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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 불리한 미·중공 결정 승복 않겠다|박대통령 연두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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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박정희 대통령은 1l일 연두회견에서『북괴가 무력적화동일의 야욕을 버릴 것을 확실히 약속한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말하고, 『그러나 북괴가 무력적화통일을 포기한다는 확실한 약속이 없는 한「유엔」에서의 동시 초청도 포함해서 같이 얘기한다는 것은 시간의 낭비』라고 말했다. 박대통령은「유엔」에서 분단국 동시가입론이 거론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하면서『그러나 우리의 통일염원을 무시하고 통일염원에 반한 남북동시가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대통령은『분단국이라 해도 그 역사적 배경과 오늘의 사정은 모두 다르며 특히 작년「유엔」의 중국 대표권 결정에서「보편성원칙」이 무너졌다』면서 이같이 선언했다. 박대통령은 2월에 있을 미·중공정상회담에도 언급, 한국에 대한 불리한 어떤 결정도 없을 것이라는「닉슨」미대통령의 약속을 공개하고『앞으로 우리정부는 한국정부와 상의 없이 또 참여 없이 우리의 이익에 위배되는 결정은 있을 수 없으며 설혹 결정이 있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기본 태도라고 말했다. 박대통령은『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대처, 다변 외교를 펼 것이며 공산국가일지라도 우리에게 적대 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통상·교역 등 적절한 관계개선을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박대통령은 북괴는 전쟁준비를 끝냈으며 군사 면에서 북괴가 앞서있다는 점에서 우리 안보엔 이미 위험신호가 났다고 지적,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비상조치를 취해야 했으며 모든 국력을 총동원해서 튼튼한 총력 안보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2시간반 동안 중앙청 제1회의실에서 가진 회견에는 김종필 국무총리를 비롯한 전 국무위원, 백남억 당의장을 비롯한 공화당 당무위원,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배석했다. 회견내용은 다음과 같다.

<자위 위한 국력 배양 전력|71년의 평가와 새해소망>
지난해도 다사다난한 1년이었다. 지난 10년간 국력 배양을 위해 추진해온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끝난 해였으며 국토통일에 대비한 국력배양의 중간 결산 기였다. 우리는 정치·경제·사회·국방 등 모든 분야에서 1·2차 5개년 계획을 통해 놀라울 만큼 성장했다. 특히 북괴에 비해 월등히 앞서고 있다.
그러나 군사적인 측면에서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어떤 면에선 북괴가 우리보다 앞서고 있다. 북괴는 무력적화통일이 궁극적 목포이기 때문에 다른 모든 분야를 제쳐놓고 광신적으로 전쟁준비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에 반해 우리는 무력 아닌 평화통일이기 때문에 경제분야의 개발에 힘써 왔으며 북괴와는 군사적 대비에서 차이가 생겼다.
지금 우리가 비상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북괴가 끝내 무력적화통일의 야욕을 버리지 않는다면 우리도 살기 위해 자위책을 강구치 않을 수 없으며 모든 국력을 총동원해서 튼튼한 총력안보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올해도 여기에 모든 정책의 역점을 두지 않을 수 없다.

