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되는 휴즈 자전 논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최근 10여년간 세상의 눈을 피해 온 수수께끼 속의 미국인 억만장자 하워드·휴즈와 미 최대출판사중의 하나인 맥그로힐사 사이의 휴즈가 닉슨가에 거액의 돈을 꾸어준 일이 있다는 내용이 이 전기에 실려있음이 밝혀짐으로써 『휴즈와 닉슨 결탁』논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휴즈의 닉슨가 융자사실은 이미 60년에 폭로된바 있는 것으로 오는 3월 맥그로힐 출판사에 의해 출간된 문제의 전기에서 다시 확인된 것이다.
60년에 폭로된 내용은 닉슨이 부통령이었던 56년에 휴즈가 식당을 경영하다가 자금난에 빠진 닉슨의 형 드널드·닉슨에게 무담보로 20만5천 달러를 융자해 줬는데 휴즈는 그후 그의 사업경영문제에서 정부 각 부처와의 관계가 만사형통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폭로기사에 대해 닉슨 진영은 『선거를 앞둔 정치적 모략』이라고 비난하고 『무담보도 멀쩡한 거짓말이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닉슨 어머니 소유 주유소가 담보』였다고 주장했었다.
한편 지글러 백악관 대변인은 『14년전 이야긴데 내가 뭘 알겠느냐?』고 논평을 거부했다.
문제의 전기를 집필한 것으로 알려진 클리퍼드·어빙은 휴즈가 그의 전기에서 위와 같은 사실을 확인했을 뿐 아니라 이같은 융자를 알선한 사람은 투루먼 전 대통령의 보좌관이었고 존슨 전 대통령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바 있는 거물급 정치인 클라크·클리퍼드였다고 말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소동에 더욱 불을 지른 것은 최근 휴즈 측이 네바다주 재판소에 전기출판 중지 가처분 신청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휴즈 측이 전기출판에 이토록 불안해하는 것은 『정치 헌금에 의한 휴즈와 닉슨과의 결탁이 폭로될 것을 두려워한 까닭이 아니냐』는 소리가 일부에서 고개를 들고있다. 특히 라이프지에 연재한 후 3월27일 출간할 예정을 짜놓았던 맥그로힐사는 이같은 의겨늘 옹호, 휴즈의 출판반대에 분격하고 있다.
동사 레벤덜 출판담당 중역은 『휴즈는 아이크 시대의 닉슨 부통령을 비롯하여 역대 대통령과 갚은 관계를 맺고 있어 50년대에는 4년만에 라스베이거스에 그의 왕국을 세울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이 전기에 시려있다』고 말하고 따라서 휴즈 측이 전기출판을 방해하는 것은 『그의 사업이 기종의 타격을 받게될 것이라는 측근의 충고 때문일 것』이라고 믿고 있다.
당초 맥그로힐사와 라이프지는 지난 연말 휴즈 전기출판을 결정하고 이 전기는 『1백 시간동안에 걸쳐 휴즈 자신이 호텔 방이나 자동차 안에서 말해준 것을 녹음, 이를 토대로 집필된 것』이라고 말하고 그 후에도 원고내용에 관해 휴즈와 저자 어빙 사이에 충분한 의사교환이 있었다고 발표했었다.
이에 대해 줄곧 침묵을 지켜오던 휴즈는 돌연 지난 7일 그가 선정한 7명의 기자와 전화 인터뷰를 마련했다. 지난해 여배우 진·피터즈와 이혼한 후 14개월만에 처음으로, 비록 전화를 통해서였지만, 바깥세상과 접촉을 가진 것이다.
그는 이 회견에서 『문제의 전기는 날조된 것이다. 클리퍼드·어빙이라는 사람은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고 더우기 전기를 준비할 생각도 안 해봤다』고 잘라 말했다.
전화 인터뷰에 참석한 7명은 뉴요크·타임스 등 미 일류신문사의 기자였고 다년간 휴즈 기사를 다루어온 기자들로서, 이들은 전화 목소리의 주인공이 말투나 발언내용으로 보아 휴즈 임에 틀림없다고 믿었다.
그러나 막상 문제의 전기 집필자인 어빙은 휴즈라 자칭한 전화목소리의 주인공은 과거 얘기를 할때 세부 사항을 자세히 언급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휴즈의 나이(66세)와 건강에 비추어 단숨에 청산유수처럼 말을 쏟아 놓았다는 점을 들어 목소리의 주인은 휴즈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휴즈측의 출판중지 가처분 신청으로 일단 출간이 좌절될지는 모른나 이번 휴즈 전기는 닉슨과 클라크·클리퍼드 저 국방장관까지 끌고 들어가 60년 선거때보다 더 폭 넓게 정치헌금 등의 검은 안개를 오는 대통령 선거에 불러올지도 모른다. <한남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