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와 금융 자원조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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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금융동향이 매우 어려운 시점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리인하 조치를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재무부는 예대금리 차를 평균1.6%에서 2%수준으로 확대할 뿐만 아니라 예대금리를 다같이 20%수준이하로 내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재무부의 이 같은 금리인하 방침으로 미루어 볼 때 일반 대출 금리는 현행 22%에서 20%선으로 내려갈 것 같으며, 예금 금리도 1년 만기 정기예금 이자율이 현행 20.4%에서 18%선으로 내려갈 것 같다.
정부가 금리를 내려야 하겠다는 이유로서 들고 있는 요인으로는 ①불황 경향의 진행에 따른, 기업부담의 경감 ②국제적인 평가조정에 따른 수입「코스트」의 상승과 제품 원가 상승에 대한 보상 ③환율 유동화의 부가적성에 대한 대응 ④수출 촉진의 필요성에 따른 유인 제공 등이다. 확실히 오늘의 국내기업이 당면하고 있는 저애로로 보아서는 금리를 인하해야 할 상황이라 하겠으나, 금리를 인하할 조건이 금융 면에서나 경제 동향 면에서 형성되고 있느냐에는 적지 않은 의문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 하겠다.
첫째, 통화 창조「메커니즘」이 70년도부터 반전되어 금융 구조가 크게 변질되고 있는 실정에서 금리를 인하할 때 금융 자원의 조달은 더욱 어려워질 것인바 이러한 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즉 차관 원리금 상환수요가 계속 증가하여 이에 따른 72년의 원화 환수 요인만도 1천2백억원 정도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곧 예금 감소요인으로 작용하거나, 아니면 예금증가를 수반하지 않는 대출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처럼 금융상의 자금부족 요인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저축둔화요인이라 할 금리인하 조치를 단행한다는 것은 큰 문제일 것이다.
둘째, 71년도의 금융동향을 볼 때 10월말 현재로 대출금은 1천6백여억원이 증가했는데, 예금은 1천4백50억 원 정도밖에 증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오버·론」경향은 연말에 더욱 격화되었으며 금융 기관의 중앙은행 의존률을 계속 증가시켜 결국 금융의 정상화라는 당면 과제와는 역행하는 것이 되었다.
또「오버·론」현상에도 불구하고 불황 경향과 부도율 등으로 보아 대출수요를 억제할 길은 사실상 없는 실정인 것이므로 금리 인하 조치는 금융 기관의 자금 수급사정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 우려된다.
세째, 71년 중의 저축성예금 동향을 보면 눈에 띄게 그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 즉 71년 1·4분기 중에는 평균1백70여억원의 저축성 예금증가가 있었으나 2·4분기에는 평균 98억원 수준으로 격감, 이 추세가 10월중에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저축성 예금증가가 크게 둔화하고 있는 상황하에서 금리를 인하한다는 것은 산업계 전체를 위해서는 적지 않은 문젯점을 파생시킬 것이다.
이렇게 금리인하 조치와 금융 자원의 조달의 상관 관계가 여러모로 어렵게 보이는 상황이긴 하지만 불황이 요즈음처럼 장기화될 전망아래선 기업부담의 경감이란 점에서 볼 때 크게 업계의 환영을 받을만하다 할 것이다.
문제는 따라서 금리 인하 조치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종전 수준대로의 금융자원을 금융 기관이 마련할 수만 있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한편 이와 관련해서 금융 자금의 효과적인 공합이 이 기회에 새삼 검토돼야겠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그것은 이미 대형화 되어있는 은행대출의 건당금액이 가리키듯이 이러한 추세가 앞으로도 더욱 계속 된다면 모처럼의 부채부담의 경감이란 효과가 한정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모처럼의 금리 인하의 혜택이 되도록이면 골고루 파급이 돼야만 하겠다는 것을 강조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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