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보로』의 여걸들-각양각색인 「여자」로서의 그 면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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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삽보로·올림픽에 참가한 여자선수들은 모두 2백20여명이다. 이들을 자칫 나약한 여자라고 평하다가는 큰 코 다친다.
자기 조국과 개인의 명예를 위해 금「메달」에 도전하는 여자선수들도 「게임」에선 남자 못지 않은 투쟁의 화신. 하지만 그들 중에는 금「메달」을 위해 결혼을 연기해온 노처녀가 있는가하면 금「메달」보다는 보이 프렌드와의 데이트가 더 좋다는 소녀 등 여자선수촌은 일대 만화경을 이루고 있다.
「스키」 「크로스·컨트리」에서 3관왕이 된 소련의 「갈리나·쿨라코바」(29)는 「올림픽」 때문에 결혼까지 연기한 철저한 금「메달」신봉자.
68년 「그러노믈·올림픽」에도 출전했지만 성적은 5km 2위, 따라서 「쿨라코바」는 직장인 우로물샤 낙농장에서 사귄 애인의 결혼 요구를 가까스로 4년간 연기시켜놓고 이번에 금「메달」을 받은 것이다. 지난 6일 골 라인에서 스웨덴 코치인 구스탑슨이 축하의 키스를 해주자 금메달 때문에 결혼까지 연기한 이 노처녀는 부끄러운 듯 탈의장으로 직행.
검붉은 얼굴에 남자 같은 행동이지만 그래도 『「재즈」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는 고백이다.
사명감에 불타는 「쿨라코바」와는 달리 5백m 우승자인 16세의 소녀 미국의 「앤·헤닝」은 금메달도 타야겠고, 또 남자친구와 데이트도 즐겨야겠다는 순진파.
아버지와 어머니가 다 함께 삽보로에 와있는데도 고향인 「글렌버그」에 남아있는 「짐」이라는 축구선수가 그리워 매일처럼 선수촌 우체국을 들러 『빨리 고향으로 가고싶다』며 애교있게 웃음 짓는다.
헤닝의 취미는 수상 「스키」와 「요트」 등 넓은 호수나 바다 위에서 할 수 있는 일. 그러나 알파인 스키 2관왕인 스위스의 「마리에·테레세·나디크」(17)는 선수 카드 취미 난에 바느질, 그리고 1천m 우승자인 서독의 「모니카·프루크」(17)는 댄스를 각각 적어 넣었다.
「오스트리아」에 유일한 금「메달」을 안겨준 「피겨」의 「배아트릭스·슈바」(21)는 36-24-36의 날씬한 몸매로 관중들을 매혹시킨 「삽보로」의 「프리마·돈나」.
현재 「빈」에서 어머니가 경영하는 서점 일을 도와주고 있는데 매일 밀려드는 남자손님들 때문에 날로 번창한다는 뒷 얘기도 있다.
여자 금「메달리스트」가운데 1천5백m 우승자인 미국의 「다이애너·홀럼」(21)은 「듀페지」대학, 그리고 「뤼즈」1인승 우승자인 동독의 아나·뮐러(21)는 카를·마르크스 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생 선수.
그러나 홀럼은 이곳에서 남자선수들과도 곧잘 어울리는 개방적인 성격임에 반해 「뮐러」는 『다음 올림픽에서도 꼭 금메달을 타겠다』며 군인 같은 태도를 보였다. 그런가하면 소련 피겨선수인 「이리나·로드리나」양(22)은 오랫동안 이성으로 교제해온 「알렉세이·울라노프」군과 「페어」에서 우승했지만 최근 다른 애인이 생겨 「울라노프」와 냉전중이라고 선수촌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삽보로=윤경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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