를 맞대고 구수회의를 가졌고, 백악관은 만다린(북경어) 발음으로 『푸른색깔의 모택동 복을 한벌 마춥시다』는 말에서 인사말에 이르기까지 간단한 회화교본을 일행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대통령 내외의 사기는 왕성했다. 『정말 신나죠?』하고 패트 여사는 기자들에게 소리를 지를 정도였다.
패트 여사는 배경의 날씨를 고려, 붉은 울·코트와 따뜻한 옷들을 준비했으나 바지는 안 가져왔다고 밝혔다.
한국시간으로 19일 상오10시30분 호놀룰루의 카네오헤 해병항공기지에 안착한 닉슨 부처는 빅터·암스트롱 해병여단장 자택에 여장을 풀었다.
암스트롱 준장과는 닉슨 부통령 시절 이래의 가까운 친구.
대통령은 하와이의 4천∼7천명의 환영군중과 미희들이 달아주는 꽃다발 속에 파묻힌 채 흑색 리무진을 타고 숙소로 간 뒤, 일광욕을 하려했으나 날씨가 좋지 않아 취소했다.
하와이에서 이틀간 머무르는 이유는 시차조정보다도 밤잠 덜자는 버릇을 키우기 위한 것이란 설도 있다. 주은래란 사람은 으례 저녁의 연희를 마치고 기나긴 야간회담을 하는데 천재적인(?)소질이 있기 때문.
패트 여사는 하와이에 와서도 중국공부에 여념이 없었다.
『중국의 고랑주를 조심하시오. 미국의 브랜디는 알콜 함량이 고작 12%인데, 그런 따위로 알았다간 큰코다치리다.』 이전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한 조크. 그의 손에 들려진 중국지도는 의외에도 CIA가 펴낸 것이었다. 놀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대통령은 『우리가 이만큼 중국을 모른다는 증거』라고 자책(?)하기도.
지글러 대변인은 호놀룰루에서 첫번째 발표를 했다. 『닉슨 대통령은 현재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생후 7개월짜리 사향소(밀튼과 마틸다) 2마리를 이달말 북경동물원에 기증할 것』이며 『28일 귀로에 앵커리지에서 6시간 기착한 뒤 워싱턴으로 귀환한다』는 것 등.
더 중요한 발표로는 이번 방문목적은 『양측간의 상설 연락망 설치』에 있다는 것과 닉슨·모 첫 회담이 22일 북경에서 있으리라는 것.
한편 세이머·핼펀 공화당 하원의원은 21일 정오를 기해 각 방송이 30초 동안의 기도시간을 할애하라고 건의했다.
NBC CBS ABC 등 각사는 이미1백50만 달러를 공동출장해서 TV중계 경쟁에 열을 올리고 일본의 NHK 등 외국방송도 독자적인 중계망을 중공당국에 신청 중에 있다. 중공은 26일의 항주회담을 위해 새로운 비행장을 2개월만에 완공했고 마르코·폴로가 천국으로 묘사한 서호에서 닉슨-모 선유회담도 만반의 준비가 다 대있다 한다.
닉슨 방문을 앞둔 북경기후 역시 섭씨 영도 이하의 다소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구정대목으로 상가와 음식점들이 전례없이 붐빈다는 소식. 번화가 와우정의 시장고 백화점엔 야채·육류를 비롯, 2만2천 가지의 의류·화학섬유제품·구두·양말·자전거·팔목시게·카메라·TV 수상기들을 팔고 있다하며 1백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북경 오리고기 반점 역시 여전히 흥청거리고 있다고.
대통령의 다음 기착지인 괌도에서도 환영준비가 한창이다. 아동들이 동원돼 거리 청소를 하고 전공들은 보도용 전화가설을 하느라고 부산한 가운데, 환영준비 위원회가 구성되어 공항엔 고등학생들의 밴드와 로크·캄보·밴드가 동원된다하며 하파·아다이(환여!) 포스터가 도처에 나붙었다.
그러나 이러한 세기적인 대행차의 진행은 미국과 중공간의 약속이나 한듯한 초 비밀주의로 오리무중에 빠져 있다.
『도대체 어떻게 되는거요? 보도 시설, 닉슨의 일정, 의전절차, 공항출영 여부를 좀 말해 주구려』하는 특파원고 북경 외교관의 물음에 대해 중공당국은 그저 『때가 되면 알게 되느니라』하는 식의 말만 되풀이 할뿐, 미국인 선발대들도 함구를 한채 숙소 밖으론 얼씬도 하지 않는단다. <신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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