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보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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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쌀과 함께 주식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보리는 원산지가 자세히 밝혀지지 않은 곡류이다. 서부 「아시아」 또는 「코커서스」 산맥의 남쪽, 「아라비아」 지방 등에 보리의 야생종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이런 지역이 보리의 원산지가 아닌가 추측할 뿐이다.
세계 각지에서 널리 재배되고 있는 보리는 쌀·밀·옥수수 다음으로 생산량이 많은 곡물인데 특히 우리 나라와 일본에서 중요한 주식으로 이용된다.
보리는 쌀과 마찬가지로 각종 영양 성분을 골고루 담고 있는 산성 식품이다..
그러나 쌀에 비해 보리는 단백질·「칼슘」·철·「비타민」B 복합체 등을 훨씬 많이 포함하고 있어 영양학적으로 높이 평가된다.
보통 쌀 1홉에는 7·4g의 단백질이 들어있는데 비해 같은 양의 보리에는 10·0g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보리에는 골격과 이빨의 형성에 중요한 「칼슘」과 섭취가 불충분한 경우 빈혈을 초래하는 철분이 쌀보다 무려 4배나 더 들어 있다.
또한 「비타민」B 복합체도 보리 속에 더 많이 함유되어 있다.
따라서 보리는 한창 성장·발육하는 어린이들과 임신부들에게 적극 권장된다. 보리는 쌀에 비해 단백질 성분이 많은 반면 지방과 탄수화물의 함량이 적어 「칼로리」를 적게 내므로 특히 당뇨병 환자에게 적합하다. 그러므로 당뇨병 환자의 식탁 「메뉴」에는 쌀 대신 반드시 보리를 넣게 되어 있다. 이밖에 체중이 많은 사람에게도 쌀 대신 보리밥이 권장된다.
평소 습관적으로 변비가 있는 사람에게도 보리밥이 좋다. 왜냐하면 보리는 살보다 섬유 성분을 5배나 많이 포함하고 있어 창자의 연동 운동을 활발하게 촉진, 변비를 막기 때문이다.
흔히 백미에는 「비타민」B1이 다 떨어져 나가 버리기 때문에 쌀밥만 먹게 되면 「비타민」 B1 결핍증인 각기병이 초래되기 쉽다. 그러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도 보리와의 혼식이 권장된다.
보리는 단백질 함유량이 쌀보다 많지만 단백질의 가치인 단백가가 쌀에 뒤떨어지는 결점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맛도 쌀만 못 한 것이 흠이다.
보리의 맛이 쌀이나 밀보다 좋지 못한 이유는 보리에 포함된 「타닌」계의 물질 때문이다. 이 물질은 약간 떫은 맛을 나타내고 거무튀튀한 색깔을 띤다.
이러한 보리의 흠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영양면에서 본다면 혼식이 바람직한 것이다.
주식 이외에 보리는 맥주나 물엿, 또는 조청 등을 만드는데 이용된다.
흔히 맥주용 보리는 껍질이 얇으면서 탄수화물이 많고 단백질이 적은 품종을 이용한다. 단백질이 많으면 맥주가 맑지 못 하고 탁하기 때문이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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