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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질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한 대중가수의 변심에 격분한 전 「매니저」가 소줏병을 깨뜨려 그것으로 여인의 얼굴을 난자, 중상을 입힌 사건이 며칠 전에 있었다.
범인은 사랑 때문이라 했다. 동서고금을 통해 사랑의 불꽃은 사람을 광란케 만드는 수가 많았다. 특히 질투로 인한 살인극은 흔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질투처럼 무서운 게 없다고 들 말한다. 인간의 추악한 본능이 가장 노골적으로 나타나는 게 질투이기 때문에 소설가들이 즐겨 다루는 소재이기도하다.

<노트르담의 꼽추>에서 「에스메랄다」를 짝사랑한 부승정은 「에스메랄다」가 사랑하고 있는 미남의 경비대장을 자살한다.
「스탕달」의 <파르크의 승원>에서도 주인공 「파브리스」가 사랑하는 여우 「아리에타」의 정부를 찔러 죽인다.
「시몬·드·보봐르」의 <초대받은 여인>에서 여주인공 「프랑솨」는 자기 애인이 새로 사랑하게된 여인에 대한 질투를 견디지 못한다. 둘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프랑솨」는 다른 남자로 하여금 그 여인을 유혹케 한다. 그러고 선 끝내 그녀를 자살로 몰아넣고야 겨우 마음이 가라앉는다.
이런 주인공들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아무리 질투에 사로잡혀있어도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은 다치지 앉은 점이다. 정말로 사랑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혹은 또 사랑의 표현이 우리네와 서양과는 다르기 때문일까. 물론 예외도 없지는 않다. 「다눈치오」의 <죽음의 승리>에서 절망한 「졸지오」는 자살을 결심했다. 그는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애인 「이포리타」를 꼭 껴안은 채 절벽에서 떨어져 함께 죽는다. 뒤에 남은 그녀가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되는 경우의 질투를 견딜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가 그녀에게 환멸을 느낀지도 이미 오래 전이었다. 매정하게 그녀를 죽일 수 있던 것은 실상 이 때문이었다. <오델로>에서도 아내의 부정을 본 「오델로」가 질투 끝에 「데스데모나」의 목을 죄어 죽였다. 『사랑할 줄 모르면서 너무나도 깊이 사랑한 남자』의 비극이다. 그러나 그는 곧 자책에 사로잡혀 『어떤 슬픔에도 눈물 한방을 흘린 적이 없던 메마른 눈에서 수액이 넘쳐흐르는「아라비아」고무나무처럼』눈물을 흘리면서 자살하였다.
이 모든 작품은 질투의 여러 표현 속에서 사랑의 본질을 캐내려던 비극들이라 할 수 있다. 여기 비겨 이번 가수 상해사건은 사랑의 허울을 빈 야만스럽고 추악한 질투극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것도 사랑의 불모지대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딱한 현상의 하나일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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