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마스터즈' 별들이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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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송들이 병풍처럼 들어선 오거스타 골프장 7번홀(파4.375m). 사진은 지난해 마스터즈 연습 라운드에서 우즈가 드라이브샷을 하는 모습.

'유리판 그린'에서 벌이는 세계 톱 골퍼들의 대결. 해마다 4월 둘째 주에 열리는 마스터즈 골프대회가 7일 밤(한국시간) 개막된다. PGA투어 첫 메이저 대회다. 장소는 올해도 변함없이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

69회째인 이번 대회에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세계 랭킹 2위)를 비롯해 세계 랭킹 1위인 비제이 싱(피지), 3위 어니 엘스(남아공), 지난해 챔피언 필 미켈슨(미국) 등 거물들이 총출동한다.

1번홀 입구에 세워진 리더보드에는 올해도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지난해 최종 4라운드 11번홀(파4)에서 기적 같은 이글을 잡아내며 단독 3위를 한 최경주(슈페리어)의 출전을 알리는 신호다. 올해로 3년 연속 도전장을 낸 최경주는 3일 현지에 도착해 샷을 가다듬고 있다. "지난해 잘 싸운 덕분인지 대접이 달라졌다. 그동안 마스터즈를 염두에 두고 훈련해 온 만큼 좋은 성적으로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캐나다의 골프 영웅 마이크 위어와 유럽의 젊은 강호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필드의 악동 존 댈리(미국)도 나온다.

◆악명의 '아멘 코너'가 기다린다=해마다 쟁쟁한 프로들의 발목을 잡았던 아멘 코너는 올해도 최대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1950년 미국의 골프 칼럼니스트인 허버트 워런 윈드가 "아멘하고 기도를 하지 않고서는 무사히 지나가기 어렵다"고 말한 데서 비롯된 아멘 코너는 이 골프장의 11, 12, 13번홀을 일컫는다. 그중 12번홀(파3.141m)은 마스터즈 최다우승(6승) 기록을 갖고 있는 잭 니클로스가 "세계에서 가장 멋지다"고 평가한 홀이다. 그린 주변의 개울과 세 개의 벙커가 해마다 숱한 희생자를 만들어냈다. 2003년 제프 매거트(미국)에 이어 지난해엔 일본의 마루야마 시게키가 이 홀에서 이름도 생소한 퀸튜플(quintuple) 보기를 범했다. 파3홀에서 8타를 쳤다는 뜻이다. 그 12번홀 주변엔 지금 노란 개나리(골든 벨)가 꽃망울을 터뜨렸다. 바로 다음 홀인 13번홀(파5.464m)은 1978년 일본의 토미 나카지마가 무려 13타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긴 곳. 홀 주변에는 분홍빛 진달래(아젤리아)가 활짝 피어 있다.

◆니클로스 43번째 출전하나=65세의 노장 니클로스는 이번 대회에 나온다면 43번째다. 최근 17개월 된 손자가 욕조에 빠져 숨지는 슬픔을 겪은 니클로스는 불참을 공언했다. 그러나 아들(개리 니클로스)이 "마스터즈에서 아버지의 캐디백을 메고 싶다"고 권유하고 있어 생각을 바꿀 수도 있다. 살아있는 골프 전설 아널드 파머(76.미국)는 지난해 대회를 끝으로 물러나 이 대회에선 더 이상 볼 수 없다.

오거스타=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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