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으로서 첫 국립극단장 된 백성희 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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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달 24일 우리 나라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국립극단 단장에 선출된 백성희씨는 아직 취임식을 갖지도 않은 채 1일부터 막을 올린 「환상 여행」(차범석 작 이기하 연출)에 주인공으로 출연하고 있다. 『아직 단장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어리둥절하다』면서 단원들의 만장일치로 주어진 단장직이 연기인에게는 오히려 부담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조심스런 소감을 말한다.
28년전인 16세 때 연극을 시작, 50년부터는 국립극단 창설 단원으로 오늘에 이른 백 여사는 창단 당시와 비교할 때 연극인의 여건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그간의 변화를 말한다.
백 단장이 지적한 나쁜 여건의 으뜸은 월 2만원 수준의 봉급이다. 연간 4번 밖에 공연을 하지 않기 때문에 4번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공연할 때마다 8만원씩 지급받는 셈이지만 이것을 연 평균으로 계산하고 최소한 6∼7년 이상의 연기 경력 소유자를 뽑아오는 국립극단의 사정으로 볼 때는 너무 적은 봉급이라는 것이다.,
백 여사 자신도 전에는 TV·영화에 출연하지 않을 수 없으면서도 공연이 있을 때마다 헌신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13명의 단원들을 「결사대」라고 부르면서 이들의 협동 정신과 융화를 큰 자랑으로 내세운다.
백 여사 자신도 전에는 단장에게 요구하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러나 『당국과 단원들 사이의 교량 역할에 불과하다』는 단장직을 맡은 지금, 문공부에서 책정한 예산과 계획 밑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자신의 활동 한계를 그는 미리 알고 있는 것 같다.
1회 5윌 문예상, 제1회 한국연극상, 동아연극상, 3·1 연극상, 2차례의 한국 연극상을 받았던 백 여사는 매년 1번씩 다른 극단에서 갖는 찬조 출연과 몇 번의 TV 공연을 빼고는 책읽기와 영화 감상, 그리고 여름철에는 낚시를 즐긴다고 한다.
『아주 「로맨티」 하다』는 「환상 여행」 공연을 앞둔 탓인지 시종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하는 백 여사는 자녀도 다 자라고 이제야말로 연기만 할 시간이 온 것 같다고 오히려 연기인 임을 다시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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