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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높아진 여성지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여성의 지위에 대해서 우리 나라 여성단체들이 외치기 시작한 것은 이미 20여 년전 해방직후부터였다. 71년은 그 오랜 세월을 두고 외쳐오던「여성지위」와 의미를 여성계가 실감 있게 깨우치고「목표」뿐 아니라 목표를 위한 플래닝을 시도해 보았던 뜻깊은 해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자각은 오래 다져져온 기반 위에 자연스럽게 싹튼 것이었지만「운 좋게도」모든 일이 유리하게 돌아갔던 71년의 국내외 흐름에 크게 덕을 본 게 사실이다.
작년부터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여성지위향상위원회를 정부 직제 속에 포함시켜야한다는 주장을 몇 차례 세미나를 통해 내세웠었다. 해가「선거의 해」로 바뀌자 공화·신민 양당은 재빨리 이 주장을 선거공약으로 채택했고 여성단체들은 여성유권자파워를 끊임없이 자타에게 인식시켜 이 선거공약을 부채질했다.
선거공약에서는 결과적으로 얻은 게 없었다해도 헌정사상 최초로 5명의 여성의원을 전국구로나마 갖게된 것은 총유권자 1천5백55만2천명 중 7백81만1천명이 여성유권자라는 사실이 새삼 클로즈업되었던 선거분위기 속에서 가능해진 일이었다.
YWCA·여성유권자연맹·여성문제연구회등 세 여성단체가 5천여 명의 여성유권자를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는『여성이라고 차별하지 않겠다』(52%),『더 많은 여성의원이 나오기를 원한다』(63%)는 등의 대답을 얻어냈고, 정책입안자에게 구할게 아니라 스스로 입안에 참가해야한다는 의식을 불러일으켰다.
1960년 국회가 간통의 쌍벌주의를 놓고 망설일 때 여성단체들은 의사당주변에 여성「데모」대를 보내 시위를 벌였었다. 법적인 여성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투쟁에서 벗어나 좀더 근원적이고 범위가 넓은 여성지위확보에 눈을 돌린 여성계는 의사당을 둘러 쌀뿐 아니라 그 안에서 작용하는 역군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된 것이다.
유권자로서의 여성파워를 심기에 일단 성공한 여성계는 근로여성문제 심포지엄(4월3일 여성단체협의회), 부녀보호사업 세미나(4윌12일 부녀보호사업연합회), 여성가출 세미나(5월20일 YWCA), 여성지위에 대한 세미나(6월24일 여학사협회), 여학사의 취업의식과 구조조사(8윌 이대여성자원개발연구소), 새 풍토조성과 여성의 역할에 대한 세미나 (7윌16일 여성단체협의회), 모자보건세미나 (9윌14일 YWCA), 인간환경의 위기에 대한 세미나 (10월29일 전국여성대회), 급변하는 사회와 가정의 기능에 대한 세미나 (11월16일 가정학회)등으로 여성지위의 소재와 사회변화 속에 대처할 갈 을 모색했다.
이 수많은 세미나들은 여성의 지위향상이 맹목적인 대 남성투쟁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쌓아 가는 자기발전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교육받은 여성자원이 결혼과 출산으로 사장되어있으며 이들에 대한 재교육과 재취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강조되고 이를 위한 국가정책의 필요성이 요구되었다. 임금과 승진의 많은 차별에도 불구하고 63년이래 년2.5%의 상승을 보이고있는 여성취업인구의 증가가 사회와 가정에서 여성의 발언권을 높이고있으며「참여의 증가」만이 실질적인 여성지위향상을 가져온다는 결론에 도달하기도 했다.
이러한 국내의 활발한 움직임과 함께 이태영 박사의「법을 통한 세계평화상」수상, 김현자 씨의 세계YWCA연합회 실행위원 피 선동은 우리 나라의 여성운동이 세계를 향해 발돋움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71년의 여성계는 만족할만한 씨를 뿌렸으며 다음해에 더욱 요구되는 것은 이 씨를 키워갈 리더의 등장이다. 여성전체의 문제를 찾아내어 집약하고 이것을 사회운동으로 이끌고 다시 국가정책에 반영시키는 채널을 가장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지도자가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시기를 여성계는 맞고 있다. <장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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