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기술의 진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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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 과학기술계는 여전히 침체를 탈피할 수 없었다. 물론 불과 몇년 사이에 한 나라의 과학 기술이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나라 전체의 연구비라야 연간 2억1천9백만원, 다시 말해서 인국 일본의 1개 기업의 연구비 밖에 안 되는 것 (일본의 전체 연구비 1조2천억)을 뿌려놓고 그 비약적인 발전을 바란다는 것은 처음부터 연목구어격이다.
그렇다고 우리의 과학기술계의 전도가 반드시 암담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과학기술처가 최근 그 자체기구를 대폭 정비하고 보조 단체의 수를 크게 줄이는 대신 연구비 지급 방법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12년의 연륜을 가진 원자력 청을 폐지하고 한국 원자력 연구소를 만들려고 한 것 등 과학 기술 진흥을 위한 하나의 몸부림으로 앞으로 큰 기대를 걸어 볼만하다.
우리 과학 기술의 장래 발전에 있어 가장 고무적인 사실은 우리가 풍부한 인적자원을 가진 점이다.
외국에서 다년간 공부하고 돌아온 교수들과 고급 학위 소지자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이들을 잘만 활용하면 우리 과학 기술의 앞날은 상당히 밝다는 것이다. 한국의 이공 기술계 교육이 외국과 비교해서 아직도 뒤떨어져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래도 우리 학생들의 질은 우수하기로 세계적인 정평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잘 훈련하면 세계적 첨단을 가는 과학기술을 습득케 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부는 그 동안 한국과학원을 건립하여 우수한 과학자들의 국내 유입을 권장하고 석사·박사 과정의 학생들을 훈련할 것이라고 하였으나 내년도의 신입생 모집을 연기하여 일부에는 큰 실망을 주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실정에서 이들 소수의 한국과학원 학생들에게 특혜를 주기보다는 그에 앞서 전체 이공계대학 졸업생과 대학원 재학생들을 훈련하고 활용하는 대책부터 세워야 할 것이다.
과학 기술 자재나 시설의 도입도 중요하지만 이를 움직이는 인재의 양성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스푸트니크·쇼크」뒤에 이공계 학생을 배가함으로써 소련의 과학 기술에 앞섰던 것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인재의 육성과 함께 연구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하여서는 충분한 연구비가 지급되어야만 할 것이다. 국내 각 대학에는 이미 상당히 높은 연구능력을 갖춘 학자들이 적지 않은데 이들 조차 연구비의 부족 때문에 허송 세월을 하고 있는 실정은 안타깝다. 71년도의 경우 과학기술처를 비롯한 정부 각 부처의 각종 연구개발비는 2억1천9백만원, 여기에 문교부의 연구조성비 3억원을 합쳐봐야 그 총액은 고작 5억원 안팎인데 이 같은 미미한 연구비 투자를 가지고 과학 기술 진흥을 꾀한다는 것은 앞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처음부터 어불성설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 당국자로서는 연구시설과 연구기재며, 시설 등의 도입도 좀 더 원활하게 해주어야 할 것이며, 대학이나 연구소 등의 시설기준도 크게 혁파하여 새시대의 진군에 맞는 과학시설을 도입하는데도 정부가 선도적인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우리 과학기술이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연구 풍토의 조성이 그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우리 나라의 국운을 좌우할 경제적 경기 후퇴나 수요 감퇴 등의 극복도 실은 새로운 과학 기술의 개발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님을 명심하고 정부는 무엇보다도 자유로운 연구 분위기를 확보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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