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 던진 「엘리어트」전기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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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처음으로 출간된「T·S·엘리어트의」전기는 「런던」문단에 적잖은 파문을 던지고있다. 그것은 이 전기가 자기의 전기를 내지 말아달라는 고인의 유언이나 또 그 유언을 지키려는 미망인의 의사를 완전히 무시하고 세상에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엘리어트」의 두 번째 부인이었으며 미망인이 된「발레리·엘리어트」여사는 이일에 대해 당황한 나머지 책이 나오는 것을 막아보려고 했으나 허사였었다. 죽은 남편의 의사를 존중하는 부인의 뜻은 수긍이 가는 일이지만 「엘리어트」부인의 입장에는 적어도 두 가지 잘못된 약점이 있는 것 같다.
그 하나는「엘리어트」가 남긴 서한이나 그 밖의 개인적 유물들을 보여주기를 그녀는 거부했으나 그렇다고 다른 사람이「엘리어트」전기를 쓰는 것 을 막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 때문에 불충분한 자료로 쓰인 전기가 결국 잘못 해역 되기 쉽고 무가치한 것이 되도록 했다는 점이다. 그 다음 좀더 근본적인 문제로 천재적 문학가의 생애란 그 사후에는 공공의 소유물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만약 「엘리어트」가 자기의 전기가 쓰이는 것을 원치 않았다면 그는 애당초 개인적인 방들을 쓰지 말았어야 올지 않았을까? 문제의 전기는 고「로버트·센코트」라는 사람이 쓴 것이다「뉴질랜드 태생의 학자요, 성직자인 「센코트」는 30년 동안이나 「엘리어트」를 잘 알고 지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센코트」가 「엘리어트」 전기를 쓰기로 결심하고 그 자료수집에 착수했을 당시에는 그런 유언이 있었는지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기에 필요한 자료수집의 길이 이상하게도 가로막혀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그는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즉「엘리어트」부인은 옥스퍼드와 미국의「메서추세츠」주에 있는 도서관들을 설득시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엘리어트」의 주요 서한들을 「센코트」에게 보여주지 말도록 해놓았다.
「센코트」가 이 사실을 안 것은 나중 일이었다. 「센코트」자신은 2년 전에 죽었다.
죽을 때 그는 미완성으로 남겨놓은 그 전기원고의 편집을 다른 삶에게 맡기고 갔다. 결과적으로 나온 이 책이 정확하지 못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단 한 줄의 시도 인용해서 서술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색한 대목들이 많다.
이 책의 주요가치는 「엘리어트」의 비극적인 첫 결혼에 관련된 몇 가지 새로운 사실들이라 할 것이다.
첫 부인「비비앤」이 미치게 되기까지의 과정, 그녀와 「버드런드·러셀」과의 관계, 그리고 이 결혼을 통해 「엘리어트」가 맛본 고뇌에도 불구하고 이 기간 중에 어떻게 『액무지』 『성무 수요일』『가족재회』등 그의 최고 작품을 쓰게 되었는가 하는 일들이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보아 이 책은 내적 동찰력이 없고 무미건조하게 쓰인 책이다.
그래서 「엘리어트」여사는 이 책에 25가지의 중대한 오류가 있다는 것을 공개하고 이런 「엘리어트」여사의 입장을 「스티븐·스펜더」를 비롯한 몇몇 시인들이 편을 들어준 것이다.
그런 시인「리처드·처치」및 전「캔터버리」대 승정이었던「피셔」경과같이「센코트」변호해준 사람들도 없지 않았다.
어찌되었든 이제는 그 조용하고 괴팍스럽고 예의바르던 사람, 너무 가까운 대인접촉에는 움츠러들려고만 했던 사람, 면도한 장면까지도 아내가 보는 것을 거절했을 만큼 공적인 사람, 고양이를 사랑하고 농담을 즐겼던 사람, 성적불구자란 소문까지 들은 사람, 그러나 한없이 부드럽고 한없이 고뇌에 찬 그 대시인에 대해서 이제는 좀더 많은 것이 알려 질 수 있는 계기다 성숙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한편 「엘리어트」여사는 이일과는 별도로 또 한가지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으니 그것은 「엘리어트」의 장편시 가운데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걸작인 『황무지』의 맨 처음 초고를 수정을 안한채 그대로 책으로 엮어내어 우리에게 보여준 일이다.
1921년 「엘리어트」가 이詩의 초고를 끝냈을 때만해도 이것은 그의 말대로 하면 『너절하게 길기만 하고 정리가 되지 않은」작품이었다. 「엘리어트」는 이 시를 친구인 「에즈러·파운드」에게 보냈더니 「파운드」는 그에게 이 작품의 대폭적인 삭제와 수정을 충고해 주었고 「엘리어트」는 그 충고에 따랐던 것이다.
이 초고 여러 햇동안 자취를 감추고 있다가 최근에야 「뉴요크」공립도서관의 소장으로 들어왔다. 이번에 인쇄되어 나온 것은 이 초고를 그대로 책으로 엮은 것으로 우리는 이것을 보고 「파운드」의 충고가 옳은 것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즉 초고의 삭제된 부분은 대개가「엘리어트」의 작품으로서는 수준이하의 것들임을 명백히 알 수 있는 한편 「파운드」와 「엘리어트」의 사고방식의 차이점이 어디에 있는가를 알 수 있어서 흥미가 있는 것들이다. 【FWF=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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