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4호기, 내주부터 핵연료봉 인출 작업 … "운반 중 추락 땐 대재앙"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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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4호기 모습이 7일 공개됐다. 특수 방호복을 입은 도쿄전력 관계자들이 핵연료봉을 담아 옮길 운송 용기 등을 점검하고 있다. [후쿠시마 로이터=뉴스1]

다음 주부터 수조에 보관 중인 핵연료봉 인출 작업이 시작될 후쿠시마 제1원전 4호기를 주일 외국인 특파원 공동취재단이 방문했다. 겉으론 멀쩡했다. 수소 폭발로 건물 전체가 휴지조각이 됐던 2011년 사고 당시나, 정리되지 않은 잔해가 내부에 쌓여 있던 지난해와는 달랐다. 훼손된 건물 외관은 철판으로 가렸고, 4호기 건물 4층에서 내려다본 가로·세로 10m의 수조 속도 비교적 깨끗해 보였다.

 이 수조 속엔 사용후 핵연료봉 1331개와 미사용 연료봉 202개를 합쳐 모두 1533개의 연료봉이 보관 중이다.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 관계자는 “쓰나미 당시 대량의 파편이 수조 속으로 떨어졌지만 지금은 수중 청소기를 이용해 대부분 제거했다”고 했다. 하지만 물속엔 아직 작은 파편들이 남아있어 연료봉 인출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방사능 수치가 너무 높아 연료봉을 꺼낼 엄두도 못 내는 1~3호기에 비하면 4호기의 사정은 나은 편이다. 일본 언론들이 “폐로 작업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하지만 자칫 연료봉이 운반 중 추락하는 사고라도 벌어지면 엄청난 재앙이다. 그래서 일본 열도가 긴장하고 있다. 다나카 순이치(田中俊一) 원자력규제위 위원장조차 최근 “핵연료는 잠재적으로 큰 위험을 갖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오염수 문제 이상으로 걱정된다”고 털어놓았다.

 도쿄전력은 운송 용기를 떨어뜨리는 실험까지 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6일 일본 기자들에게 “안심할 수 없고, 긴장감이 더 크다”고 했던 오노 아키라(小野明) 제1원전 소장은 7일엔 “사고가 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믿는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특수 마스크와 방호복으로 중무장한 공동취재단이 4호기 수조 앞에서 방사능 수치를 측정했더니 시간당 283~306마이크로시버트였다. 연간 방사능 피폭 허용치로 환산하면 1000년 치를 훌쩍 넘는 방사능이다. 인근 3호기 주변에선 이보다 3배나 되는 820마이크로시버트까지 측정되는 곳도 있었다.

 취재단은 지난 8월 저장탱크로부터의 오염수 유출 사고가 첫 확인된 ‘H4구역’도 찾았다. 이곳도 방사능 수치가 높아 취재진은 5분 만에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했다. 오노 소장은 “3개 라인을 모두 가동하면 2015년 3월까지 원전 부지에 보관 중인 오염수를 모두 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공동취재단·서승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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