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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 넓혀야 할 고전의 영인과 국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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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학 개발을 위한 고전의 영인·국역은 72년에도 작년과 거의 같은 수준에서 추진될 것 같으나 장기적이고도 근본적인 고전 관리 연구 정책이 요청되고 있다.
전통 문화에 대한 연구와 이해를 높이기 위해 문공부에 의해 추진되어 온 한국학 개발 정책은 그 동안 한국 관계의 몇개 영문 책자와 영인·국역 서적을 내놓았으나 근본적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지는 않다.
한국학 개발과 고전 정리 사업을 위해서 정부는 아직도 장기적이고도 근본 기반이 될 뚜렷한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를 위한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는 감이 있다.
국보급이나 희귀 전적이 출현할 때 이를 확인하는 정도의 조사에 그칠 뿐 전국을 통해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전적 조사 작업은 구상조차 하지 않고 있다. 즉 산간 벽지 고가의 한 귀퉁이에서 썩어갈지도 모를 희귀 전적·고문서들의 발굴에 적극적 태세가 아쉬운 것이다.
또 비록 민족 문화 연구에 귀중한 진본이 발굴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국가 공공 기관이나 일반 소장가의 서재나 창고에 사장되는 수가 있으며 또 희귀·유일본들이 일실 되는 경우에 대응하는 정책적 대응책이 마련되어 있지 앉은 것이다. 민족 문화 연구에 필요한 희귀 서적은 영인 보존되어야 할 뿐더러 연구가들을 위해 널리 배포되어야 한다.
그런 영인 사업이 소홀함을 부인할 수 없으며 「조선왕조실록」이외에 「고려대장경」 등도 영인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영인 사업이 활발하다고 해도 우선 학문 연구의 폭을 넓히고 전적 자료를 상실로부터 보존하는데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보존 상태가 나쁜 전적을 영인 했을 경우엔 읽기에 어려운 것이 될 경우가 많다.
또 원본 자체가 갖고 있는 잘못된 글자나 잘못된 일부의 자료를 원본이 싣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교정 인쇄본이 일반이나 연구가에게 더 요구된다. 그러나 교정 인쇄본이 출현할 수 있기까지엔 적잖은 연구가 수반되어야 한다.
이런 여러가지의 고전 처리 사업은 비록 전반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이 없으나마 정부의 지원 없이 일부 출판사에 의해 부분적으로 추진돼 왔다. 그것은 부분적이기는 하나 고전 연구의 명맥을 지속시킨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늘날에 있어 필요한 것은 한문으로 된 고전을 현대어로 국역하는 일.
이 사업을 위해 정부는 66년부터 지원책을 강구해왔다. 한문을 잘 모르는 사람들과 젊은 세대에 현대어 국역 고전을 보급하는 일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증거였다.
그런데 정부 지원의 이 국역 사업은 실상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발행 실적에 급급한 나머지 제대로의 국역본을 만들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시한부에 쫓겨 발간을 서두름에 따라 오역도 적잖고 직역에 따른 의미 전달의 곤란성, 그리고 현대 감각에 맞지 않는 것, 재구성 작업의 부실에 따른 주석이나 삭인의 불성실한 작성 등 문제가 많은 것이다.
이 같은 국역 사업의 부실은 몇 가지 문제를 수반하고 있다. 전문적인 국역사의 부족은 가장 심각한 문제이다.
초역·교열·증의·윤문 등에 걸치는 작업에는 고사·전거에 밝고도 현대문에 능한 전문국역사가 많이 필요한 것이다. 민족 문화 추진회나 동국역경원이 자기들이 쓸 국역사를 부분적으로 훈련하지만 국가적인 요구를 만족시키기엔 너무도 미흡한 실정이다.
또 고전 번역료에 대한 과세도 저해 요인으로 지적된다. 적은 고료에 또 16·5%의 소득세를 부과해서 보수를 경감시키므로 말미암아 부족한 인재마저 잃는 형편이다.
이 같은 어려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수립과는 거리가 있지만 현상적으로 나타난 국역사업 부실의 해결책으로 72년에 ①국역의 점차적 축소 ②고전의 대중 문고판 발간 ③영인본 발간 중심 등의 시책을 마련하고 있다.
국역의 축소는 실제로 역설적인 현상이지만 고전 국역 문제의 근본 대책 마련까지의 유예로 볼 수 있으며 고전의 문고판 계획은 해설판 문고본의 염가 보급을 시험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국난 극복을 위한 민족의 예지』니 『국난 극복을 위한 민족의 위인 전집』같은 72년에 1천만원 예산이 드는 사업은 고전의 보급이란 면보다도 국가 안보 정책의 표현이겠지만 문고의 가능성을 시도하는 것이 될 것이다.
영인 사업은 비록 추진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지만 아직 구체적 계획이 서 있지 않은 것으로 전적 정리·선정 등이 선행돼야 가능하다.
금년에 문공부가 한국학 개발과 고전 국역에 쓸 예산은 문고판에 책정된 1천만원의 예산을 합해 5천7백16만원이지만 이러한 사업의 추진과는 별도로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고전 관리 연구 체계의 수립이 정책적으로 준비돼야겠다.
문공부의 72년 예산 사업으로 선정된 것은 다음과 같다.
▲고대 민족 문화 연구소=①「한국 현대 문화 사대계」(1집·정치 민족 항쟁 편) ②「한국 현대 논저 해제」(2집·역사 지리 편)
▲서울대 동아 문화 연구소=「국난을 극복한 민족의 예지」(문고판) ▲아세아 학술 연구회=「한국 민족 사상 사대계」 (3집)
▲민족 문화 추진회= ①「대동야승」 (7·8집) ②「만기 요람」 ③ 「조선왕조실록」(연산군 이후) 등의 국역사업과 ④「삼국유사」등 4종 영인 사업 ⑤「국난을 극복한 민족의 위인」 (문고판)
▲세종대왕 기념 사업회=「세종실록」 (18∼21집)
▲동국역경원=「한글대장경」 (50∼57집) 그밖에 정부 지원 이외의 고전 사업은 다음과 같다.
▲고대 아세아 문제 연구소=「해관집」 2책, 「통서 일기」 2책, 「육당 전집」중 2권
▲서울대 부속 도서관=「규장각 도서 해제」 (문교부 지원) 「규장각 각 도서 중국 본 목록」 (「하버드」 연경학회 지원)
▲연세대 동방학 연구소=「삼국사기」「삼국유사」「이조 사회 경제사」
▲성균관대 대동 문화 연구소=「한국 사상 사대계」 1·2권 「퇴계집」 「율곡집」 <공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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