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중인 집권자는 「안방」을 조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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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가나」에서 일어난 한 중령의 군사「쿠데타」로 군인들의 철권과 일당독재가 판을 치는 「아프리카」에서 그나마 고독한 문민파의 의회민주주의를 지켜오던 「홍일점」하나가 또 한번 군복 속에 파묻히고 말았다. 그리고 부실정권을 이끄는 문민파 지도자는 잘못 해외여행을 했다간 정권을 빼앗길 판이다. 「쿠데타」의 이유는 「코피·부시아」문민정권의 경제파탄과 행정무능이 열거되었다.
그 원인이 마치 의회민주정치에 있다는 양 헌정이 중단되고 정당·의회가 해산되었으나 진짜 원인은 「웅크루마」독재가 남겨 논 외채 3억5천만「달러」와 생명선인 「코코아」값의 폭락, 물가앙등에 있는 듯.
금년 외화사용액의 4분의1이 몽땅 외국의 빚 갚는데 나갈 판이라고 한다.
어쨌든 이번 「쿠데타」로 『외국여행 했다간 정권을 빼앗긴다』는 「징크스」가 또 한번 드러났다.
「웅크루마」도 「구세주」를 자처하며 죽을 때까지 해먹으려다가 북경에 간 사이 「쿠데타」로 정권을 빼앗긴 「기니」의 「세쿠·투레」대통령한테 곁방살이 신세를 지며 실권 없는 「공동대통령」의 헛 감투만 쓰고 앉았다.
「시아누크」 역시 비슷한 「케이스」. 「파리」여행 후 「모스크바」경유 북경으로 향하던 중 친미적인 「론·놀」한테 뒤통수를 맞은 「시아누크」도 지금 북경의 쓸쓸한 객사에서 이를 갈고 있으며, 「우간다」의 「밀톤·오보테」전대통령도 「싱가포르」에서 열린 영연방회의에 참석했다가 「이스라엘」의 입김을 쐰 직업군인 「아민」한테 안방을 빼앗기고 「탄자니아」 「니에레레」대통령의 과객노릇을 하고 있다.
이번의 「부시아」수상도 「런던」에서 종합진단을 받다가 권력을 빼앗겼으니, 집권자는 모름지기 몸 보양보다 정권진단을 먼저 해야 할 듯.
심지어 「하일레·셀라시에」황제는 미국에 가 있을 때 그 아들이 찬탈음모를 꾸몄으니 말이다.
여하간 「가나」도 이젠 「예외」를 주장할 수 없게 되었다. 「아프리카」아니 전세계에서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다가 군복을 민간복으로 갈아입고서 탈바꿈하는 일없이 정권을 고스란히 민간인에게 넘겨주었던 극히 드문 사례였던 「가나」도 이번 사태로 명실공히 군복조의 대열에 끼어 든 것이다. <외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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