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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서계동에 큰 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8일 상오11시55분쯤 서울 용산구 서계동196 동방창고(주인 조종희·37)에 불이나 수용성 용해제 「아이소·프로필·알콜」등 화공 약품이 가득 찬 연건평 5백30평 크기의 창고 건물 5동 가운데 4동이 모두 타고 불길은 이웃 민가 10여 채에 번졌으나 이날 2시30분쯤 불이 잡혔다. 불을 맨 처음 목격한 창고 인부 송효칠씨(33) 말에 따르면 송씨 등 인부 4명이 아래층에서 하역 작업을 하던 중 가공창고 2층 화공약품 창고에서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고 한다.
불이 나자 「시멘트·블록」벽에 양철과 「슬라브」등으로 지붕을 씌운 5동의 창고건물(일부 2층)중 4동이 순식간에 불덩어리가 되었다.
화공 약품이 『펑』 『펑』 소리를 내며 잇달아 터지면서 검붉은 화염이 하늘 높이 치솟고 유리조각과 돌멩이 등이 50여m 주위에까지 비오듯 날아 떨어졌다.
이 때문에 너비 약2.5m의 골목길을 사이에 둔 남쪽 청파동41 일대 민가에도 불길이 번져 이날 하오2시 현재 유근항씨(40)의 2층집 등 10여 채가 불에 탔다.
진화 작업에 나선 경찰은 한미 소방차 50대, 특수 화학 차를 동원, 진화작업에 나서고 있으나 화공약품이 계속 터져 발화 두 시간이 지나도록 화재현장에는 접근치 못하고 50여m 밖에서 소방「호스」로 물을 뿌렸다.
불이 나자 이웃 만리동·청파동 일대 5천여 주민들이 가재도구를 꺼내들고 큰길로 대피, 번지는 불길을 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창고 옆 문용식 내과와 인근 주민 1천여명은 판자를 급히 끌어내고 가구를 옮기는 긴급 대피소동을 벌였고 군·경·예비군 등 2백여명이 출동, 교통을 차단하고 반경 50여m 이내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이 창고는 보관 창고업자 조씨 소유로 일제 때부터 있던 것으로 「아이소·프로필·알콜」(99%농도)등 1백60kg들이 「드럼」통이 1백개 이상이나 쌓여 있었으나 서울 시내에서 약품 수입업자들이나 약품 도매상 등이 수입 화공약품과 염산 초산 「알콜」 「벤졸」등 그밖에 화공 약품을 이곳에 보관해두고 있어 창고는 항상 이들 약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한다.
이웃 주민 김용호씨(42)는 평소 이 창고 옆을 지날 때마다 약품냄새가 코를 찌르고 창고와 민가사이의 골목길은 너비가 겨우 2.5m밖에 안되어 불이 나도 소방차가 들어갈 수 없다고 3, 4차례나 시 당국에 창고 건물의 이전을 주민들이 요청 해왔다고 한다.
경찰은 현장에서 인부 이영구씨(30) 등 4명을 연행, 화인을 조사중이다.
◇민가 피해상황
▲유승한씨(35·청파1가32의7) 등 5채 전소.
▲이웃 노윤선씨 집 등 9채 반소. 진화 작업에는 대연각 화재 이후 원료를 일본에서 들여다 처음으로 국내에서 제조한 「범·헤트」라는 화학약품 화재 진화용 특수약품도 동원되었다.
소방관들은 「범·헤트」 1백㏄들이 1백80개를 가져다 물을 1백배 타서 고가사다리 차에서 뿌렸는데 지난해 12월28일 정부 종합청사 방화훈련 때 시험을 거친 약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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