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또 국회 보이콧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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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오른쪽)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민주당 당사를 방문해 김한길 대표와 회동하고 있다. 김 대표 앞 테이블에 황 대표가 선물한 찹쌀떡 보따리가 놓여 있다. [김형수 기자]

민주당이 11일 국회 인사청문회 기간(11~13일) 중 청문회를 제외한 국회 일정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 8일 검찰청사를 항의방문하면서 ‘1일 파업’을 벌인 데 이어 사흘 만에 다시 ‘부분파업’ 의사를 밝혔다. 보이콧 기간은 사흘로 늘렸다. 13일 이후엔 국회를 정상화할지는 “가 봐야 안다”는 게 민주당 입장이다. 부분파업의 이유는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이날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에 대한 중징계를 확정한 것 등과 관련해서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의 편파 수사와 편파 감찰, 편파 징계 등 정권 차원의 공작을 저지하기 위해 국민 여론을 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11일 예정됐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예산결산특위 결산심사소위원회 등이 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줄줄이 취소됐다. 황찬현 감사원장(11∼12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12일), 김진태 검찰총장(13일)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제외한 나머지 국회 일정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외국인투자 촉진법, 창업·벤처 육성지원법, 주택법 등 이견이 큰 법안들은 해당 상임위원회가 심의 일정조차 잡지 못해 회기 내(12월 10일) 처리가 불투명하다. 내년 예산안마저 연내에 처리하지 못해 헌정 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의 보이콧 직후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민주당이 서울광장 천막당사를 철수한 것을 계기로 축하난과 찹쌀떡을 들고 여의도 민주당 당사를 찾아 김한길 대표를 만났으나 분위기는 처음부터 냉랭했다.

 ▶황 대표=“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다. 여당이 잘 함께 일을 해야 하는데 얽힌 것도 있고….”

 ▶김 대표=“이렇게 떡까지 가지고 오셔서 고맙긴 한데, 제가 지금 대표님이랑 나란히 앉아서 웃고 있기엔 마음이 너무 무겁다.”

 회동이 비공개로 접어들었을 때 김 대표는 “양특(국가기관 대선개입 특검·국정원 개혁 특위)에 문제를 넘겨 놓고 여야가 민생과 경제 살리기 법안과 예산심의에 전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에 황 대표는 고개는 끄덕였으나 아무 대꾸를 하지 않았다고 민주당 측이 전했다. 김 대표는 “그야말로 여당의 결단과 대통령의 결단이 있어야 이 정국을 풀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길이 보이지 않아서 답답하다”고 했고 회동 후 양측은 “서로 입장이 다르다는 것만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새누리당은 민주당을 강력히 비판했다. 황 대표가 직접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야권의 특검요구에 관해 “국회를 뇌사상태로 몰고 가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결정을 ‘대선불복 행진’ ‘대선 한풀이’로 규정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사초 폐기 수사 결과를 앞두고 친노보호용 정치파업을 벌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는 ‘종북 숙주’라는 표현을 다시 썼다. “지난해 야권연대로 이석기 같은 종북세력이 국회로 침투하는 데 숙주 노릇을 한 민주당이 뜬금없이 주장하는 대선특검은 대선 불복의 위장”이라면서다.

글=이소아·강태화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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