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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중 땅 사기한 자칭 종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전 국회의원(6대) 유창렬씨(57·광산업)가 거액의 종중 땅을 사취한 것이 드러나 배임 및 사기혐의의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행방을 감추어 검찰의 수배를 받고 있다. 유씨가 문화류씨 정숙공파 종손임을 자칭하여 사취한 부동산은 6일 현재 5만7천8백53평에 이르고 있으며 줄잡아도 싯가 2억여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가 사취한 5만7천여평의 임야 중 경기도시흥군안양읍비산리산176의1일대의 4필지 3만4천2백평은 안양유원지입구에 있어 평당 5천원을 넘는 노른자위로 처남 박모씨에게 넘겼으며 고양군벽제면선유리 산18 일대의 5필지 2만3천6백53평은 국방부에 팔았음이 밝혀졌다.
유씨가 관리인 없는 종중 땅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 것은 6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 무료하게 지낼 때인 68년9월부터.
당시 안양땅 3만4천2백평은 종중 소유로 임야대장에만 유근섭씨 등 5명의 이름으로 신탁 등재되어 있을 뿐 미등기 상태로 남아있자 유씨 문중의 몇 사람이 박동석(토지「브로커」)과 짜고 처음에는 임야대장상의 소유주이름으로 보존등기를 했다가 박의 명의로 이전, 서모씨에게 넘겼었다.
뒤늦게 종중 땅이 사취된 것을 알게된 문중유지들이 사후대책을 논의하다 국회의원을 지냈던 문중의 유력자인 유창렬씨를 찾아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종중 땅을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브로커」박을 고소하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던 유씨는 임야대장에 등재된 5명의 신탁명의자 중 한사람이 죽은 그의 아버지(유봉내)라는 것과 나머지 사람들은 무력하거나 생사불명인 사실을 알게되자 이때부터 딴 생각을 품게됐다는 고소인측의 주장.
유씨는 자신과 종중대표의 고소로 구속 기소된 박을 면회, 『안양땅을 원상 회복해주면 고소를 취소하겠다』고 달랬다.
원상회복에 응하겠다는 다짐을 받은 유씨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장남 재신씨(현재 도미 중)와 공모, 박으로부터 매수한 것처럼 꾸며 자신의 소유로 등기이전을 마쳤다.
유씨는 그후 70년8월28일 처남인 박모씨(D산업대표)에게 안양땅을 담보로 1천5백만원을 빌어 쓴 다음 제3자에게 처분했다. 밀천도 안들이고 뜻하지 않게 큰 횡재를 한 유씨의 종중 땅 사취수법은 대담해지고 만일의 경우에 대비, 법망을 피하기 위한 교묘한 방법을 쓰게됐다. 표면상으로는 장남 재신씨를 내세워 관계서류를 위조케 한 후 도미시켜 수사의 선이 자신에게 닿지 않도록 끊어버리려 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안양에 종중 땅이 있다는 것도 모르던 유씨는 종중 일에 관여하면서 고양군에도 종중 땅 2만3천여평이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68년1l윌 국방부에서 이 땅을 군용지로 사용하기 위해 매수통고가 나오자 생사를 알 수 없는 소유주로부터 재산처분위임을 받은 것처럼 장남을 시켜 관계서류를 위조, 국방부로부터 매매대금 4백49만여원을 받아 편취했다.
유씨는 종중의 고소로 처음 검찰의 심문을 받을 때는 『내 아버지가 문화류씨 정숙공파의 종손이므로 내 땅을 마음대로 처분한 것』이라고 버티었다가 박준양 부장검사로부터 『자신의 땅이 어느 곳에 있는 줄도 모르고 선조가 묻힌 산소에 성묘 한번 안했다가 종중 땅을 가로챌 수 있느냐』는 호통을 받기도 했다.
유씨는 관련 하수인들의 자백으로 부정의 꼬리가 잡히게 되자 『미국에 가있는 장남이 한일이기 때문에 모른다』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으나 끝내 법망을 피하지 못하고 쇠고랑을 차게된 것이다. <심준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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