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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망도 엇나간 증권사들, “내년도 GO!”라는데 …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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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8호 20면

“새로운 비상을 시작하는 시기”(우리투자증권), “유동성 장세 조건 충족”(현대증권)… . 지난 연말에 나왔던 2013년 전망 보고서 역시 기대 일색이었다. 19개 국내외 증권사는 올해 코스피가 평균 1803.61~2292.78포인트 사이에서 오갈 걸로 예상했다. 한국투자·동양·KTB투자·하이투자증권 등은 코스피가 2400까지, 골드먼삭스는 2450까지 오를 걸로 내다봤다. 아직 한 해가 끝나진 않았지만, 올 들어 지난 8일까지 코스피가 1780.68~2059.58 사이에서 움직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연내에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가장 보수적이었던 토러스·교보증권의 코스피 고점 전망치인 2150조차도 도달하기 어렵다고 보는 이가 많다. 9월의 반짝 랠리를 제외하면 지지부진한 횡보세를 보였던 올해 시장을 증권사들이 대부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는 거다.

2014년 증시 전망 보고서 살펴보니

민망한 추천종목 리스트
코스피지수만 틀린 게 아니다. “이런 종목을 사라”고 꼽아주는 추천 종목이 정반대의 결과를 낳은 증권사도 많았다. 대우·삼성·현대·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말 추천한 49개 종목을 분석했더니 26개 종목은 지난해 연말 대비 주가(7일 종가 기준)가 더 낮았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0.4% 오른 걸 감안하면 오히려 추천받지 않는 게 나았다는 이야기다. 삼성증권(12.2%)과 한국투자증권(5.3%)의 추천 종목은 평균적으로 선전했지만, 대우증권(-4.5%)과 현대증권(-4.6%)은 추천이 무색했다. 대우가 추천한 CJ제일제당(-29.7%)과 아모레퍼시픽(-28%), 현대가 추천한 LG디스플레이(-23.5%)와 LG화학(-14.2%)은 전반적 횡보세 속에서도 특히 수익률이 낮았다.

증권사들은 “예상 외의 악재가 많았다”고 해명한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뱅가드 효과와 아베노믹스 효과가 생각보다 큰 충격을 줬다”고 돌아봤다. 세계적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인 뱅가드가 벤치마크 기준을 변경하며 상반기에 한국 주식을 대량 처분했던 여파가 컸고, 일본 정부의 수출 부양책에 대한 우려로 상반기 증시가 힘을 크게 잃었다는 것이다.

객관적 전망보다 다소간의 낙관론을 얹어 내보내는 게 업계 관행이라는 반성의 목소리도 있다. 증권사는 각 업계 담당 애널리스트의 전망을 근거로 산업계의 내년 기업 이익 증가세를 예측하고, 이에 기반해 업계의 주가를 점친다. 이 과정에서 특정 업계나 기업의 실적 전망을 낮추면 고객을 잃기 십상이란 것이다. 한 증권업계 리서치센터장은 “어차피 전망이란 게 꼭 그렇게 된다고 단정할 수 없는 건데 ‘무슨 근거로 실적이 떨어질 거라 전망하느냐’는 업계 항의를 받으면 자신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전망치가 다소 낙관 편향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연말에 제시하는 수치에 집착할 게 아니라 보고서가 제시하는 큰 그림을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증권사 보고서는 한 해의 거시경제와 기업 이익 전망치를 종합해 증시 움직임을 예측한다.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Tapering)처럼 미처 예측하지 못한 사건이 불거져 나오면 전망치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거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증권사가 경제를 크게 어떻게 보는지, 무엇을 전제로 증시 전망치를 계산했는지를 이해한다면 상황이 바뀔 때마다 전망치가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수긍할 것이다. 증권사가 수시로 전망치를 수정하는 것도, 신이 아닌 이상 바뀌는 경제 상황과 투자 심리를 한번에 읽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보다 강세, 상고하저” 일치
관행적 낙관론을 감안하더라도, 증권업계가 내년 증시를 올해보다 밝게 보는 것만은 확실하다. 본지가 5대 증권사에서 받은 코스피 예측치는 저점이 평균 1910, 고점이 2350이었다. 전반적으로 주가가 10% 이상 상승한다는 관측이다.

세계 경기 회복세가 완연해지면서 국내 수출 업종이 수혜를 입을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관건은 양적완화 축소(Tapering) 시기와 금리 인상(긴축·Tightening) 여부다. 양적완화를 축소하는 동안은 그나마 시장에 온기가 돌겠지만, 3차 양적완화(QE3) 조치가 완전히 종료되는 시점엔 시장이 적잖은 충격을 받을 거란 전망이다. 최근 내년 전망을 발표한 증권사 열에 여덟 정도가 “내년 장세는 상고하저”라고 분석한 이유도 이 ‘쌍T 정책’을 의식해서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정부가 경기 회복세에 대한 확신이 생기는 내년 4분기께에는 양적완화 조치가 완전히 끝나고 금리를 올리는 긴축 정책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국내에선 부동산 경기가 주식시장을 좌우하는 최대 변수다. 집 있는 사람은 집값이 떨어져서, 집 없는 사람은 전셋값 오름세를 따라잡느라, 잉여 현금이 거의 없는 상태다. 부동산 거래에 숨통이 트이지 않으면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발을 담글 수 없고, 주가 오름세도 발목이 잡힐 거란 얘기다.

대우증권 역시 ‘보호주의가 강화돼 선진국 경기 회복이 예전처럼 국내에 큰 효과를 가져다주긴 어려울 것 같다. 요즘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나라는 공통적으로 내수가 살고 집값이 올랐다. 우리 역시 집값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소득 대비 집값 수준이나 전세가격 비중을 볼 때 내년 부동산시장이 살아나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주식시장의 훈풍으로 이어질 거라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이어진 횡보장을 큰 폭으로 뚫을 거란 전망을 내놓는 증권사는 거의 없었다.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되, 박스권이 다소 상향 조정될 거란 예측이다. 특히 내년 하반기 이후 중국 경제 전망이 불투명한 데다 원화 강세로 인해 외국인 매수세가 계속 이어질지도 확신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세 상승기에 접어들었다는 방향성은 확실하지만, 내년 주가가 눈에 띄게 오를 걸로 보진 않는다. 미국의 시장 금리가 인상된다든지 하는 확실한 경기 회복의 신호가 있으면 주가가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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