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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공사 끝내 숨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대연각 화재 때 11시간동안이나 타오르는 불길 속에 침착하게 대처, 목숨을 건졌던 「11층 그 사람」여선영 중국공사(64)가 4일 새벽 2시55분 끝내 사망했다.
여 공사는 11층 「호텔」방에서 불길과 싸우는 동안 열기를 호흡, 기관지와 폐에 화상을 입어 호흡장애를 일으켜 기도절개수술로 호흡하며 투병해왔으나 입원한지 꼭10일만에 총력을 기울인 「메디컬·센터」진료진의 노력도 헛되이 이날 숨진 것이다.
여공사의 병실에는 여공사의 동생인 여선원씨(54)와 중국대사관 직원, 주량자·서병태·이정균씨 등 담당의사 4명, 이춘자양 및 간호원 2명 등 10여명이 운명의 순간을 지켜보았다.

<합병증 발병>
주치의 김종만 「메디컬·센터」내과과장은 여공사는 입원할 때 코·후두·기관지 모세기관에 이르는 기도에 화학성 화상을 입고 있었으며 기도수술로 인공호홉과 「링게르」주사로 생명을 이어왔다고 말하고 그동안 호흡기계통에 산혈증세가 일어나고 폐렴이 발생하는 등 합병증이 생겨 3일 상오부터는 의식을 잃었고 혈액순환이 악화되어 끝내 사망했다고 말했다.
여공사의 임종은 잠자듯 고요했다. 여공사는 입원후인 지난해 12월30일 낮에는 의식이 회복되어 의료진에게 『언제 퇴원할 수 있겠느냐』 『몇 명이나 죽었느냐』는 등 「메모」로 질문하여 의료진 등에 희망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30일 밤 「X레이」로 가슴을 촬영한 결과 호흡기계통에 산혈증세가 나타나고 폐염과 부분적인 폐위축 등이 나타나기 시작했었다.

<3일 맥박 이상>
지난 3일 상오부터는 갑자기 말초순환성 허탈과 콩팥기능부전현상이 보이고 맥박이 떨어졌으며 이때부터 여공사의 용태는 절망적이었다.
여공사가 끝내 의식을 잃게되어 의료진은 3일 밤 긴급회의를 열어 『절망적이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박승함 의료부장이 보사부장관과 중국대사관에 『여공사의 병세가 절망적』이라고 알렸다.
여공사가 입원해있는 동안 박정희 대통령은 화분을 보내 쾌유를 기원했으며 3백여 저명인사들이 문병했고 일반시민들도 정성어린 성원으로 회복되기 바랐었다.
중국대사관측은 여공사의 유해를 입관, 중국으로 운구할 예정이다.

<여공사 약력>
호남성 장사에서 출생, 중국남경국립중앙대학과 미국「캘리포니어」대학 대학원을 졸업, 1934년 「샌프란시스코」주재 부영사로 외교관 생활의 첫발을 디딘 후 30여년간 외교관생활을 해왔다.
한국에 부임한 것은 1년6월 전. 부임이래 계속 대연각 호텔 11층 4호실을 써왔다.
여공사는 자유중국정부 안에서 미국통으로 인정받아 왔으며 평소 지나칠 정도로 자상하고 깔끔한 성격이었다고 한다.
취미는 「드라이브」였고 나이보다 훨씬 젊고 건강한 편이었다고.

<유해 6일 본국으로>
한편 주한 자유중국대사관에는 4일 상오 나영덕 대사를 비롯, 30여명의 직원들이 모여 장례절차 등을 논의한 결과 유해를 대만으로 일단 옮긴 뒤 장례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대사관측은 5일 상오 11시 입관식을 끝낸 뒤 6일 상오 9시에서 11시 사이에 주한자유중국대사관(중구명동)2층 중정청에서 각계 조객들이 참석한 가운데 추도식을 갖고 식이 끝나는 대로 비행기편으로 유해를 본국으로 운구키로 결정했다.
나대사는 이날 그동안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 한국국민들이 여공사의 회복을 위해 보내준 따뜻한 위문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는 사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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