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 조항과 대만 조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국 정부는 금년 1월7일 「샌클러멘티」에서의 미·일 수뇌 회담이 끝난 뒤 「사또」 일 수상이 기자 회담에서 밝힌바, 69년 미·일 공동 성명 중 한국 및 대만 조항에 관한 견해를 문제로 삼고, 주일 미 대사를 통해 그 정의를 타진 중에 있다고 한다.
외신에 의하면 미국 정부는 ①69년 미·일 공동 성명 가운데 한국 및 대만 조항은 미·일 수뇌가 신중히 검토한 끝에 만든 것이며, 「오끼나와」 반환의 전제가 된다는 점 ②극동 정세가 그 후 완화되고 있으나 일이 생각하는 정도가 아니며, 한국 및 대만 조항이 「오끼나와」 반환 조건의 전제가 된다는데는 변함이 없다는 점 ③한국 및 대만 조항이 미국 정부의 양해 없이 일방적으로 없어졌다고 발언한 것은 「화이트·하우스」가 미 국방성이나 의회에 설명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강조, 일본 정부의 진의를 물은 것이라 한다.
문제의 「사또」 발언의 핵심은 72년 「닉슨-사또 성명」에서 세계 정세의 긴장 완화에 언급하고 이 추세를 더한층 촉진하겠다고 강조한 부분이 그에 앞선 69년 「닉슨-사또 성명」중 대만 조항의 소멸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고 한 부분이다. 이 발언이 큰 파문을 일으키게 되자 사태를 증시한 일의 「후꾸다」 외상은 지난 1월9일 「사또」를 만나 의견을 조정한 후 「사또」 발언은 「대만 조항」을 「대만 정세」에 관한 질문으로 잘못 듣고 대답한 것이라 정정했었다.
그리고 나서 「후꾸다」는 대만이 안보 조약의 극동 조항의 대상에서 탈락한 것이 아님을 강조, 「사또」 발언이 일본 정부의 정책 변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극동 「아시아」 정세는 「무드」적 변화를 나타내고 있는데 불과하므로 이 「무드」가 고정화하는 단계에 가서는 정책의 변화가 일어나겠지만, 현재로서는 그 단계가 아니라고 말했던 것이다.
「사또」 발언과 이를 정정한 「후꾸다」 발언 사이에는 상당히 큰 차이가 있는 것인데 기자 회견 석상에서의 질문과 「사또」의 답변의 경위로 보아 이 정정은 좀처럼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다. 일본의 수상과 외상이 서로들 전후가 맞지 않는 발언을 가지고 일시를 호도한 것은 「오끼나와」 반환 및 미·일 정상 회담이라는 미·일 관계의 큰 움직임 속에서 나타난 일 정부의 대 중국 및 극동 정책의 혼란을 여실히 폭로한 것이라 하겠다. 따라서 미국 정부가 「사또」 발언의 진의가 무엇인가를 타진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1월31일의 의회 답변에서 「사또」 수상은 금년 초 미·일 정상 회담에서 『양국 수뇌는 과거 10여년간 유지되어온 미·일 안보 체제가 변하지 않고 지속된다는 것과 미·일 안보 조약의 적용에도 변화가 없다는 것을 인식했다』고 밝혔다.
이 답변이 『한국 및 대만 조항 소멸 운운』 발언의 취소를 의미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느냐에 관해서는 의문이 적지 않다. 그러나 「사또」는 의회 답변에서 『한반도 문제에 관한 한 「유엔」 결정을 존중하는 일의 태도는 불변한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두 개의 한국 정책』을 추구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명백히 하였다.
이 점, 일 정부가 대한 정책의 기본을 변경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표시한 것을 우리는 환영한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한국 문제와 대만 문제를 되도록이면 같은 시야, 같은 차원에서 다루어 보겠다는 사고 방식을 갖고 있음을 우리는 유감으로 생각한다. 「샌클러멘티」에서 행한 기자 회견에서 「사또」씨는 『69년의 미·일 성명 중의 한국 조항과 대만 조항의 차이와 72년 미·일 성명이 표시하는 동북아 정세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대만과 한반도에 대한 인식은 이번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대만 조항의 형해화는 한국 조항의 형해화와 같은 것』이라고 시사했었다.
이와 같은 사고 방식은 일이 중공에 접근키 위해 그 비위를 맞추고자 중공이 미워하는 대만 및 한국을 다같이 희생해도 무방하다는 저의를 반영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사고 방식은 중공·대만의 관계와 남·북한 관계가 근본적으로 다르고, 또 대만 문제는 중국의 국내 문제인 동시에 미·일·중공간의 국제 문제이지만, 한국 문제는 결코 중국의 국내 문제가 아니라 미·일·소·중공 4강간에 가로놓여 있는 국제 문제임을 의식적으로 간과하려는 점에 있어서 크게 못마땅한 것이다. 우리는 일본의 정부나 정계가 한국 문제를 대만 문제와 엄격히 분리하는 사고 방식 위에서 대 중공 및 극동 정책을 구상해 주기를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