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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로 판명된 「휴즈」 자서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세계에서 가장 수수께끼의 인물의 하나』로 일컬어지고 있는 미국의 억만장자 「하워드·R·휴즈」(66)의 자서전 출판을 둘러싸고 『진짜, 가짜』여부의 논쟁이 마침내 출판금지 청구소송으로까지 발전했다. 최근 미국의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해온 이 사건은 「휴즈」로 사칭한 사기단 일당이 미국과 「스위스」에까지 걸쳐서 교묘한 연극을 꾸며 감쪽같이 출판사를 속여 인세 선금 65만「달러」(약 2억5천만원)를 사취한 혐의가 농후해 졌다. 「휴즈」는 현재 유전발굴용 「드릴」의 특허를 독점, 「휴즈」공작회사·「휴즈」항공사 등을 경영하는 한편 「라스베이거스」의 「호텔」 「카지노」에 3억「달러」를 투자, 도박왕국을 이룩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최근 10여년간 한번도 공석상에 모습을 나타낸 적이 없다. 그야말로 「수수께끼의 억만장자」이다.
그와 접촉할 수 있는 사람은 6명의 측근뿐. 산하회사의 중역까지도 「휴즈」의 얼굴을 본적은 없다
그래서 작년 말께 이 「휴즈」의 자서전이 출판된다고 발표되자 세상은 모두 놀랐다. 게다가 출판사는 「뉴오크」에서도 l류인 「매그로힐」사. 동사에 의하면 이 자서전은 미국인 작가 「클리퍼드·어빙」씨(41)가 「휴즈」와의 접촉에 성공, 작년 「멕시코」「캘리포니아」「플로리다」 등의 비밀 별장에서 몇 번에 걸쳐 회견, 녹음한 연 40시간에 이르는 「테이프」를 갖고 8백80「페이지」에 이르는 『「휴즈」1대기』를 완성했다고 했다. 3월엔 출판도 하게되는데 출간에 앞서 주간지 「라이프」지가 2월에 3회에 걸쳐 발췌, 연재하기로 되어있었다.
그런데 당사자 「휴즈」자신이 『그런 자서전 취재에 응한 적이 없다. 전적으로 가짜다』고 성명을 발표, 다시 한번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것이다. 대서양의 영령 「바하마」제도에 있는 어느 「호텔」에 은신중인 「휴즈」가 「로스앤젤레스」의 「호텔」에 7명의 기자들을 불러놓고 특설 전화로 『소리만을 통한 회견』을 한 것이다.
기자단은 3시간에 걸쳐 질의 응답을 계속했다. 질의 응답에서 『①「휴즈」는 「매그로힐」사와 출판 계약한 적도 없고 동사로부터 돈 한푼 받은 적도 없다. ②「어빙」씨와는 일면식도 없다』고 말하며 그 자서전은 가짜라고 주장했다.
그후 이 전화의 목소리를 감정한 전문가는 이는 틀림없는 「휴즈」자신의 소리로 판정됐다.
그러나 출판사측도 반론을 폈다. 작가 「어빙」씨는 전화의 목소리는 자신이 만난 「휴즈」의 목소리와는 다르다고 도전했다.
출판사측은 ⓛ「휴즈」친필의 계약서를 교환하고 ②「어빙」씨의 취재내용은 과거의 「휴즈」의 생애와 일치하며 ③인세전도금으로서 「취리히」의 「스위스·크레디트」은행의 「휴즈」의 구좌에 3회에 걸쳐 65만「달러」를 불입, 「휴즈」가 이서한 수표를 회수했다고 물적 증거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휴즈」측은 「뉴요크」의 대법원에 출판금지처분을 신청했다.
「휴즈」측의 요청으로 「스위스·크레디트」은행이 『「휴즈」의 구좌에 65만불이 불입된 사실도, 그것을 그가 현금화한 사실도 없다』고 통고해 왔다.
그러면 「매그로힐」사가 불입한 65만불은 어디로 사라 졌는가. 사실은 동은행에는 또 하나의 「H·R·휴즈」명의의 구좌가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진짜 「휴즈」와는 별개의 구좌로 밝혀진 것이다.
「스위스」의 「크레디트」은행에 의하면 작년에 「H·R·휴즈」라고 이서한 30대의 흑발의 여인이 처음에 5만불을, 나중에 60만불을 찾아간 사실이 밝혀져 미국경찰은 현재 서투른 독일어를 하던 이 30대의 여인을 전세계에 수배중이다.
그야말로 신출귀몰하는 수법을 가진 사기단에 걸린 모양이다. 이 사기에는 가짜 「휴즈」 노릇을 한 배우 1명과 공범 2명이 관련되어 있는 것 같다고 작가 「어빙」씨의 대변인은 말하고 있다. 「휴즈」로 사칭하여 「어빙」씨와 출판사를 속여 65만불을 사취한 것이다. 일당은 6명 내지 8명으로, 이 사기극에는 적어도 20만불 이상의 비용을 쓴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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