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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반세기만에 처음 잡은 금강의 웅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금강산이 수줍은 「베일」을 벗었다. 천하의 영산이라는, 북녘 저 너머 금강의 전 모습이 조국의 허리가 동강난 이후, 우리 손으로 누른 「카메라」의 「셔터」에 잡힌 일은 없었다.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을 나는 01기의 비행은 아군기가 비행할 수 있는 최북단비행이었다. 「카메라」를 쥔 손도 사르르 떨렸다.
○○기지를 이륙한지 20분도 못되어 조종사 송귀영 중위의 왼쪽 어깨너머로 아슴푸레 안개를 헤치고 수려한 자태를 드러낸 멧부리가 금강이었다. 고도 5천「피트」, 거리 38km―.
건너지 못할 분계선 저 너머에 금강이 엎디어 있었다. 우리의 염원이 그토록 스몄으면서도 우리에겐 너무도 멀고먼 산이었다. 「카메라」「린호프」3백60mm 망원렌즈에 금강의 동남방 측면이 찍했다.
여기 펼쳐진 그대로 금강의 봉우리들은 수정처럼 반짝였다.
금강산을 찍기 위한 l차 시도는 실패였다. 최전방 7209부대 관측소에서 지상촬영을 시도했으나 워낙 거리가 멀고 산이 가렸다. 게다가 금새 안개가 끼어 훼방을 놓아 만족할 만한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두 번째 시도는 본사의 망원렌즈를 총동원, 공중촬영을 시도했다. 정상적인 전방관측 비행에 동승, 촬영할 수 있는 기회가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허락됐다. 조종사로부터 휴전선 상공에서 북괴들이 정찰기에 이따금 대공포로 도발해온다는 말도 들었다. 비행 전 위험비행에 대한 서약서에 「사인」했다.
이륙하자 가슴이 설레었다. 내가 탄 1번기 위엔 본사사회부 최규장기자가 탄 2번기(조종사 박수용 소령)가 뒤따랐다. 「린호프」와 「하셀블라드」 두 「카메라」의 「렌즈」로 금강에 촛점을 차례로 맞췄다.
한눈에 거칠 것 없이 드러나는 금강의 산줄기였으나 도상으로는 38km의 거리라 쾌청이었는데도 안개는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해상력이 좋은 렌즈라도 선명한 사진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비행기의 진동, 기류의 기복을 고려하여 빠른 속도의 「셔터」를 사용해야만 했다. 「린호프」 망원「렌즈」는 1백분의 1초가 한계점이라 여간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되었다.
결국 최선을 다했으나 모두 실패였다. 세 번째 시도는 기상관계로 하늘만 쳐다보기 나흘만에 눈 내린 한랭기온을 이용, 「스카이·라이트·필터」를 사용하여 가까스로 이 사진촬영에 성공한 것이다.(이 사진 한 장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구태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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