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로빈손·크루소」 「괌」도서 전 일병사 28년만에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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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아가나(괌도) 24일 AP동화】현대판 「로빈손·크루소」가 24일 이곳에서 발견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곳에서 고기를 잡던 미국인 어부 2명은 24일 약 28년 전 미군이 「괌」도를 공격할 때「정글」속으로 숨어버렸던 자칭 일본 육군상사라고 하는 「오꼬이·쇼오이찌」(58)를 체포했는데 그는 체포당시 헌 마대로 만든 옷을 걸치고 있었으며 건강은 아주 양호한 편이었다.
그는 체포된 후 곧 이곳 소재 「괌」도기념병원으로 후송되어 보호를 받고있는데 「지저스·두에나스」(48)와 「매뉴얼·가르샤」로 밝혀진 이들 어부들의 말로는 「쇼오이찌」씨가 이곳에서 약 16km 떨어진 「탈로포포」강에 쳐놓은 그물을 몰래 꺼내다가 이들이 접근하자 대들기에 격투 끝에 붙들었다고 밝혔다.
「두에나스」씨는 「쇼오이찌」를 마을에서 처음 보는 소년으로 착각, 다가가면 도망가겠지 하고 접근했으나 주먹을 휘두르며 대들기에 할 수 없이 붙들었다고 말하고 붙들자 마자 「쇼오이찌」를 마을로 데려가 일본관리들에게 대면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곳 주재 명예영사 「제임즈·신따우」와의 대화에서 「쇼오이찌」가 1943년 만주에서 일본군과 함께 이곳에 도착, 이듬해 미군이 이 섬에 상륙하자 동료 9명과 함께 산 속으로 숨어 들어갔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쇼오이찌」는 20여년 전에 종전이 된 것을 알았으나 「정글」속에서 나오는 것이 겁이나 그후 계속 새우와 물고기 및 도토리로 연명해왔다고 말했다.
「쇼오이찌」는 붙들려온 후 「신따우」 영사가 주는 음식을 소화가 안된다고 거절했는데 그동안 머리와 수염은 가위로 손질해서 말끔한 편이었다.
「쇼오이찌」는 이날 다시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에 착잡한 감정이 복받친다고 말했는데 「신따우」영사는 『이 친구가 거의 28년 동안 문명과 동떨어져 살다 문명사회로 돌아가니 그 기분을 알만도하다』고 말하고 『또한 일본군인 규율에는 패배한 후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수치로 생각하는 습관이 있어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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