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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위한 비상치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건개 서울시경 국장은 10일 올해 들어 첫 기자 회견을 자청하고, 이 자리에서 서울시내의 15개 일선 경찰서를 비옷한 전 수도경찰 병력이 이날부터 「치안 비상령」하의 근무태세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72년 말까지 계속 될 이「비상령」은 올해 수도경찰행정의 목표를 국가 비상사태에 따른 수도권 방위체제의 확립에 둔다는 것 외에 서울시민이 대문을 열고서도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선량한 서민생활의 질서를 보호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적으로 투입할 방침임을 그 구체적 방안과 더불어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그는 이 비상령에 따라 서민 감정을 자극하거나, 건전한 시민생활 질서를 어지럽히는 특수층의 질서문란, 부정·부패행위, 퇴폐 풍조 등을 서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까지 기어이 일소하겠고 ①특수 수사본부를 신설하고 ②절도 사범 전 층을 위해 각서 단위의 「330수사대」를 설치하며 ③신흥 주택가에 1인 경찰관제의 「이웃 경찰지소」를 둠으로써 야간 주거 침입·절도·폭력·부정식품·부정의료행위 등「4대 서민 생활침범 사범」을 뿌리뽑겠다고 말한 것이다.
이 국장은 또 이 같은 방침의 실천을 위해 ①경찰관에게 박봉 속에서도 국가에 대한 절대적인 신앙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국가 종교관」을 주입시키고 ②일선 경찰관들에게 부여된 임무를 언제나 원칙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대폭 강화해주며, 또 수도경찰의 기조 및 정원을 재조정하기 위한 3개년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고도 밝히고 있다.
그가 이날 밝힌 이 같은 언명들은 일견, 일개 시경국장으로서의 그 자신의 의욕이나 역량만으로써는 좀처럼 뚫기 어려운 벽이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 매우 고무적이고 시선에 맞는 방향 설정이라 하겠다.
왜냐하면 이 같은 발언가운데는 사상 최약관의 몸으로 수도치안의 중책을 맡은 그의 젊고 푸른 포부가 약여할 뿐만 아니라, 오늘날 실추된 경찰의 위신을 서민 생활질서의 보호라는 가장 현실적인 실천과제를 통해 일거에 회복시켜보려는 야심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지로 이날의 기자회견에서 조심성 있게 「특수」「특별」「고도」등의 접두사가 부착되어 호칭되는, 일부 특권·특수 부의 범법행위와 고급 오락장에서의 퇴페 풍조를 일소하겠다고 다짐하는 한편, 「서민 생활질서의 확립」이라는 용어를 되풀이 사용하고 있음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이 같은 표현이 급격하게 진행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 사회내부의 구조적 이질화 경향에 대한 젊은 시경국장으로서의 예민한 감수성을 반영한 것이라면 시민으로서는 누구나 그 싱싱한 현실 감각에 기대를 걸려고 할 것이다.
이런 뜻에서 우리는 최근 서울시경 당국자가 시민중심 1㎞반경을 교통비상 통제구역으로 설정하고, 장관·국회의원을 포함한 특권층 차량들의 교통위반에 예외 없는「빨간딱지」를 뗐던 사실을 고무적인 진전으로 주시하고 있다. 이러한「빨간딱지」소동이 한낱 용두사미격 경고조치로 끝나서는 아니 될 것은 물론이다. 비단 교통사범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법 앞에는 만민이 평등하다는 대 원칙이 국가생활의 모든 면에서 지켜질 수 있도록 법질서의 파수병 노릇을 하는 것이야말로 경찰의 본연의 자세이다.
「야경국가」의 개념이 말해주듯, 국가 존립의 가장 원천적인「레존·데틀」은 국민의 생명·재산을 보호하는데 있으며, 그러한 제1차 적 기능수행을 위해 있는 것이 바로 경찰행정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법질서의 깍듯한 준수와 서민생활의 안전이 역시 국민의 일부로써 구성도는 경찰관들에 대한 일방적인 훈시나 봉사정신 강요만으로써는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충분히 알고 있다. 경찰관들에게 높은 사기와 투철한 사명감을 줄 수 있는 충분한 처우개선책이 마련돼야 하고, 또 그 구조자체의 수사경찰력 중심의 개편, 공정한 인사, 적절한 연공가급제 등의 혜택 등을 본 난이 누차 주장하는 소이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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