<분단국 일괄취급은 부당|외교정책>
국제정세는 급변하고 있다. 중공의「유엔」가입이나「닉슨」 미대통령의 북경방문, 일본의 중공 접근 등은 몇 년 전에는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다.
20년간 적대관계에 있던 미국과 중공이 국교 정상화도 없이 정상회담을 하는 자체가 환영할만한 일이고 동북아의 항구적 평화기틀이 되었으면 한다.
그런데 중공은「유엔」에서의 첫 연설에서 기대에 어긋나는 발언을 했고, 특히 한반도에 관해 김일성의 무력적화통일방안을 지지하는 주목할만한 발언을 했다. 이것은 우리안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고 중공의「유엔」가입이 세계 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속단이 되고 말았다.
정부는 2월21일의 미·중공정상회담의 귀추에 깊은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 회담에서 한반도에 관해 거론될지의 여부는 알 수 없으나「닉슨」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중순에 보낸 친서에서 미국으로서는 정상회담에서 한국문제를 거론할 계획이 없고, 만일 중공이 이 문제를 제기하면 미국으로서는 한국의 강력한 맹방임을 강조할 것이며 여하한 일이 있어도 우리에게 불리한 일은 안 할 것이라고 약속한바 있다. 현 싯점에서「닉슨」대통령의 약속을 믿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여하한 경우 한반도의 장래에 관해 한국국민이나 정부와 상의 없이, 또 참여 없이 우리이익에 위배되는 결정은 있을 수 없다. 만일 이런 일이 있어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태도이다. 새해부터 국제질서는 다원화할 가능성이 많다. 정부는 경제 외교와 신축성 있는 외교로써 이런 정세에 대처해 나갈 것이다.
미·일 등 자유우방들과 종전의 우호관계를 발전시키고 공산국가라 할지라도 우리에게 적대행위를 하지 않는 나라와는 통상과 교역 등 적절한 대책을 추구 할 것이다.
「유엔」에서는 금년에 남북한 동시초청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지난 70년의「8·15」선언과 같이 북괴가 무력적화 야욕을 버린다면 언제 어디서나 대화한다는 것이다. 이런 약속 없이 대화한다는 것은 시간낭비에 불과 할 것이다.
최근에 거론되는 분단국의 동시「유엔」가입문제는 분단국의 특수성과 실정을 무시하고 일괄처리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같은 분단국이라도 독일이나 월남·중국과 한국이 그 분단될 때의 사정과 역사적 배경, 현 실정이 다르다. 예를 들어 독일은 동서가 분단되었지만 그 동안 무력대결이 없었고 현재도 무력적화통일계획 같은 것이 없다고「유엔」에서 빈번히 거론된 보편성의 원칙은 중공이「유엔」에 가입되고 자유중국이 축출된 것으로 이미 무너졌다. 남북 동시가입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다.

<6·25같은 지원 기대난|비상사태선언의 배경과 이유>
국가안보측정의 책임은 전적으로 대통령에 있고 대통령이 할 일의 가장 중요한 것이다. 최근 국내외 정세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국가안보에 위험 신호가 와 있다고 판단했다.
내가 비상사태의 선언을 결심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 있다.
첫째, 북괴의 전쟁준비 양상이「미노베」동경도지사가 평양에 다녀와서 말한 것처럼 마치 전쟁이 진행되는 전시체제로 들어갔다.
둘째, 중공이「유엔」에 가입, 북괴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셋째, 미국의 대「아시아」정책이 바뀌어 6·25동란 때와 같은 지원을 지대하기 어려우며 상당히 제한된 지원이 예상된다. 김일성이도 이런 상황을 알고 엉뚱하고 무모한 장난을 시도할 위험성이 있다.
네째, 긴장 완화의 국제적인 주변정세와 관계없이 국내적으로는 평화의 환상적인 분위기가 사회에 가득히 차있어 이 자체가 위험한 상태였다. 모든 국민의 안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했다.
10가지 중 9가지가 안전하고 1가지의 워험성이 있어도 이 한가지 전쟁위험성에 만반의 대비를 하는 것이 국방이다. 수도권방위에 중점적 시책을 강구하겠다.

<안보완비가 통일 첩경|평화통일 정책>
한반도의 장래나 운명은 열강이나 국제조류에 의해 좌우되지 않고 주체적 역량과 자주적 결단에 의해 결정된다. 이것은 어떠한 국제정세의 변화에도 변함없는 대 원칙이다. 따라서 우리의 외교나 통일정책은 국제정세의 변화에 좌고 우면하거나 우왕좌왕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평화통일의 선행조건은 북괴가 무력적화통일을 포기하겠다는 것을 전세계에 대해 약속하는 것이다. 북괴가 무력통일야욕을 포기하도록 하는 길은 우리의 국력을 집결하여 굳건한 태세를 갖추는 길밖에 없다. 따라서 북괴의 전쟁도발을 저지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기르고 국력을 총집결한 총력 안보태세를 확립하는 것이 평화통일을 앞당기는 길이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 일부에서 거론된 4대국 보장론은 비현실적이고 위험한 생각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4대국 보장론은 환상적인 생각으로 절대 안 된다는 점을 거듭 밝힌다. 4대국 보장은 서로 이해가 달라 합의가 안될 뿐 아니라 된다하더라도 우리는 믿을 수 없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되는 경우를 가정하면 한국에 있는「유엔」군과 미군이 완전 철수하고 한미방위조약을 철폐하고 북괴도 소·중공과 맺은 군사조약을 폐기하여 공백상태가 생기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태는 북괴가 노리는 기회로서 김일성은 이런 기회가 오면 쳐내려 올 계획인 것이다.
통일문제에 관련해 국민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은 성급한 생각을 해서는 안되겠다는 점이다. 현 사정 아래서는 끈질긴 인내와 꾸준한 노력이 첩경이다.

