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요금 수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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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수학은 필요에서 발달되었다. 4, 5천년 전에 「이집트」에서 고등 수학이 발달한 것은 치수와 건설을 위한 측량의 필요에서였다.
우리 나라에서는 수학의 발달은 근대 이후에야 겨우 있었다. 그 전까지는 산수만이면 족했다. 어느 왕조에서도 고등 수학이 필요한 큰 치수나 건설 사업이 별로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농공상의 층하가 엄격했던 옛날이다. 셈을 한다는 것은 상서롭지 못한 일로 여겼었다. 수학이 뒤진 이 전은 또 이런데도 있었다. 셈을 한다 하더라도 십진법만 알고 있으면 충분했다.
그 이상의 번거로운 계산에 머리를 쓴다는게 사대부에게는 마땅찮은 일이었다. 적어도 그렇게들 여겨왔다.
아마 이래서 고등 수학이 발달하지 못했고, 우리가 아직도 산수적 사고법에 젖어 있는 모양이다. 「택시」료 율이 그 좋은 예다.
새로 책정된 「택시」 요금은 2km까지의 기본 요금이 80원에서 90원으로 10원 오른 것밖에 5백m 당 20원씩의 추가 주행 요금이 가산케 돼 있다.
이것만으로는 조금도 불합리한 데가 없다. 외국의 「택시」 요금율도 똑 같은 방식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종전에 3백원이면 갈 수 있던 거리가 지금은 4백원 가까이 된다. 정확하게는 100원이 올랐다. 33%가 오른 셈이다. 1천원의 거리는 37%가 오르게 된다. 멀리 가면 갈수록 인상율은 높아진다.
이것은 「택시」의 근거리 이용자에게보다도 원거리 이용자에게 더 불리하게 요금이 인상됐다는 얘기가 된다.
더우기 원거리 이용자와 근거리 이용자를 대비할 때, 같은 5백m라도 도심지에서와 「하이웨이」위에서의 조건은 엄청나게 다르다. 우선 「하이웨이」에서는 휘발유가 덜 먹힌다. 시간도 덜 걸린다. 똑같이 20원일 수가 없지 않겠는가.
이런 것을 무시한다는 것은 산수적 사고법에만 너무 젖어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뿐이 아니다. 지난번에 「택시」 요금을 올릴 때에는 꼭 「택시」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탈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붙어 있었다. 그런데도 이번 인상율로는 근거리 이용자에게는 별 타격이 없다. 그래서 누구나 멀리 가기를 꺼린다. 이래저래 「택시」는 더욱 시내에서만 붐비게 될 것이다. 시내 교통량은 그만큼 더 늘어날 것이다. 이런 것은 이번 요금 인상 때에도 전혀 고려 밖의 일이었던 모양이다. 하나에 하나를 보태면 둘이 된다는 수식밖에 모르기 때문일까.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다. 기본 요금만 껑충 올려놓으면 「택시」 손님이 많이 줄어든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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