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 세상] 피부 '아는 척 하다' 다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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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3면

알면 알수록 더 고르기 어려운 게 화장품이다. 화장품을 제대로 쓰고 있다고 자신하는 사람 가운데도 의외로 선택을 잘못하는 경우가 많다.

피부가 당긴다거나 기미가 끼는 등 피부에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화장품 단계를 늘리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나 바르던 에센스를 두개 바르고, 안 바르던 크림까지 아침저녁으로 챙겨 바르는 식이다. 이런 습관이 오히려 피부를 혹사시키는 건 아닐까.

우리나라 보통 여성들과 비슷한 화장품 사용 습관을 갖고 있는 전업주부 박영이(29.일산)씨의 피부진단을 통해 제대로 된 화장품 선택법을 알아봤다.

◆수분이 부족해요=상담과 마사지를 통해 박씨 피부를 살펴본 서울 압구정동 겔랑 인스티튜트 조미경 실장은 현재 쓰고 있는 베이비 비누 대신 폼 클렌징으로 바꿀 것을 조언했다.

폼 클렌징이 비누에 비해 피부에서 수분을 덜 빼앗기 때문이다. 또 현재 쓰고 있는 주름 개선 에센스 대신에 수분 에센스를 쓰는 게 더 좋다고 덧붙였다.

조실장은 "박씨는 스스로 수분이 부족하다는 걸 알고 수분크림을 쓰는 등 대처하고 있으니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말한다. 여드름이 자주 나는 여성들은 피부가 건성이어도 이를 몰라 상태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스스로 지성피부라고 단정짓고 아예 수분 공급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분이 부족하면 기름기가 위로 올라와 오히려 더 번들거린다. 이럴 때는 수분 에센스나 수분 크림을 사용하면 기름기로 번드르르한 얼굴을 막을 수 있다.

◆스크럽을 해야 하나요=박씨는 스크럽을 하면 얼굴이 붉어지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번씩 딥 클렌징 마스크만 사용한다. 이는 옳은 선택이다.

스크럽은 표피의 묵은 각질을 털어내서 피부 재생에 도움을 주지만 민감한 피부에는 안면홍조 같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피부가 민감한 사람들은 박씨처럼 팩을 사용하는 게 좋다.

정상 피부라도 스크럽 제품은 일주일에 한번 정도만 사용하고, 쓸 때는 살살 문질러야 한다. 수분 유지와 자외선 차단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정상 각질층을 보호하기 위해서다.각질이 얇은 10대들은 T존 부위에만 쓴다.

◆피부가 민감해요=박씨는 민감한 피부에 자극을 적게 줄 것 같아서 베이비 비누를 쓴다. 뾰루지가 자주 나는 민감성 피부에 좋을 것 같아 로션 등도 베이비 전용 제품을 쓰는 여성들이 많다.

여기엔 두가지 오해가 있다. 하나는 뾰루지가 자주 나면 민감성 피부라는 것, 또 하나는 베이비 제품이 순하니까 뾰루지에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뾰루지는 피부가 민감해서라기보다 과다한 유분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고, 베이비 제품은 뾰루지를 더욱 악화시킨다.

차앤박 피부과 박연호 원장은 "베이비 제품을 포함한 순한 화장품은 보습력을 강화하기 위해 유분이 더 많다"면서 "지성피부에는 오히려 여드름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드름으로 고생하면서도 여드름 전용 화장품을 바르면 얼굴이 화끈거려 사용을 못하는 사람이라면 알코올 함량이 낮은 제품을 찾아보는 게 좋다.

◆화장품을 많이 바를수록 피부에 좋은가요=박씨는 다른 여성들처럼 피부 트러블을 화장품 추가 사용으로 해결하고 있는 경우다. 건조해서 피부가 당기는 걸 막으려고 매일 저녁 수분크림과 영양크림 두가지를 모두 바른다.

외출 전엔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메이크업 베이스를 꼭 바른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피부가 건조한 건 마찬가지였다. 화장품은 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이것저것 많이 발라도 치료가 아닌 증세 완화 효과밖에는 얻을 수 없다.

박씨의 경우 화장품을 덧발라 특별히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때로는 화장품을 많이 발라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특히 메이크업 베이스는 메이크업을 지속시키고 피부를 보호해준다는 생각에 꼭 바르지만 지성 피부에는 모공을 막아 피부 트러블을 일으킬 수도 있다.

안혜리 기자, 임현동 기자
도움말 = 에스티 로더.슈에무라.CNP.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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