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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족단계의 방송통신대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개정교육법·제1백14조의 2(68·11·15공포)에 따라 국립대학교에 설치할 수 있게 된 「방송통신대학」이 곧 정식으로 발족할 모양이다. 4년전 대학예비고사제 실시의 부산물격으로 별안간 법적 날개를 얻게 됐던, 이 방송통신대학제의 구상은 그동안 서울대 교수들에 의한 난산의 개교준비작업 끝에 지난 14일 차관회의를 통과한 한국통신대학설치령(대통령 영안)으로 마친대 그 윤곽이 드러났는데, 시행예산으로는 이미 8천1백여만원이 확보돼 있다 한다.
입학자격을 고교졸업자로 하여 초년도에는 가정·농학·초등교육·경영·행정학과 등 5개학과에 1만2천명의 학생을 모집하게될 이 방송통신대학(2년제 초대과정)은 서울대학기에 부설하되, 서울대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특이한 교육기관이다. 그리고 교육은 주로 서울대교수들이 집필한 교재를 배부, 통신교육을 중심으로 하되, 그밖에 1주 몇 시간의 방송특강과 1년 중 4주내지 5주간씩 협력학교(지방국립대)에서의 면접수업을 받아야 하고, 전 과정이수 후 소정의 검정고시 합격자에게는 정규대학3학년과정에 편입학 자격을 준다는 것 등이 동령의 골자인 듯 하다.
따라서 이 같은 새 「장르」의 교육「프로그램」이 공식제도화 했다는 사실 자체는 확실히 우리 교육사상 하나의 새 전기를 긋는 것으로서 그 막중한 교육적·사회적 의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다만 그럴수록 현재까지 알려진 이 대학의 개교 준비상황을 보고서는 우리의 관계 당국자 자신들이 이같은 신기축의 도입에 따를 허다한 문젯점들을 너무도 안역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는 것일까 하는 깊은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우리로서 먼저 생각해두어야할 것은 방송통신대학제도를 낳게 한 다른 여러나라에서의 사회적 배경이 우리에겐 거의 전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즉 영국을 위시하여 지금 몇몇 나라에서 시도되고 있는 방송대학제도는 그 전제조건으로 ①오랜 대학확장운동과 사회교육의 전통 ②TV·「라디오」 등 전파매체의 대여보급 ③교태용VTR·「카세트·코더」·「컴퓨터」 등 발달된 교육공학적 기기의 실용화 ④압도적으로 높은 고등교육에 대한 사회적 수요 등이 그 배경임을 알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들 선진국에 있어서 조차도 이같은 신제도의 도입을 위해서는 그에 수반될 여러 가지 행정적·재정적·기술적 난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적 레벨에서의 충분한 사전토론과정을 거쳐 튼튼한 협력태세가 확립됨으로써 비로소 발차의 육신호가 내려졌던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같은 견지에서 볼때 이 모든 전제적 여건의 성숙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더군다나 문교당국자의 배우만으로 불쑥 발족하는 한국방송통신대학의 전도가 얼마나 큰 곤란이 가로 놓여있겠는가는 처음부터 명백한 것이다. 하물며 개교를 눈앞에 둔 지금에 이르러서도 이 대학이 독특한 교육목적 자체엣 대한 뚜렷한 이념정립이 모자람은 물론, 아직까지도 전용주파수(AM·FM)나 「채늘」(TV)의 확보가 없고, 더군다나 교육과 방송기술분야 등 어느 사이드도 그 직무를 전담할 풀·타임·스태프의 배치를 고려하지 못한 채 개교를 서두르고 있는 것은 당국자의 무정견을 탓하기에 앞서 너무도 무모한 짓이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할 것이다. 따라서 이 대학의 개교에 앞서서 반드시 고려해야할 사항으로 우리는 우선 다음 몇 가지를 지적해 둔다.
먼저 교육관계 법체계 전체를 재정비하여 이 방송통신대학이 교육제도상 차지하는 위치와 그 교육이념을 뚜렷이 정립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특히 이러한 새 제도의 효율적 운용을 기하기 위해서는 비단 교육행정분야 뿐만이 아니라, 정부내의 전파·예산·과학기술·인사관리체계 등과 전산업조직까지를 포함해서 다방면에 걸친 밀접한 협조관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렇다면 교육법상에 삽입된 단1개조문과 몇 개 조항의 대통령 영만을 가지고서 이처럼 복잡다기한 유대관계를 대 전제로한 방송통신대학제도를 운영해 간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겠는가.
다음으론 이 대학이 이용하게 될 방송시설의 종류와 전파의 이용방식, 그리고 이 대학의 입학자격상의 특례규정, 기항 및 관리조직, 수업과 학식성취도의 허사·관리방식, 졸업생의 자격 등에 관해서도 설치 법상 상세한 명문 규정이 있어야 하며, 특히 학생들의 집단방송시청과 그룹 학습조직, 그리고 협력학교에서의 면접수업을 효율을 올릴 수 있게 하는 행정적 배려까지를 반드시 입법조항화해야 할 것으로 우리는 보고 있다. 어느 의미에서는 만사에 걸쳐 지나치게 보수적이라 할 영국에서조차 그들의 공개대학(오픈·유니버시티)의 발족을 위해서는 가히 혁명적인 입법조치를 필요로 했던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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