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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학은 미래지향의 「현재학」-「민속학의 전환적 과제」토론회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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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원광대 민속학연구소는 9일 서울 풍전호텔에서 「민속학의 전환적 과제」를 주제로 민속학연구 토론회를 가졌다. 주제발표자 김태곤 교수(원광대)와 임동권(국악예술학교장)·이상일(성균관대)·황패강(단국대)·인권환 교수(고려대) 등 토론자들은 「현재학」이란 뜻에서의 민속학의 개념정립과 새로운 영역으로의 확대를 논의했다.
김 교수는 민속학의 성립계기에서부터 펴 이것이 비록 18세기초 낭만주의사조의 영향에서 발생했지만 식민주의와 이에 대한 민족주의의 항거정신이 발전의 계기가 됐다고 주장했다.
한국에 있어서도 일제의 식민정책이나 민족정신 문화의 발굴 계승을 위한 국학연구가의 노력에서 민속학이 탄생했다. 때문에 국사·국문학의 보조학으로서의 민속학의 의미가 강조되고 민속학의 독자적 성격이 약화되었다는 것.
따라서 김 교수는 민간전승체·민간지식이란 뜻에서의 민속에 촛점을 두던 과거지향의 과거학적인 민속학에서 서민·민중을 대상으로 한 미래지향의 현재 학이 되어야겠다고 주장한다.
민중의 문화현상·문화 변용을 대상으로 해야하기 때문에 사회민속학적 요소가 새로운 민속학의 바람직한 길이라는 것이다.
이런 뜻에서 민속학은 「포클로어」에서 「에드놀로지」(민족학)의 성격으로 발전돼야겠다는 얘기다.
이런 주장은 임동권씨의 주장과도 일치되는 것이다.
고전주의, 낭만주의와 식민주의, 민족주의의 영향에서 민속학이 시작되지만 서구인의 기행취미와 기독교전도사업 방편으로서 민속학은 실질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육당 최남선씨나 이능화씨의 민족적 각성수단으로서의 민속학연구나 일인 아끼바의 식민정책수단이 20년대 한국민속학 초기를 형성한다.
그런 때문에 해방 후 한국민속학이 국사·국문학 고전연구가에 의해 개척되는 경향을 보였으며 자연 학풍이 문헌중심이 되는 역사민속학, 문헌민속학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임씨는 『이미 사라진 것은 민속학자의 영역 밖』이라는 관점에서 서민을 대상으로 한 잔존전승문화 즉 민속지 조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멸돼가고 있는 전승문화를 찾아내는 「필드·워크」가 현재 학으로서의 민속학이 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민속학을 국가주의의 한계에 두어야 하는가, 여기서 탈피해야 하는가는 의문이지만 「민족문화학」으로서의 뜻이 지켜져야겠다』는 것.
이에 대해 이상일 교수는 민속학에 있어서의 국가주의 배제를 주장하면서 현재 학으로서의 민속학의 가능성은 인정하지만 미래학으로서의 민속학은 생각할 수 없다고 했다.
가령 독일의 리쳐드·바이스 같은 이가 「폴크스·쿤데」(민중문화)라는 용어를 쓸 때에는 쉽게 사회학과의 연관을 이루어 현재 학으로서의 뜻이 나타나지만 한국에서 쓰는 「민속학」이란 용어로는 미래는커녕 현재 학으로서의 뜻도 생각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런 뜻에서 그는 민중의 의식까지도 포괄하는 「민중정신사」 「민족학」이 용어상 적합하다고 봤다.
용어문제에 관해서는 1910년대에 최남선씨가 「민속」의 연구라는 말을 쓴 이래 한국에서 관용어가 됐고 중·일 두 나라에서도 그 말을 쓰고있기 때문에 새로 조어하는데는 문제가 있다는 임씨의 주장도 나왔다.
어떻든 이 민속학의 현재학적 전환은 황 교수에 의해 다른 각도에서 비판되기도 했다.
그는 식민주의적 입장이나 민족주의적 입장이 각각 편향성의 표현이지만 또 이들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것이고 긍정·부정의 양면을 시인해야한다고 보고 「수단으로서의 민속학」이 지양돼야겠다고 했다.
또 민중도 비록 서민이란 뜻이지만 피지배계층을 반드시 뜻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민속학의 연구도 계층성과 통시성이 아울러 중시돼야 한다. 또 「잔존전승」을 찾기보다는 과거의 원형이 오늘날 어떤 형태로 변해 나타나는가? 사라진 듯 보이는 민속이 현재 어떻게 형성돼 나오는가를 밝히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때문에 황 교수는 민속학연구도 다른 일반 학문에서와 같이 ①원론적인 접근을 해야하고 ②민속대계의 사실에 대한 접근으로 민속지현상학을 개발하고 ③민속학에 대한 역사적 접근으로 민속학사를 이룩해야 전체적인 민속학체계가 이뤄진다고 했다.
과거의 것을 피하기보다 문헌연구를 통한 과거의 반성에서 이같은 각각의 활동이 병행될 때 민속학이 제 구실을 할수 있다는 견해다.
이날의 논의를 통해서볼 때 「민속학의 전환적 과제」는 비록 현장조사면이 강조되곤 있으나 민속학자들의 원론적·현상학적·문헌적 연구의 분과적 발전이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민속전문학자들의 양적·질적 확장과 여건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라는 귀결을 다시 볼 수 있었다. <공종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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