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억 … 강민호, 화끈한 한 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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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강민호의 진짜 홈런은 시즌이 끝난 뒤에 터졌다. 강민호는 13일 롯데와 4년 총액 75억원의 FA 계약에 성공했다. 5월 12일 부산 LG전에서 3점 홈런을 터뜨린 강민호가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중앙포토]

강민호(28)가 프로야구 역대 최고액인 4년 총액 75억원에 롯데와 자유계약선수(FA) 계약했다. 계약금이 35억원, 연봉은 매년 10억원이다. 강민호는 심정수(38·은퇴)가 2004년 말 삼성과 계약하며 세웠던 FA 역대 최고액(4년 최대 60억원) 기록을 9년 만에 경신했다.

 롯데 구단은 13일 강민호와 2차 협상을 벌이자마자 계약에 합의했다. 11일 첫 협상에서 계약에 어느 정도 합의한 만큼 시간을 끌 이유는 없었다. 약속했던 대로 최고 대우를 해주며 원소속구단과의 협상시한을 사흘 남기고 계약서에 사인했다.

 강민호는 “롯데를 떠날 생각을 해본 적 없다. 올 시즌 부진했지만 구단이 자존심을 세워줘 감사하다. 롯데의 우승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들뜬 소감을 전했다. 그는 올 시즌 타율 0.235, 홈런 11개로 부진했다. 그러나 공격력과 수비력을 모두 갖춘 20대 포수라는 희소성 덕분에 이승엽(37·삼성)과 홈런 경쟁을 했던 심정수의 계약 규모를 뛰어 넘었다.

 2004년 롯데에 입단한 강민호는 이듬해 주전 포수로 도약, 올 시즌까지 통산 1028경기에 나섰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부터 국가대표로 뛰었다. 젊은 포수로서는 상당한 경험을 쌓았고, 통산 타격 성적(타율 0.271, 홈런 125개)도 뛰어난 편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대호(31·오릭스)가 일본으로 떠난 지난해부터 강민호는 롯데의 간판이었다. 그의 응원가도 ‘롯데의 강민호’다.

 기량과 상품성을 모두 갖춘 강민호에게 롯데는 75억원을 아낌없이 투자했다. 특히 계약 조건에 마이너스 옵션(일정 성적을 내지 못할 경우 연봉을 깎는 것)을 넣지 않은 점이 눈에 띈다. 성적에 연연해 스트레스 받지 말고 마음껏 뛰라는 배려다. 강민호가 시장에 나왔을 경우 LG·한화 등이 80억원 정도를 베팅한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강민호는 75억원이 보장된 롯데를 택했다.

 롯데는 강민호를 잡으면서 ‘짠돌이’ 이미지를 어느 정도 벗게 됐다. 롯데는 이대호를 일본에 보낸 뒤에도 홍성흔(두산)과 김주찬(KIA)을 모두 빼앗겼다. 최강 타선을 자랑하던 롯데의 공격력은 2~3년 동안 급격히 약화됐고, 올 시즌 5위에 그치며 6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장원삼, 투수 최고액 유력=강민호가 75억원에 계약하면서 FA 시장은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다른 선수가 강민호 계약 규모를 뛰어넘기는 어려워도 총액 50억원 이상의 계약이 몇 건 이뤄질 전망이다.

 FA 자격 선수 중 유일한 선발 투수인 장원삼(30·삼성)은 투수 최고액(박명환·40억원) 기록 경신이 유력하다. 8년 동안 88승(65패)을 올린 장원삼을 삼성이 내주려 하지 않겠지만 삼성뿐 아니라 모든 구단이 왼손 선발을 갖고 싶어한다. 삼성은 “장원삼을 꼭 잡겠다”고 선언했고, 장원삼은 “내 가치를 알아보고 싶다”며 시장에 나올 가능성을 내비쳤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MVP인 외야수 박한이(34)와의 재계약은 낙관하고 있다.

 SK는 국가대표 2루수 정근우(31)와, KIA는 국가대표 1번타자 이용규(28)와 협상 중이다. FA 시장이 달아오른 만큼 정근우와 이용규의 몸값을 가늠하긴 어렵다. 지난해 KIA와 계약한 김주찬(4년 총액 50억원) 이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역대 최고령 타격왕에 오른 뒤 FA 자격을 다시 얻은 이병규(39·등번호 9)도 LG와 재계약이 유력하다. 젊은 후배들만큼 큰돈을 받기는 어려워도 올해 연봉(6억원)보다 오를 전망이다.

 ‘빅6’ 외에도 FA 신청을 한 선수는 11명이 더 있지만 나머지는 대박을 기대하기 어렵다. 최준석·이종욱·손시헌(이상 두산), 이대수·한상훈·박정진(이상 한화), 이대형·권용관(이상 LG), 강영식(롯데) 등을 다른 팀이 영입하려면 전년 연봉의 200%와 보호선수 20명 외 1명을 내줘야 한다.

 프로야구의 인기와 수익이 좋아지면서 각 구단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강민호처럼 보상선수를 내줘도 아깝지 않은 FA라면 수십억원을 투자한다. 그러나 보상선수보다 월등히 뛰어나지 않다면 FA의 혜택을 누리기는 어렵다.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는 것이다.

유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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