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최유림 ADT캡스서 연장 끝 생애 첫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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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림(왼쪽)이 10일 부산 아시아드 컨트리클럽에서 끝난 ADT 캡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하자 동료들이 물을 끼얹으며 축하해 주고 있다. [부산=뉴시스]

어둠이 드리워지기 시작한 18번 홀(파4) 그린. 장하나(21·KT)와 연장 두 번째 경기에 들어간 최유림(23·고려신용정보)은 선글라스를 벗었다. 비장한 눈빛과 꽉 다문 입술에서 결의가 느껴졌다.

 최유림은 충분한 기량을 갖추고도 우승을 못한 선수로 평가됐다. 2011년 투어에 데뷔했지만 2년 동안 톱10 네 번에 그쳤다. 상금랭킹은 30위권대를 맴돌았다. 그러나 올해 초 대학(경희대)을 졸업하고 골프에만 전념하게 된 뒤 달라졌다. 지난 8월 넵스 마스터피스 준우승을 포함해 여섯 번 톱10에 들며 상금랭킹을 11위까지 끌어올렸다.

 ‘준비된 우승 후보’ 최유림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ADT 캡스 챔피언십에서 장하나를 누르고 첫 우승컵을 안았다. 10일 부산 아시아드골프장에서 열린 최종 라운드. 장하나에게 2타 뒤져 공동 7위였던 최유림은 최종 합계 5언더파로 연장전에 합류한 뒤 두 번째 홀에서 7m짜리 버디를 잡아 파에 그친 장하나를 물리쳤다.

 최유림은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했다. 보기 없이 이글 1개와 버디 2개로 4언더파. 10번 홀(파4)에서는 167야드를 남기고 5번 아이언으로 친 두 번째 샷이 행운의 샷 이글이 됐다. 최유림은 “예감이 좋았다. 이글을 한 뒤 우승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연장전에서는 시즌 3승의 ‘장타자’ 장하나를 상대로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연장 첫 홀을 파로 비긴 최유림은 두 번째 홀에서는 장하나보다 티샷을 더 멀리 보냈다. 먼저 퍼팅을 한 최유림은 7m 거리의 버디를 성공시켰고, 장하나의 버디 퍼팅은 짧았다. 우승 상금은 1억원. 상금랭킹 6위(3억5154만원)로 올라선 최유림은 “하반기에 상승세라는 평가를 듣고도 우승을 못해 이대로 한 해가 지나가나 싶었는데 드디어 첫 승을 하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장하나는 시즌 네 번째 준우승을 거뒀지만 상금랭킹 선두, 대상 포인트 공동 선두로 나서며 아쉬움을 달랬다. 이 대회 전까지 김세영(20·미래에셋)에게 2679만원 차이로 뒤져 상금 2위였던 장하나는 준우승 상금 5750만원을 보태 상금 1위(6억8270만원)가 됐다. 대상 포인트는 376점으로 김효주(18·롯데)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결혼과 출산, 이혼의 공백을 딛고 2년2개월 만에 초청 선수로 필드를 밟은 안시현(29)은 이븐파 공동 9위로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렀다. 안시현은 이번 주 시작되는 정규 투어 시드전 예선에 출전해 내년도 투어 카드에 도전한다.

부산=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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