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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 비즈] 뻥뻥 뚫린 자전거길 여행 … 외국인 관광객 모십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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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국을 자전거로 여행하는 상품이 등장했다. 외국인들이 지난달 30일 경북 상주의 자전거 박물관 인근 도로를 달리고 있다. [뉴질랜드 사진작가 마크 와트슨]

하드웨어만으로는 부족하다. 하드웨어를 통해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건 소프트웨어다. 물길을 따라, 산길을 가르며 전국 방방곡곡으로 뚫린 한국의 자전거도로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자전거 여행을 외국에 판매하는 전문 여행사가 등장했다.

 지난달 27일 외국인 15명이 한강 광나루에서 출발해 팔당댐을 향해 자전거를 타고 힘차게 달렸다. 한국의 자전거 여행상품을 처음으로 구매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8박9일 일정으로 한강∼춘천, 여주∼상주 코스를 거쳐 안동까지 자전거로 여행했다. 은륜에 몸을 싣고 대한민국 산하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코스였다.

 최범석(46·사진) 바이크 오아시스 대표가 한국의 자전거 여행상품을 만든 개척자다. 그는 한때 차범근(60) 전 수원 삼성 감독과 차두리(33·서울)의 에이전트를 했던 괴짜다. 2002년 한·일 월드컵조직위원회에서 일했고, 국제축구연맹(FIFA) 에이전트 자격증도 있다.

 최 대표는 “아일랜드는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9%가 자전거 여행을 위해 입국한다. 호주는 2000년대 초 자전거 여행 산업이 매년 15%씩 성장했다”며 “한국도 하드웨어를 갖춘 만큼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며 자전거 전문 여행사를 차린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인 앨런 웰스(74)는 “유럽과 미국에서 자전거 여행상품은 일반적이다. 지금까지 유럽을 포함해 베트남과 우즈베키스탄, 미얀마 등을 자전거로 여행했다”며 “2년 전부터 한국에 자전거 여행을 오고 싶었는데 관련 여행상품이 없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바이크 오아시스가 자전거 여행상품을 내놔 신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전거도로가 잘 갖춰져 있고 한강 등 주변 경관도 뛰어났다”고 말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최 대표는 자전거 여행만 파는 게 아니다. 한국의 문화도 함께 알린다. 자전거 여행 참가자는 춘천에서는 닭갈비를 먹고, 안동에서는 찜닭을 먹으며 한국의 미각을 함께 즐긴다. 호텔에 머물기도 하지만 전통 한옥에서 숙박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한국은 자전거로 여행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최 대표는 “지난 8월 외국에서 자전거 여행상품을 파는 회사의 대표 8명이 한국의 자전거도로를 보고 감탄하고 돌아갔다”며 “우리나라는 최근 5~6년 사이에 자전거도로는 크게 늘었지만 이를 활용하는 상품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스위스에서 온 아르민 뤼튀(62)는 “한국은 자전거도로도 잘돼 있지만 치안도 튼튼해 마음 놓고 자전거를 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에는 자전거 관련 산업도 급속도로 팽창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2년 한 해 동안 판매된 자전거는 250만 대를 넘어섰다. 2008년 180만 대보다 40% 정도 증가한 수치다. 시장규모는 7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 대표는 “자전거 여행상품은 일반 투어상품보다 1.5배에서 2배 정도 비싸다. 5명당 1명의 가이드가 필요하고, 지원 차량도 늘 함께 다니기 때문”이라며 “환경을 생각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자전거 여행의 인기는 계속 오르고 있다.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앞으로 비전도 크다”고 말했다.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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