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화급한 고층건물의 총 점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백65명의 사망자를 낸 사상최악의 대연 각「호텔」화재참사는 이를 계기로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로 하여금 고층건물에 대한 화재 비상점검에 착수케 하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세계의 유수 항공사들은 부랴부랴 세계각지의「호텔」방화시설을 점검하고, 앞으로 이에 불합격한「호텔」에는 손님을 알선하지 않기로 했다 한다. 특히 일본에서는 자국 안의 모든 고층 호텔에 대한 방화점검을 다시 하고 있으며 우리 나라에서도 뒤늦게 방화시설의 일제점검이 진행 중에 있다.
본보가 긴급 취재한 전국 1백4개11층 이상 고층건물의 방화시설 점검 상황을 볼 때, 우리 나라에서는 1급 호텔조차 소·방화시설이 불 비 한데가 태반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조선「호텔」·「로얄·호텔」등 예외적으로 국제수준에 가까운 것도 있으나 이것조차 완벽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경보장치며 연결송수관 시설 등의 불 비가 지적되고 있고, 인화하기 쉬운 내장 물 때문에 일단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즉각 자체 방화의 물과를 거두기는 거의 불가능한 형편이라고 한다.
이처럼 현재 우리 나라의 고층건물 화재의 방화·소방대책이 거의 영점에 가깝다는 사실은 그 자체가 매우 심각한 사회문제인 것이다. 외국의 건축법에는 스프링클러 시설이 필수적으로 되어 있는데, 우리 나라의 건축법에는 이것이 의무화되어 있지 않아, 이런 시설을 갖춘「빌딩」은 오히려 예외적이라 하는바, 그렇다면 건축법은 개정해서라도 이 시설의 부착은 곧 의무화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방화 문도 철제로 못박고 일정온도 이상이 되면 휴즈가 녹아 자동폐쇄 하도록 조치하여야 할 것이다.
고층건물의 건축 시에는 이 밖에도 옥상 헬리포트 장 설치의 의무화와 함께 그 이착륙에 불변을 줄 각종 옥 탑 시설의 설치를 일절 엄금해야 할 것이다. 비상계단도 옥내 외에 따로 두도록 해야 할 것이요, 내부 비상계단은 이번 대연 각 화재 시 굴뚝역할을 하여 이용을 할 수 없게 된 점을 감안해서라도 열차단과 배 연 장치 및 산소공급장치를 필수적으로 설치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또 비상시 건물 내부에 있는 사람들을 비상계단이 있는 쪽으로 유도하는 유도 등 예치도 설치하여야 할 것이다.
고층화재 시에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입주 자들의 정신 자세라고 하겠다. 대연 각「호텔」의 경우, 사면불바다 속에서도 10여 시간의 끈덕진 노력 끝에 구조된 사람, 고층에서 기지를 살려 쉬트를 이어 로프대신 타고 내려온 사람들이 있었던 반면, 침착성을 잃고 우왕좌왕하던 끝에 고층에서의 무모한 낙하 탈출을 기도하다가 참사한 사람도 많았다. 또 종업원들이 소화전 하나 사용하지 않고 손님들에게 대피지도를 하기는커녕, 제일 먼저 도피한 사실 등은 화재 발생 같은 비상사태에 대비해 그들의 훈련이 얼마나 엉망이었는가를 말해주고 있다.
현행 소방법도 모든 소방서에 대해 매월 1회 이상 소방진단을 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고, 특히「호텔」등에 대해서는 1년에 세 번 이상 소방훈련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는데도 어찌된 셈인지 대연 각 호텔에서는 이러한 법적 강제규정이 한번도 실시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평상시의 방화훈련은 일견 번잡하고 별로 쓸모 없는 것처럼 생각되기 쉬우나 비상시 귀중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최소한으로 막기 위해서는 이러한 정기적인 방화훈련이 필수 불가결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특히 불특정다수의 군중이 수시로 들끓는「호텔」·백화점·극장 등의 종업원과 대도시 「아파트」주민들은 유사시, 모두가 귀중한 인명구조의 부임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평소부터 철저한 훈련은 쌓아야 하며 소방관서에서는 이들 종사원에 대한 소방훈련이 이행되고 있는가를 엄격하게 감시, 독려하여야 할 것이다.
또 한편, 앞으로 정기적으로 실시키로 돼 있는 민방공훈련에 있어서도 대피 훈련 못지 않게 소방훈련의 실시가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고층건물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에 대한 폭발사고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가져온다는 것은 이번 대연 각「호텔」의 「프로판·가스」폭발이 너무도 역력하게 실증해준 것이기에, 정부나 대기업체들은 각기 자체 소방시설의 점검과 신규 보완 등을 철저히 이항하여야만 할 것이다.
근래 우리 나라에서도 특히 도시 고층건물에서「프로판·가스」도시 가스등의 사용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바, 정부는 이러한 가스 폭발로 인한 큰 참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충분한 정전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적어도 고층 건물상층에서의 가스 사용은 금지되어야 하고, 그 대신 전열기를 대체하도록 강력한 행정지도를 행해야만 할 것이다.
오늘날 중유나「벙커C」유·석탄 등이 고층건물의 난방용으로 사용되어 서울이나 대도시의 공기오염의 대종을 이루고 있는데 고층건물의 난방문제를 대기 오염도 막고 잉여전력도 활용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방법으로 해결하도록 종합적인 정책적 배려가 있었으면 한다.
대연 각 화재 후의 점검결과 죽지 않아도 될 생 영들이 무참히도 숨져간 여러 가지 원인이 속속 드러났다. 화재발생 초기에 이를 알리는 경보장치가 전혀 기능을 발휘치 못한 것을 비롯하여 비상용「엘리베이터」가 가동하지 못했다든 가, 옥상으로 통하는 비상탈출 문이 차단돼 있었다든 가 또 방화 문을 차단하지 않았다 든 가 하는 등 여러 허점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건축준공검사의 날치기 현상이라 하겠는바 몇몇 공무원과 업자들의 사리 추구 때문에 많은 인명이 비명에 간 것은 바로 인재라고 하겠다.
정부는 앞으로는 이러한 불행이 다시없도록 이번에 실시하는 방화점검은 철 저를 기할 것이요 미비점이 발견된 업체에는 가치 없는 행정조치를 취해야만 할 것이다. 건축법과 소방법의 현행 벌칙은 벌금밖에 없는데 이를 개정하여 분형에까지 처한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었지만 또 다시 대연 각 호텔 참사에서와 같은 무상한 인명의 희생을 낳지 않기 위해 보다 철저한 예방대책을 강구해야만 할 것이다. 모든 관계자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