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동 시민 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자하문 고개를 넘어 조금 내려가면 큰길 옆으로 서대문구 부암 동사무소가 있다. 동사무소에 들어서면 우선 깨끗하게 정리된 사무실구조가 변두리 조그마한 은행 지점에 들어선 듯 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①번부터 ⑥번까지의 민원 업무 창구가 나란히 있고 제복을 입은 동사무소 직원들이 일어나서 안내를 한다. 대개는 창구에 적혀 있는 민원 종류에 따라 담당직원을 찾아가지만 동사무실에 처음 온 시민들은 직원의 안내를 받게된다. 동사무소 직원들이 불친절하다는 인상은 전혀 없이 상냥하게 민원인의 업무를 처리한다.
지난 10월 서울시가 동 행정 실적 심사에서 최우수 동으로 선정된 서대문구 부암 동사무소의 광경.
서울시는 일선 기관의 행정 또는 대민 업무를 쇄신한다는 이름으로 지난 2월부터 시내 3백7개 동사무소를 모두 민원 창구 형식으로 개조, 동사무소에 시민「홀」을 설치했다.
창구행정, 또는 공개행정을 실시한다는 원칙이 적용된 동 민원 업무에서 있을 수 있는 부정을 방지한다는 것이다. 동 시민 「홀」은 각 동사무소마다 민원 업무에 따라 ①호적 및 병사 ②주민등록 관계 ③세무 ④인감 ⑤기타 제 증명 발급 등 4개 이상의 창구를 만들어 민원 업무를 처리하도록 했다.
서울시는 이미 지난 68년부터 본청과 각 구청의 대민 업무를 창구행정으로 시민 「홀」을 설치, 운영해왔다. 대민 업무의 자세를 이같이 외형적으로나마 크게 개혁했어도 봉사 행정이 만점이 되었다고는 볼 수 없었고 민원인과 직원 사이에 가끔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곤 했다.
따라서 서울시는 본청은 물론 서민 대중을 상대하는 일선 동사무소에서도 대민 업무를 완전한 체제의 봉사 행정으로 이룩하기 위해 동시민「홀」을 설치한 것이라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동사무소에서 취급 처리하는 민원 사무는 주민등록 등·초본 및 신고, 병적 증명 등 35종에 이르고 있다. 더우기 동사무소에서 취급하는 업무는 시민들의 실제 생활에서 맞부딪치고 있는 것들이어서 사실상 동사무소의 대민 업무 태도는 서울시 산하 전공무원들의 태도를 말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동 시민「홀」을 설치, 운영하여 창구 행정을 실시한다고 해서 대민 업무가 갑자기 친절 일변도로 개혁되었다고는 볼 수 없다.
아직도 동사무소나 구청 직원들의 불친절, 또는 비위 사실 등은 항상 지적되고 있다. 다만 본보기로 시도한 시민「홀」운영이 종전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데 의의가 있다.
부암 동사무소는 대표적인 「케이스」로 지적되고 있다. 부암동은 지난해 2월부터 자체적으로 창구행정을 실시해왔다. 모두 6개의 창구에서 ⓛ제증명 ②주민등록 ③주민등록 전출·입 ④생활 안내 ⑤토목 건설 ⑥사회 청소 등 업무를 취급해왔다. 특히 생활 안내 전담은 다른 동에서 찾아 볼 수 없는 것. 전담 직원을 두어 시민 생활 전반에 관한 문의를 받거나 애로 사항을 자문한다.
그밖에도 2개월에 한 번씩 동민 생활 안내서를 만들어 각 가구에 배부하여 시민들이 해야 할 일을 알린다. 12월의 안내서에는 「일선 장병에게 보내는 위문품을 접수합니다」「연탄 개스를 예방합시다」「도로의 얼음을 깨어 거리 미화에 노력합시다」라는 내용이 기재되어있다.
부암동은 시민 생활을 피부로 느끼는 행정을 실시하여 올해 서울시의 최우수 동이 된 것이다.
동 시민 「홀」의 설치 운영이 모두 부암동 같이 잘 운영되고 있는 것만은 아니지만 외형적으로나마 점차 대민 업무를 개선하고 있다는 점만은 틀림없다. <이량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