<특권층 사리사욕 엄단|국가보위법의 운영>
어디까지나 국가보위와 평화수호를 위해 신중히 운영해 나갈 것이다. 절대로 일반국민생활에 불편이나 위축을 주어서는 안되겠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앞으로 보위법을 잘 운영해나가면 사회안정, 법질서의 확립으로 모든 일에 능률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안정기반이 확립됨으로써 경제건설도 좀더 효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며 기형위축이나 외자도입에의 지장을 가져올 우려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시국을 이해할만한 지도층 지식층이 솔선 수범하여 실천해 주기를 바란다. 지도층 특권층에서 시국에 편승하여 사리사욕을 취하거나 분별없이 몰지각한 사회혼란을 야기하면 엄중히 다스려 나가겠다.

<농촌근대화 중화학 육성|제3차 5개년 계획에 대해>
2차 5개년 계획을 결산해보면 국민 총생산이 연평균 7% 성장계획에서 11.4%의 성장으로 초과 달성했다. 특히 제조부문은 연평균 22.3%로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이었다.
2차 5개년 계획을 총평하면 산업구조면에서 근대화를 촉진하여 경제자립도를 높였고 3차 5개년 계획의 기반을 튼튼히 했다.
3차 5개년 계획의 골자는 (1)농촌 근대화 (2)수출의 획기적 증대 (3)중화학 공업육성 등 3대 목표이다.
이기간 중의 경제성장률은 연8.6%이며 안정과 성장의 조화로 균형발전을 이룩한다는 것이 바탕이다.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76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4백「달러」가 되고 고용은 1백90만명 내지 2백만명이 늘어날 것이며 수출은 연24.3% 성장하여 35억「달러」가 달성될 것이다.
농촌근대화는 쌀·보리의 자급자족이 선결문제인데 이는 종자개량·고미가 정책의 계속 추진·보리예시가제도 활용 등으로 이룩토록 하겠다. 식량의 자급자족은 증산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잡곡을 많이 먹는 식생활개선으로 달성될 수 있다.
농어민소득중대사업은 앞으로 1백37개 단지에 7백억원을 들일 계획이다.
4대강 유역의 종합개발계획은 81년에 끝나지만 76년까지 1천3백억원을 투입해서 사업의 45%를 추진할 것이다.
중화학공업 분야에서 포항종합제철공장이 내년 7월말 완공되면 연간 1억5백만불의 수입대체가 가능하며 석유화학은 추진중인 16개 공장이 대부분 내년까지 완공되어 약1억1천만불의 수입대체가 가능할 것이다.
조선공업은 30만t급 선박제조를 위한 대규모 조선공장을 추진중인데 이것이 완공되면 현재보다 약 7배의 조선능력을 갖춰 세계 10대 조선국중에 끼게 될 것이다.
3차 5개년 계획은 우리의 결심과 노력에 의해 목표달성이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보며 국민각자의 자발적인 협력을 당부한다.

<부정제거 착실한 성과|서정쇄신에 관한 시책>
작년봄 선거에서 야당이 가장 정부를 두들긴「이슈」가 부정부패 문제였다.
나는 그때 대통령에 당선되면 부정부패 제거에 전력을 경주하여 내 임기 중에 뿌리뽑도록 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한 것을 기억한다.
실제로 비상한 결심을 갖고 부정부패를 쇄신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했고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서정쇄신은 떠들썩하게 소리내지 않고 조용한 가운데 하자는 것이 방침이었는데 조용한 속에 성과가 있었다는 것을 말할 수 있다. 지금 그대로 나가면 부정과 부조리를 없앨 수 있다고 믿는다.

<애국은 일상행위에서|퇴폐풍조의 시정과 정신 근대화>
고도성장의 과정에서 부산물인 사치·퇴폐풍조가 우리 사회서도 논란되었지만 최근에 고개를 숙이고 생산적인 새바람이 일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애국하는 일은 고차원적인 어려운데 있는 것이 아니라 명동의 구두닦이 소년이 1백70여 만원을 저축하는 것 같은 평범한 생활 속에 있다. 일상생활을 통해 평범한 민주시민의 할 일을 책임 있게 수행하는 것이 애국행위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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