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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난 강력 사건…지능화 한 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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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강력 사건이 부쩍 늘었다. 서울의 경우 범죄 양상과 판도마저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검거율은 항상 잦은 발생을 따르지 못하고 있다. 전국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은 작년 한 해 동안 4백93건, 강도사건은 1천1백76건. 올 들어 서울에서 발생한 각종 강력 사건은 75건. 하루 평균 2건 꼴이다. 강도544건, 살인11건, 살인강도3건, 강간6건, 방화l건 등. 작년의 같은 기간에 발생한 32건보다 2.3배가 늘어난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서울의 변두리와 신흥 주택가 등 신개발지역이 새로운 범죄권을 형성한데다 청소년 범죄가 크게 증가한데 기인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늘어나고 있는 강력 사범 중 두드러진 범죄 유형은 「택시」강도. 3년 전만 해도 10건 안팎이던 것이 70년 38건, 71년 98건, 올 2월 현재 27건으로 급증 추세를 보여 최근에는 강력 사범의 주류를 이룬 실정이다. 종래의 노상강도·주거침입 강도로 대표되던 강력 사건의 양상이 달라진 것이다.
지난 1월12일 인천시 효성동의 운전 교습소 터에서 경기 영1-l506호「택시」운전사 최영희 양(22)이 흉기로 목 찔려 죽은데 뒤이어 지난 4일 밤 뚝섬유원지에서 피살된 서울 영2-6413호 운전사 남기웅씨(30)의 경우와 올 들어 서울 노량진 경찰서 관내에서 만도 14건의 「택시」강도사건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 등은 이런 현상을 잘 나타낸 셈이다.
범행대상의 물색이 손쉽고 범행이 용이한데다 특히 여자 운전사의 피해가 많은 것이 특징처럼 되고 있다.
경찰분석에 따르면 이렇듯 늘어나고 있는 강력 사범은 해가 바뀔수록 ▲지능화 ▲조직화 ▲수법의 잔인화 ▲범행에 사용되는 흉기의 다양화 ▲범인의 연소화는 물론 전과자의 재범이 증가하고 완전범죄를 꾀하는 경향마저 짙어졌다.
이 같은 범죄양상의 변화는 사회여건의 변동보다 범행순간에만 잡히지 않으면 성공한다는 경찰 수사력에 대한 불신풍조가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지적된다.
지금까지 미해결인 채로 해를 넘겨 중요 미제 사건으로 남은 강력 범죄는 70년의 21건, 71년 50건, 72년의 8건 등 모두 79건.
현금 등 47만여 원을 털어 간 서울 대왕「코너」 2인조 권총강도, 서울 양동의 벙어리 창녀 손양례 여인(40) 피살 사건, 종로 보금양행 복면 권총강도, 남대문 보석상 황금당 종업원 살인 등은 미제의 구렁텅이에서 풀어내지 못하고 있는 표본들이다.
이토록 많은 미제 사건이 생긴 원인을 진단해온 서울시경 특수 수사2부(부장 유명두 총경)는 최근 아홉 가지의 결론을 얻었다.
①성급한 수사 포기 ②관할 밖의 중요사건에 대한 관심부족 ③과학수사력 부족 ④미 체포자 등 기소중지자에 대한 계속 수사 소홀 ⑤수사관이 바뀔 때 인수 인계 소홀 ⑥상호 정보교환 불이행 ⑦끈기와 인내심 등 정통적인 형사근성의 결여 ⑧낡은 장비 ⑨수사비 부족 등이 「브레이크」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좋은 예가 지난해 2월에 발생한 서울 영등포구 등촌동 여 약사 고영신씨(44)의 피살사건과 그 현장이 문제.
등촌동 주택단지가 마련되던 70년 3월께부터 1년 동안 동네어귀의 솔밭에서는 4차례의 강도사건과 20여건의 도난사고가 생긴데다 20대의 단독범행으로 밝혀졌어도 아직 단서조차 잡지 못한 경우다.
또 범죄권에 대한 집중·반복 단속의 소홀로 강력 범죄의 증가 추세를 억제하지 못하는 원인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서울 영등포구 독산동·반포동·고척동·방화동, 서대문구 역촌동·수색동·갈현동·홍은동·성산동, 성동구 화양동·성수동, 성북구 우이동·성북동, 동대문구 면목동, 용산구 용산동·이태원동·산천동, 마포구 하수동·합정동, 중구 양동 등 20개 지역에서 서울의 강력 범죄 85%가 발생하는 실태는 그만큼 사건예방을 위한 계획수사의 부실함을 드러낸 것-.
지금까지의 수사통계는「택시」강도는 발생시간이 밤10시 안팎, 강간사건은 하오7시∼10시, 살인사건은 새벽에, 마취강도는 낮12시∼하오6시, 노상강도는 하오7시∼밤12시까지 등으로 범죄 유형별 발생시간이 각각 틀리는데 대한 형사업무의 「다이어그램」활용도 전혀 못한 채 인력부족 타령만 늘어놓기 일쑤다.
이러한 상황아래서 최근의 강력 사건의 49%가 10대의 무서운 아이들이 저지르는 것으로 드러나 청소년 선도 문제마저 심각한 것으로 등장했다.
70년의 경우 검거된 강력 사범 3백38명중 1백58명으로 41%이던 것이 지난해 연말에는 5백17명중 2백54명으로 49.4%를 차지하여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또 20세∼29세의 범행도 38%를 차지, 강력 사건의 87.4%는 30세 미만에서 저질러진다는 결론이다.
범행에 사용되는 흉기는 칼 종류가 으뜸으로 지난해에는 1백80건이 칼로, 돌멩이 33건, 「드라이버」등 쇠뭉치 20건, 노끈 22건, 몽둥이 등 둔기 19건, 총기 7건 등 다양한 실태이다.
강력 범죄의 급상승 추세를 누그러뜨리는 길은 ▲전과자의 유형별 동태 파악 ▲우범자의 보호 관찰 ▲비 노출 불량자 파악 ▲우범 지역 등 범죄권 재조정과 집중단속의 반복 실시 등으로 『범행즉시 검거된다』는 풍조를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신뢰받는 경찰이 되는 길뿐이다. <백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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